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위 중심, 체계적 계승·보존 필요”

역사바로세우기 중요 계기…전시관·자료축적부터 차근차근

소양 주기철 목사에 대한 복권 결정 후 후속조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총회 차원의 후속조치는 단기적인 사업으로 복권감사예배와 중장기적 사업으로 역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역사세우기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 차원의 복권감사예배는 주기철 목사가 평양노회에 의해 1939년 파면된 12월 19일을 전후로 진행될 예정이다. 총회는 제100회 총회에서 신설된 상설 역사위원회 차원에서 주기철 목사 복권에 대한 후속조치를 맡기기로 결의했다. 총회는 복권감사예배를 평양노회 등 4개 노회와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조율을 하고 있다.

중장기적 사업으로는 곧 조직될 상설역사위원회 활동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역사위원회가 조직되기 전부터 주기철 목사 복권 기념 사업 등이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우선 박무용 총회장이 10월 16일 유지재단이사회에서 총회회관 1층에 사료전시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주목된다. 사료전시실은 국내의 주요교단들에서는 이미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총신대신대원 박용규 교수는 “총회가 역사 보존과 계승의 사업을 해 나가려면 첫 단추로 사료실 설치와 자료 축적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료실 설치 후 △총회 역대 회의록 △초창기 주한 선교사 편지 △해외 선교본부가 한국에 보낸 편지와 문서 △평양신학교 관련 자료 △노회 회의록 △시찰 자료 등이 구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진행되고 있거나 중단된 주기철 목사 관련 기념 사업을 계속하는 일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가 꾸준히 드리고 있는 주기철 목사 기념예배나 총신 장신 고신대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했던 주기철 목사 순교신앙 기념강좌 등에도 총회가 관심을 보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더불어 주기철 목사 뿐만 아니라 손양원, 박형룡, 박윤선 목사 등 교단과 초교파적으로 총회 역사와 신학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계승하는 일에도 앞장서기를 바라는 바람이 많다.

역사위원회 탄생의 계기가 됐던 염산교회보존 등 사업에도 총회적 손길이 필요하다. 염산교회가 총회 제1호 사적으로 지정된 데에는 염산교회 자체의 노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교회가 스스로 사료관을 만들고 정부의 사적지 지원을 받기 위해 몸부림을 쳤기 때문에 교단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단은 교단 차원의 사료관도 없을뿐더러 신앙 유산 보존을 위한 기념관 하나 만든 바가 없다. 이에 비해 모 교단의 경우는 주기철 목사 건과 관련해서만해도 생가 복원, 기념관 건립, 책자 발간, 세미나, 기념예배, 뮤지컬 공연 등의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했거나 협력해왔다. 따라서 총회는 향후 꾸준히 사업을 벌여 나가야만 제100회 총회의 복권 결의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교단 신앙 정체성 확립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100회 총회에서 평양노회 등 4개 노회의 주기철 목사 복권 제안의 산파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광재 목사는 “주기철 목사 복권 결의는 100회 총회를 맞아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선조들의 신앙유산을 계승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교단이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바탕을 구축해 가자”고 강조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박응규 교수는 “총회가 신사참배를 반대했다가 제명당한 주기철 목사의 복권을 결의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었다”면서 “앞으로 타교단에서 하지 않았던 부분을 고려해서 사업을 전개하는 등 교단의 결정을 더욱 의미있게 하는 고민들이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총회의 복권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복권을 시켰다는 것은 과거 주기철 목사의 제명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과거 모 교단 관계자는 “복직이라고 한다면 제38회 총회의 치리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고 해벌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복적이라고 표현하므로 주기철 목사의 명예를 회개하고 노회가 저질렀던 잘못을 회개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회의 주기철 목사 복권 결정은 이처럼 교단 안팎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가진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보는 바는 총회가 교단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과 이를 통해서 한국교회 내에서의 자리매김을 더욱 확실히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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