인터뷰/ <히브리어 헬라어 원문 번역·주석 성경> 펴낸 고영민 목사

선교 130주년 기념, 쉽고 정확한 성경 원문 번역에 초점
43개 번역본 비교·대조 … “구속사 맥 따라 명확히 강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정확하게 읽고 바르게 해석하자.”

한국 선교 130주년이다. 한국 선교는 성경 번역으로 시작했으며, 말씀 위에 든든히 서갔다. 즉 한국 교회는 그동안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세워져 갔다.

전 백석문화대학교 총장 고영민 목사가 한국 선교 130주년을 기념해 <히브리어·헬라어 원문 번역·주석 성경>을 출간했다. 한글 성경을 다듬은 것이 아니라, 원문을 직접 번역하고 주석과 다양한 번역까지 첨부한 본격 연구용 주석 성경이다. 고영민 목사는 “오직 성경이라는 구호가 한국 선교의 시작이었으며, 침체를 겪고 있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유일한 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교 130주년을 기념해 <원문 번역·주석 성경>을 내놨다. 집필 동기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의 번역 성경들이 있다. 그중에 강단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역개정>판이다. 이 성경의 시점은 한국 교회 초기 선교사들 시절로 올라간다. <한문성경>을 기본으로 1901년에 <구역성경>이 나오고 이를 여러 차례 수정 보완했다. 그러다 보니 번역된 단어나 문장의 뜻이 원문과 차이가 났다. 표현도 애매한 부분이 많이 발생했다. 또한 과거 구어체 표현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 올해는 언더우드 아펜젤러의 선교 13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다. 또한 성경 원문에 기초하여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최근 <원문 번역·주석 성경> 신약 부분을 내놓게 됐다.
 
▲<원문 번역·주석 성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원문 번역·주석 성경>은 문자 그대로 헬라어로 쓰여진 신약 성경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성경적으로 주석한 책이다. 원문 주석은 성경의 기본 자료인 고대 사본부터 시작해서 성경의 형성과정과 성경 언어의 뜻, 신학적인 배경 등을 다루기 때문에 주석 위의 주석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영어 독일어 라틴어 등 43개의 번역본을 비교 대조해 성경의 다양한 번역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문 번역·주석 성경>의 특징은 무엇인가?

=크게 1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이고 성경적인 해석 원리에 의한 주석이라는 점이다. 바울과 어거스틴, 루터와 칼빈 등으로 이어지는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하는 전통적, 성경적 해석 원리를 채택했다. 두 번째는 성경 해석의 기본 형식인 번역, 주석, 강해를 삼위일체식으로 밀접하게 연관시켰다는 점이다. 셋째는 원문을 축자적으로 번역한 후 수용언어로 전달했다. 즉 원문을 직역한 후 의역으로 전달했다. 넷째 신학의 학문성과 주석의 창조성을 최대한 높이고, 교회와 목회 현장에 폭넓게 적용시켰다. 다섯째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학설을 성경적 관점에서 평가했다. 여섯째 구속사의 맥을 따라 원어와 문장, 전체 내용을 명확하게 강해했다. 일곱째 성경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 역사, 종교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외경이나 고대 문헌, 고대 역사서들을 인용했다. 여덟째 성경의 기본 자료인 고대 사본을 세밀하게 비교, 대조함으로써 성경 원본에 가까운 번역을 시도했다. 아홉째 성경 지리와 고고학, 문화, 풍습 등을 필자의 답사 경험을 살려 생생하게 묘사했다. 열 번째 원어 단어뿐만 아니라 동의어, 반의어, 동음이의어의 의미와 유래 등을 상세히 기술했다. 열한 번째 성경 본문을 내용별로 분해하여 성경 연구와 설교 준비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3개 성경 번역본을 비교, 대조해 성경의 다양한 번역 가능성을 제시했다.
 

▲ 40년 전부터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문법서와 사전류를 펴냈던 고영민 목사가 최근 <원문 번역·주석 성경>을 출간했다. 그는 “성경은 있는 그대로 번역되고 해석될 때에만 참된 계시의 말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경 번역과 주석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신학교 때 원서를 구입할 재정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원서에 대한 애착이 생겼으며, 40여 년 전에 히브리어와 헬라어 라틴어 문법서와 사전류를 펴냈다. 이어 20대 후반에는 기독교문사를 통해 <성서원어대사전>을 내놓기도 했다. 그 무렵 <개역성경>을 원문과 대조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5만 여 곳이 되어서 원문에 충실하고 알기 쉬운 성경이 새롭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그리스,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성경 번역의 노하우를 익히고 13년 전부터 번역과 주석을 시작했다.
 
▲성경 원문을 정확하게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한가?

=사실상 이 세상에는 성경 언어인 히브리어와 아람어, 그리스어를 정확히 자국어로 번역해 놓은 성경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 그렇게 번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성경 속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거의 접근한, 아니 완전히 일치된 내용은 밝혀낼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성경은 있는 그대로 번역되고 해석될 때에만 참된 계시의 말씀이 될 수 있다.
 
▲<원문 번역·주석 성경>이 한국 교회의 표준 강단용이 될 수 있나?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먼저 성경에 대한 한국 교회의 의식구조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는 선교 초창기 때부터 강한 보수적 경향을 보였다. 또한 지금까지도 성경에 기초한 보수적인 신학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성서공회는 <개역성경>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번역>(1968), <공동번역>(1977), <표준새번역>(1993) 등을 펴냈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한국 교회는 여전히 ‘이르시되, 하였느니라, 가로되’ 등과 같은 초기 성경 번역에 대한 애착과 무조건적 신뢰, 전통적인 선입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문 번역·주석 성경>이 번역이나 주석면에서 원문의 의미를 잘 살려냈기 때문에 강단용 채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확신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기대는?

=조만간 구약 부분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신약 부분도 미비점이 나온다면 계속해서 시정하고 보완할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는 선교 130년에 세계 선교 역사상 기적과 같은 부흥을 이룩했다. 이러한 부흥의 밑바탕에는 성경말씀의 영감적인 권위와 계시적인 능력이 강하게 역사했음을 굳이 덧붙여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회 역사가들은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루터가 성경을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일 우리 한국 교회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서 성경만을 가르치고 성경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제2의 종교개혁 불길이 다시금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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