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건강한 상생 모델 제시 (12)4인 4색 귀촌목회

▲ ‘준비하라, 사랑하라, 희생하라.’ 농어촌목회에 도전하는 동역자들과 후배들에게 진안지역 목회자들이 진심을 담아 전하는 메시지이다. 사진 왼쪽부터 신용발 목사, 백종환 목사, 이춘식 목사, 김영화 목사.

왕도는 없다. 정해진 표준도 없다. 결국 목회는 돌고 돌아 자신의 길을 찾는 것. 그것이 농촌목회라면 더더욱 그러할 터이다. 한국농선회 산하 전북농어촌목회연구소(소장:이춘식 목사) 소속 중견 목회자 4명이 10월 9일 진안 배넘실교회에 모였다. 같은 진안지역에서 목회를 하지만 저마다 다른 색깔과 방식으로 사역해왔고, 결국에는 성공적으로 길을 찾은 이들이 기자에게 자신만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각기 해법은 달랐지만 굳이 ‘귀촌’을 선택했던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들은 농촌을 뜨겁게 사랑한 목회자라는 것. 그래서 잦은 실패와 절망의 시간도 극복할 수 있었고, 목양지의 내일을 위해 지금처럼 앞으로도 얼마든지 희생하고 헌신할 자세가 되어있다는 것이다.<편집자 주>
 

▲ 신용발 목사

신용발 목사의 노촌교회 이야기

농촌에서 태어났고, 가난한 동네사람들이 모두 잘 살게 되는 것이 어려서부터 꿈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무원이 되었고, 잠시 도시로 나가 생활한 적도 있지만 결국 고향을 잊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예수를 믿으면 좋겠다.’

결국 마을 한가운데 예배당을 세웠고, 기독교인 하나 없던 마을에 드디어 설교와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목회를 마음껏 펼쳐가기 위해서는 따로 생계를 해결할 수단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직접 벼농사를 짓기로 했다.

진안은 고원지대라 논농사가 유리한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노촌교회가 위치한 동네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비교적 넓고 기름진 들판과 깨끗한 하천 등 농사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과연 벼농사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농법에 의존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유기농법에 눈을 돌리게 됐다.

유기농법은 혼자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이웃과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농가들을 설득해서 농사 방식을 바꾸도록 했다.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했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조금씩 결과가 나타나자 나중에는 많은 이들이 따라하게 됐다.

이제 마을은 정부로부터 유기농밸리로 지정받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쌀은 학교급식용으로 수매된다. 잘 사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 예수 믿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는 꿈에 반쯤은 도달한 것 같다.

요즘에는 한국교회진흥원과 함께 성경의 원리를 따르는 ‘가나안농법’을 적용하여 농사를 짓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큰맘을 먹고 시작해보니 결과적으로 수확도 좋고, 품질도 괜찮아 일단 성공적이란 판단이 든다. 앞으로 시범 농장을 세워 전면적으로 농법을 적용하고, 다른 작물로도 확대해 볼 계획이다.

은퇴 후에도 계속 운영할 계획인 농장이 농촌과 농촌교회의 새로운 희망이 되면 좋겠고, 선교의 도구로도 쓰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백종환 목사

백종환 목사의 덕천교회 이야기

불교와 원불교 신자가 92%를 차지하는 마을에 찾아들어가 22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4% 정도에 불과한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이단 종파의 교인들까지 있어 처음에는 배척하는 분위기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극심했다. 이방인 같은 존재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마을 대소사를 빠짐없이 챙겼고, 일손이 필요한 집이나 어려운 문제를 당한 집에는 봉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매년 마을을 찾아와 농활이며 각종 봉사로 거들어준 도시 교회들의 꾸준한 후원이 큰 힘이 됐고,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한 요구르트 배달사업 또한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다 보니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마을 사무장이라는 책임까지 맡게 됐다. 사무장이 되어서는 마을에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일에 큰 힘을 쏟았다. 특산품인 호박고구마와 고추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향토산업마을로 지정받으며 고구마를 원료로 하는 과자를 생산하는 가공공장도 들여왔다. 매년 여름 마을축제를 개최해 외부인들에게 마을을 알리는 일에도 큰 성과가 있었다.

그 사이에 마을에 기독교대안학교가 설립이 됐고,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출석하면서 교회에는 더욱 활기가 돌았다. 도시에서 찾아온 귀농인 혹은 귀촌인 성도들 또한 큰 보탬이 되어주며 교회는 어느새 준자립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교회가 마을의 분위기를 이끌고 화목과 화합을 주도한다.

