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특집 대담/ 오정호 목사·박용규 교수


500주년은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행사 중심 아닌 개인과 교단, 교회 개혁하는 동력 필요
개혁주의 매뉴얼 <참된 장로교회> 귀한 활용도구 되길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세계의 개혁교회들이 분주하다. 종교개혁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독일의 비텐베르크 성(城)교회는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인근 광장과 루터박물관에는 일찌감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교단을 비롯한 한국의 개혁교단 역시 저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제100회 총회 직전 <참된 장로교인>이라는 의미 있는 책이 발간됐다. <참된 장로교인>은 장로교회가 추구하는 신학과 신앙의 정체성, 나아가 삶의 지침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개혁주의 매뉴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10월 31일 498주년 종교개혁일을 앞두고, <참된 장로교인> 출간에 앞장선 오정호 목사(대전 새로남교회)와 집필에 참여했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가 자리를 함께 했다. 종교개혁기념일에 즈음해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단의 정체성, 그리고 침체와 퇴보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함께 찾기 위해서였다. 신학자와 목회자의 만남은 점점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는 신학과 목회를 종교개혁 관점에서 일치와 발전을 모색하는 뜻 깊은 기회였다.<편집자 주>

 


▲먼저 <참된 장로교인>에 대한 소개와 의미를 오정호 목사에게서, 이어 박용규 교수로부터 신학적 가치와 평가를 물었다.

오정호 목사(이하 오 목사): 2009년 칼빈 탄생 500주년을 즈음해 칼빈의 사상을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전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실질적인 개혁주의 매뉴얼을 손에 들려주고 싶었는데, <참된 장로교인>이 그 결실과 열매여서 감사하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무엇을 믿으며, 뿌리가 무엇인지, 세계관이 무엇이며, 삶의 대한 문제와 성장을 총망라한 매뉴얼이다. 신앙의 고백이 생활에 녹아든 생활신앙으로 쓰임 받기를 바란다.

박용규 교수(이하 박 교수): 우선 총신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교단의 프로젝트, 그것도 신앙과 삶을 다루는 집필은 제가 아는 한 처음이다. 교단 내 교회나 목회자, 성도를 염두에 두고 권위 있는 교수들이 집필한 것은 의미가 있다. 장로교회의 정체성과 신학, 장로교인의 삶의 방향성, 최근의 이혼과 성적 타락 등 세속화 도전이 많은 이때 신학적, 윤리적 답변을 시도했다는 점은 시의적절 했다. 2년 뒤면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바탕으로 장로교회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 대한 평가가 냉혹하다. 성장을 추구하지만 교세는 감소하고 있다. 점차 거세지는 교회 거부감은 신앙과 삶의 불일치에 기인한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이들이 말하는 문제분석과 대안을 들어보자.
 

▲ 오정호 목사(대전 새로남교회)

오 목사: 기성세대가 직분에 합당한 의식과 역할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명분과 실제가 일치할 수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교인감소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발등의 불인 다음세대를 살려야 한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노력은 더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건강하고 분명한 신앙의 정체성을 갖고, 이를 전수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참된 장로교인>이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박 교수: 칭의론에 있어 장로교 역시 구원의 확신을 심어주는 의도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교리화 되면서 신앙과 삶이 괴리되기 시작했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 동시에, 구원받은 사람은 말씀대로 살아야하는 불가분관계다. 한 쪽만 강조한 구원이 되다보니 삶의 변화와 변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성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피조물이라 말하면서도 구원과 의의 열매를 동시에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성경의 원리를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목회자들이 경건한 삶을 따르고, 강단과 삶의 일치로 롤 모델이 돼야 한다.
 
▲다음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화두에 놓았다. 역사적인 500주년을 기념함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할 본질, 이에 대해 ‘행사지양’, ‘변화 추구’에 이구동성이었다.

박 교수: 종교개혁은 일치였다. 그러나 종교개혁 행사조차도 개혁교회들이 나눠서 진행할 모양새다. 이것은 종교개혁 정신을 망치는 것이다. 어떻게든 하나의 모습을 한국교회가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종교개혁 500주년 의미를 살리는 것이고,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행사 중심이 아니라 정신을 본받는 기념으로 나가야 한다. 2007년의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과 2009년의 칼빈 탄생 500주년에서 보았듯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행사로 치우친 경향이 짙었다. 건물 중심, 물질중심으로 나가다보니 중세교회가 타락했다. 그것을 사람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종교개혁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중세말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개인을 개혁하고, 교단을 개혁하고, 한국교회 전체를 개혁하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한국교회는 믿음을 앞세워 개인 비전을 정당화화는 경향이 많다. 강단에 그리스도가 없어지고 있다. 개혁주의를 외치지만 개혁주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 목사: 종교개혁의 모토가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다. 이를 통해 오직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시대정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따라가야 한다.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것은 예배뿐 아니라 일터에서도 확대된 예배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 또한 자기를 부인하고 살아가는 삶을 강조해야 한다. 종교개혁의 마지막 열매가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되는 것이냐가 모든 것을 가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 본다.

