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의 평준화 정책과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제도가 기독교학교의 기독교교육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독교학교 운영 성패 ‘교육 자율성’이 열쇠
현행 교육과정서는 기독교교육 진행조차 어려워 … ‘평준화 정책’ 개선운동 전개 필요
 

자녀를 기독교학교로 진학시키는 기독학부모 대부분은 자녀가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원한다. 기독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는 기본적으로 자녀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훌륭히 교육할 수 있으면서도 학문적으로도 탁월한 교육이 가능한 학교이다. 더욱이 그 학교가 교육과정뿐 아니라 경영, 행정, 교사훈련 등 학교 전반적인 운영이 기독교적으로 공의롭고 정직하게 운영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상적인 기독교학교가 운영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자율성 확보이다.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을 받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할 자율성,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을 가르칠 교사를 선발하고 교육할 자율성,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실행할 자율성,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해 학교를 운영할 자율성. 이 같은 교육의 자율성 확보가 없다면, 기독교학교로 존립 자체가 힘들다. 문제는 현재 한국 교육체제 하에서 기독교학교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학교 대다수가 이러한 자율성을 가질 수 없는 법제도적인 한계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를 이끈 초기 기독교학교

한국의 근대 학교교육은 선교사들이 세운 미션스쿨(mission school)에서 시작됐다. 1884년 9월 22일 미국 북장로교 의료선교사 알렌(H. N. Allen)이 한국에 도착하고, 이어 북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H.G.Underwood)와 북감리교회의 아펜젤러(H.G.Appenzeller)와 스크랜튼(M.F.Scranton) 부인 등이 입국했다. 이들 선교사는 지상명령으로서 선교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경신, 배재, 이화, 정신 등 학교를 세우고 기독교학교교육을 시작했다.

선교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던 기독교학교는 이후 기독교 신앙에 입각해 정의와 애국심을 가르치면서 민족교육의 보루가 됐다. 특히 일제의 억압에 저항하는 항일 정신을 고취하는 교육을 통해 일제 식민지 시대 항일운동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이후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기점으로 한국교회들을 중심으로 교회부설 초등학교 설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러한 기독교 초등학교 설립에 비기독교인인 민간인들이 기금을 모아 참여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이렇듯 한국 근대화 초기 선교사들이 설립한 기독교학교는 지역 복음화는 물론 한국의 개화와 근대화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당시 기독교학교가 설립되고 존재했던 방식은 현재 기독학부모가 꿈꾸는 이상적인 기독교학교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교육과 신앙이 상호 깊은 연관을 가지고, 기독교 신앙이 교육이념은 물론 각 교과목과 경영, 행정 전반에 스며들어 있었다. 특히 기독교학교들은 ‘기독교적 민족주의’를 지향한 교육으로 국민 전체의 사랑과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기독교학교 대부분은 초기 기독교학교의 설립이념과 존재방식을 상실한 상태이다. 왜일까?
 

기독교교육 가로막는 평준화 정책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기독교대안학교를 제외한 기독교학교는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교육의 ‘평준화 정책’ 때문이다. 평준화 정책은 1969년 시행된 중학교 무시험제도와 1974년에 시행된 고교 평준화제도를 일컫는다.
당시 정부가 평준화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지위고하와 경제적 차이를 초월해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교육의 평등과 공공성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는 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를 포함한 전체 중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의 개별적인 학생선발을 금지하고 추첨에 의해 학생들을 학교에 배정하도록 했다. 즉, 평준화 정책으로 사립학교였던 기독교학교들은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잃었다.

평준화 정책 이전에는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선발했던 기독교학교에 비기독교인 및 타종교를 믿는 학생들도 추첨에 의한 입학이 결정됐다. 긍정적으로는 비기독교인인 학생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가르치고 전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에 부딪혀 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2004년 서울 대광고등학교에서 강의석 군의 학내 종교자유 시위와 이후 법정 소송을 들 수 있다. 강의석 군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의 평준화 정책에 따라 미션스쿨인 대광고등학교에 추첨에 의해 입학이 결정됐다. 대광고등학교는 건학이념에 따라 입학식 때 기독교 이념에 따라 교육을 받겠다는 선서를 진행했고, 교육과정에 매주 학년 전체가 참석하는 예배와 매일 아침 진행되는 학급예배가 포함돼 있었다. 이를 개인의 종교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생각한 강의석 군은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당시 한국사회는 미션스쿨인 대명고등학교가 학생 개인의 종교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했지만,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할 자율성을 잃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종교’로 조차 교육하기 힘든 현실

현행 교육체제 하에서 기독교학교는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정부가 제시하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따라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경우는 2011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교양 선택과목으로 ‘종교학’이 개설돼 있지만, 종교학 교육과정에서 특정 종교에 관해서만 다룰 수 없다. 올해 9월 23일 교육부가 고시한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종교학을 “종교와 연관된 지식, 경험, 생활 등에 관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안목과 태도를 기르기 위한 과목”이라 정의하고 “종교학 과목에서는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 종교에 관한 성찰적 안목과 태도를 기르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종교 문화 이해력, 비판적 성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다문화 감수성, 윤리적·사회적 실천 능력 등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고 그 성격을 명시하고 있다. <표>에서 내용 체계를 확인해 보면, 종교학의 성격을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편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는 교육과정 상 종교교육에 대한 지침이 전무하다. 즉 현행 교육체제 하에서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계 사립학교를 위한 교육과정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학교 대부분은 건학이념에 따른 기독교교육은커녕, 종교학 교과 수업조차 신념에 따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현행 교육체제 하에서 사립학교이면서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기독교학교가 기독교교육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준화 정책에 대한 법제도적인 개선 운동을 전개해 평준화 정책 자체에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기하고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을 선택하는 방법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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