개인적으로도 고구마와 땅콩 등의 농사를 친환경농법으로 짓고 있는데,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에는 은퇴를 대비해서 적립해 온 자금을 교회 앞에 내놓고 임야 2000평을 매입했다. 여기에 더덕과 장뇌삼을 교인들과 공동으로 재배하며, 앞으로도 교회가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전국에서 귀농 의향이 있는 이들을 끌어 모으고, 마을의 폐가를 수리해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힘든 과정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힘들다고 미래도 힘든 것은 아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리할 것이다.
 

▲ 김영화 목사

김영화 목사의 용담교회 이야기

용담교회에 부임한 지는 9년째이지만, 농촌목회의 경력은 도합 20년이 훌쩍 넘는다. 개인적으로 면소재지에서 가깝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으며, 부흥의 가능성이 있는 작은 교회를 희망했는데 정말로 하나님께서 그런 환경의 사역지를 허락해주셨다.

그런데 용담지역은 기존의 토박이들이 3분의 1, 인근 수몰지역에서 모여든 이들이 3분의 1, 귀촌인 등 타지 출신 사람들이 3분의 1을 차지하며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 지역이다. 각자 살아온 배경과 문화가 너무 달라, 화합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음악회나 의료선교 등 여러 이벤트도 시도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말씀과 기도 중심의 목회 밖에 다른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양한 이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사역하려면 목회자가 영적 리더십을 확고히 하며, 더욱 경건에 모범을 보여야 했다. 특히 새벽기도회를 부흥의 기초로 삼는데 주력했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역점을 둔 새벽기도회는 지금까지 매일 성경통독, 설교, 합심통성기도, 개인기도 1시간 반 가량 동안 진행된다.

이를 통해 성도들이 총 13차례 성경통독을 하면서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합심기도 시간에는 교회 뿐 아니라 총회와 노회,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기도를 한다. 진안군내 354개 마을과 주민들 한 가정 한 가정을 위해서 지난 6년간 기도해왔고, 하나님이 응답하셔서 이제는 지역사회의 영적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해 매달 한 번씩 짜장면데이를 운영하는가 하면, 목욕봉사를 통해 이웃들을 섬기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제 용담교회는 단독선교사 파송을 꿈 꿀만큼 역량을 갖추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용담 지역에는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농촌을 찾는 인구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북카페 혹은 작은도서관 개설, 일자리와 유통망 개발 등으로 이들이 새로운 터전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들과 함께 더욱 풍성한 목회를 펼쳐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다.
 

▲ 이춘식 목사

이춘식 목사의 배넘실교회 이야기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몰민들을 이끌고 배넘실교회의 전신인 금양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강도 만난 이웃을 돌보는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감당해보겠다는 사명감과 의협심으로 충만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려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아이디어라 여겨 시작했던 사업은 별 성과 없이 접어야했고, 서로 이해가 충돌하는 집단들 사이를 조정하는 일도 난항이었다. 사람들에게 배신감과 환멸을 느껴 목회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목회자 스스로에게 있었다. 대의만 있었을 뿐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로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시행착오와 반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결국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성령님의 인도를 간절히 구하며, 정의를 실현하기에 앞서 긍휼을 베푸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한 결과였다.

이후 친환경농법의 도입, 체험농장 건설, 도농직거래 실시, 도자기 체험교실 개설, 시범마을 선정, ‘산들엄니밥상’이라는 이름의 공동식당 개업 등 기적 같은 열매들을 하나씩 거둘 수 있었고, 마을은 조금씩 변모해갔다.

이 과정에서 형제교회로 결연을 맺은 산정현교회를 비롯해, 여러 도시 교회와 단체들의 엄청난 사랑과 은혜를 입었다. 그들의 헌신적인 동역 속에서 마을도, 배넘실교회도 풍요를 맛볼 수 있었고, 이제는 ‘바이블랜드’라는 새로운 마을 프로젝트까지 꿈꾸게 되었다.

결국에는 하나님이 하신 일들이다. 기드온과 300용사들이 거둔 승리가 결국에는 하나님의 승리였던 것처럼, 사람들의 눈에는 결코 선한 것이 나오지 못하리라 보였던 동네가 오늘날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성장한데는 하나님의 은혜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제는 배넘실교회가 농촌교회의 좋은 모델로서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배넘실교회와 같은 뜻을 가진 교회가 300개만 세워진다면 무너져버린 한국교회의 위상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통일조국이 이루어졌을 때, 북한의 농촌과 농촌교회를 재건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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