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워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얇은 데 묵직하고 재미있는 책이 있다. 이번은 후자다. 부담 없는 쪽수와 만만한 판형이지만, 그래서 한 번 잡으면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아가는 책을 소개한다.
 
 
헛된 것에 속지 마라
싱클레어 퍼거슨 / 규장 / 9,000원

방심하고 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정신은 번쩍 들었는데 기분은 나쁘지 않다. 때린 사람이 누군가 뒤를 돌아보니 싱클레어 퍼거슨이다. 개혁주의 신학자이자 설교자인 그는 전도서 핵심주제를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시 행정이 국민의 삶을 피폐하기 하듯 달콤한 거짓 성공을 추구하는 ‘전시 신앙’이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공허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구토제’가 필요하다. 토하는 것이 괴롭고 불쾌하지만 삶을 파괴하는 모든 것들을 영혼 밖으로 토해내라고 강조한다. 왜 그래야 하냐고? 해답에 대한 결정적 힌트는 본문 167쪽에 있다.
 
 
아홉 살 성경
우은진 / 필로 / 13,000원

개그우먼 이성미씨는 아들에게 ‘성경 과외’를 시켰다고 한다. ‘선데이 크리스천’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맥락을 알고 나면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한 셈이다. ‘직장맘’인 저자 우은진은 아홉 살 아들에게 ‘엄마 잠언’을 선물했다. 5개나 되는 큐티지를 만들며 직장이나 집에서 ‘슈퍼맘’으로 살았을 저자는 그 와중에도 은혜 받은 말씀들을 9개 주제별로 모았다. 잠들기 전 동화책처럼 아이들에 들려주는 90가지 잠언은 그래서 달콤하고 맛있다. 아이들 영혼을 살찌게 하는 저자의 ‘베드타임 스토리’는 ‘내 새끼가 씩씩하게 세상을 살기 원하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Who Is Jesus? 예수님은 누구신가
그렉 길버트 / 규장 / 11,000원

개인이든 사회든 성숙과 발전의 기본은 ‘좋은 질문’이다.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그 중 가장 쉽고도 어렵다. 질문이 사라진 한국의 학교 교실처럼 한국교회 역시 질문엔 인색하다. 질문하지 않는 교인들과 쉽사리 질문을 던지지 않는 목회자들의 어색한 동거는 한국교회의 신앙이 맛있게 숙성되는 데 방해물인 셈이다. 예일대를 졸업한 목사 그렉 길버트는 ‘예수는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예수의 정체를 잘못 판단할 때, 결과는 당혹스럽기만 한 게 아니며 끝내 비극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예수님은 누구신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대답은 안해도 예수를 이적을 잘 행하고 좋은 말씀이나 하는 선지자 정도로 알고 있을 교인들에게 쉽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한 저자의 질문은 결국 송곳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