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사사기
박영선/남포교회출판부/20,000원

사사기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비극적 시대를 증언한다. 하나님을 외면할 때 이스라엘 민족에게 어떤 삶이 펼쳐지는 지 냉정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사기의 건조한 텍스트만 보자면 성경에서 위대한 신앙적 업적이나 은혜의 축복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당혹스럽다.
사사기에 대한 박영선 목사의 정의는 명쾌하다. “사사기는 역사서다. 일어난 일의 기록이다. 가나안에 들어간 승리가 역사이듯이, 그 안에서의 실패도 역사다.” 사실의 기록을 좇아가는 것이 역사서라면 먼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후손들이 자유와 선택을 어떻게 했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패와 좌절을 확인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 기록을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 하거나 뛰어넘게 되면 사사기가 안고 있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박영선의 다시 보는 사사기>는 ‘역사 기록으로서 성경’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입문서다. 그럼 왜 박 목사는 ‘사사기는 교훈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역사서’라는 전제를 견지하고 있는 걸까?
박 목사는 “성경을 다만 교훈이나 해결책을 담고 있는 묘약으로 여기면, 손쉽게 ‘여호와가 답이다’라고 하는 성급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서 “교훈 몇 마디를 얻어내려고 우리에게 역사가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하고 거기서 어떤 확인을 하게 하는 장(場)이 역사인 것이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인류 보편의 질문에 직면하게 하고, 이에 대해 인류가 제시한 답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하신다”고 강조한다.
‘너는 왜 사느냐, 어떻게 살 것이냐, 무엇을 위해 살 것이냐’는 만만치 않은 질문 앞에 서게 되는 것이 역사라고 박 목사는 말한다. 이 질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대답하지 못했고 오히려 선택과 자유를 잘못 사용하여 불안전한 결정을 내렸고 비극적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불완전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선하게 이끌어오셨다. 비루하고 참혹한 인생이라도 하나님의 은혜가 품지 못할 자리는 없다는 것이 사사기 다시보기를 권면하는 은퇴를 앞둔 목회자의 결론이다.
‘성경은 기록이다’는 간결한 명제가 품고 있는 유익함을 확인하고 있자니 사실의 기록보다 사적 해석에 의존한 값싼 교훈만이 부각되는 요즘의 역사교과서 논쟁이 아쉽다.


토박이 신앙산맥1
전택부/홍성사/21,000원

오리(吾里) 전택부 선생은 2008년 소천하기 전까지 방송을 비롯한 곳곳에서 ‘친숙한 어른’의 역할을 했다. 어른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던 시절, 선생의 목소리는 허기진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밥 한 공기였다.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 홍성사는 14종 18권에 이르는
<전택부 선집>을 내기로 했고, ‘한국 기독교회의 사도행전’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그 첫 걸음이다. <토박이 신앙산맥>은 총 3권으로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으면서도 ‘뿌리 없이 자란’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 기독교의 튼튼한 뿌리를 정리하고 있다. 특별히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는 데 헌신한 천민들에 대한 선생의 애정은 남다르다. 한글운동에 큰 공헌을 한 선생의 생애는 간결하면서 흥미진진한 글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라
A.W.토저/규장/16,000원

‘십자가에 못 박혀라’고 강조하지만 토저 역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이 주제가 교회의 건강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위대한 메신저인 토저는 “구원 받는 것이 끝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그리스도가 나타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저가 강조하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삶’은 완전한 겸손과 순종 가운데 온전히 주님께 바쳐진 삶이다. 자아(自我)가 펄펄 살아 있으면 그리스도의 생명이 들어올 수 없다.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으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아름다움과 기쁨과 아들을 주실 것이다. 어렵지 않게 읽히는 문장과 풍부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주제가 영 부담스럽다면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올라온 어느 독자의 말처럼 좋은 스테이크를 대하듯 토즈의 권면을 음미하면 된다.


문득, 당신이 그리워질 때
옥한흠/필로/16,000원

옥한흠 목사의 어록집. 생전의 저서와 설교에서 가려낸 말과 글을 모아 다양한 자료사진과 함께 묶었다. 옥 목사의 목회여정이 어디를 향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인 셈인데, 곁에 두고 오래 펼쳐보게 하려는 의도만큼 편집과 구성에 정성을 쏟았다. 책 곳곳에서 옥 목사는 ‘말씀이 가진 무게와 진정성’을 강조했다. “행여 말은 비단 장수처럼 하면서 실제 삶은 자신이 한 말과 전혀 다른 사역자는 아닌가?”라고 꾸짖기도 했고(203쪽), “말씀을 묵상하며 엉엉 우는 평신도만큼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말씀 앞에서 벌벌 떠는 모습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205쪽). 그래서 “결국, 말씀이 사람을 바꿉니다. 말씀이 무너지면 다 무너집니다”고 피를 토한다(221쪽). 먼지보다 가볍고 칼보다 무서운 언어의 시대에 책은 ‘말은 가슴에서 나와야 한다’는 명제를 증명하고 있다.


왜 용서해야 하는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포이에마/11,000

“이런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책에 나온 사례들만 보자면 용서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 7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남자, 여의도 광장서 화풀이 운전으로 어린아이 둘을 죽인 ‘마지막 사형수 요셉’. 비폭력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목사인 저자가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사례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이다. “용서라니? 대체 무슨 한가한 말인가?”며 울분을 토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그럼에도 용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서가 참기 힘든 인내와 의지가 필요하지만,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하는 데 용서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는 것이다. ‘등에 박힌 총알보다 가슴속에서 자라는 복수심이 더 끔찍하다’는 고백은 용서를 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강력한 마침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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