▲순전한 말씀 선포로 진리를 재발견한 종교개혁 정신에 입각해 한국교회의 위기는 곧 온전한 말씀 선포와 말씀대로 사는 희생이 없는 결과물이라는 지적에, 신학적·목회적 대안을 이렇게 풀어갔다.

오 목사: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주님이 주신 것에 감사하다면 시선을 주님께 고정시켜야 한다. 목회자나 성도 모두 삶의 형편은 다르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주님과의 관계와 첫사랑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목회자에게 이 관계는 하나님 뿐 아니라 양떼와의 관계도 포함된다. 목회자는 목양일념을 가져야 할 목양자다.

우려되는 것은 교회 크기, 도시교회냐 농촌교회냐, 기성교회냐 신생교회냐 등 소위 진영논리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회의 기능이 얼마나 작동이 잘 되냐는 것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의 유기체로서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성경 중심으로 의식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말씀의 굴절현상이 나타난다. 우리가 두려워할 분은 주님밖에 없다. 소통을 잘해야 되겠으나 인기나 반응에 사로잡혀 진리를 꺾으면 안 된다. 진리는 원래 부담스럽고 힘든 것이다. 성도와 신뢰가 있으면 있는 그대로 말씀을 전하면 된다. 일관성과 바르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말씀 선포에 있어 진정성이 공감대를 가질 것이다. 시대에 편승하면 서로가 망하게 된다. 유행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 진리를 따르는 사람으로 서겠다는 사명감의 재각인이 중요하다.
 

▲ 박용규 교수(총신신대원·교회사)

박 교수: 엄밀하게 말하면 강단의 설교도 전도였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목회자들은 전도하면서 교회자랑, 목사자랑, 설교자랑을 하라고 했다. 가장 교회 중심의 전도방법인 것 같지만, 여기에는 그리스도가 없다. 이는 개교회주의 심화와 교회를 경쟁관계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폐단으로 강단에서 그리스도가 사라지고, 교회가 높아지게 했다. 에드워즈는 참된 부흥과 참된 성령의 여부를 그리스도를 높이느냐로 분별기준으로 삼았다. 한국교회 강단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또 하나는 성장 중심의 메시지가 한국교회 강단을 지배했다. 그러나 성경은 끊임없이 한 생명의 양육에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교회의 방향지향과 강단의 메시지가 성장 중심으로 나가다보니 한 영혼에 대한 성경의 말씀과 거리가 먼 방향으로 갔다. 장로교회 전통을 계승하면서 대형화를 추구하는 물량주의를 버려야 한다.

신학교 교수들도 한국교회 위기의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신학교수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교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신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포함한 자기반성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교단이 개혁신앙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최근 문자주의 또는 근본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박용규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박 교수: <개혁주의와 미국>이라는 책에서 개혁주의는 세 가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결의(독트린)’, ‘경건’,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조화를 이뤄야 이상적인 개혁주의다. 우리 교단이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이뤄가고 강조한다면 개혁주의를 분명하게 심어줄 수 있고, 교인들에게 신앙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빈과 언더우드가 보여준 것은 분명한 신학정체성을 가지면서도 분리주의로 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끝으로 오정호 목사는 <참된 장로교인>은 계속 업그레이드되어야 하고, 목회현장에서 잘 활용해 진정한 교회의 부흥에 쓰임 받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했다.

오 목사: 의식화가 되어야 생활화로 연결된다. 이 책은 성도의 자기 정체감을 확고히 할 뿐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가 더불어 동역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좋은 도구이다. 성도의 무장에 탁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부모가 자식들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듯이, 교회 안의 다음세대를 전략적으로 살리는 일이 필요하다. 건강한 신앙계승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다음세대의 마음속에 주님의 영광이 심화되는 마음을 담았다. 이를 위해 권역별로 저자 직강을 열어 책 활용 방법을 알리는 노력할 할 예정이다. 그리고 보다 좋은 책이 되도록 업그레이드도 계속 할 것이다.

진행=강석근 편집국장
정리=김병국 기자 bkkim@kidok.com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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