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기 프로그래머(필름포럼)

추석이 지나고 곧 추수감사절이다. 기독 문화계에도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관객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루카스>로 잘 알려진 공연 단체 ‘문화행동 아트리’가 오는 11월 1일 선한목자교회 비전홀에서 뮤지컬 <요한계시록>으로 관객을 찾아 간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는(아트미션) 9월 19일부터 29일까지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한국기독교미술 50년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기독 미술인으로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고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과 기독 미술인 190여명의 작품이 출품된 대규모 전시회였다.

또한 기독교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에서는 개관 4주년을 맞이하여 필름포럼 2.0 시대를 선포하고 이 시대에 ‘진정한 복음과 회복이 필요한 곳은 교회’라는 비전으로 기독교영화 수입과 배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 4월, 제1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전한, ‘약할 때 강함 되시는’의 작곡자이자 동성애자였던 찬양사역자 ‘데니스 저니건’의 고백과 극복의 감동스토리 <싱 오버 미>를 9월 24일 필름포럼에서 개봉하였다. 기독교방송국 CBS에선 기독교영화 보급을 위해 ‘CBS시네마’를 설립하고 오는 11월에 첫 번째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작곡자이자 노예무역선의 선장이었던 ‘존 뉴턴’목사와 흑인 노예 ‘사무엘’을 그린 <프리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려 한다. 지난 2008년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전신인 서울기독교영화제 개막작으로 올랐고 이듬해 개봉한 영국의 노예무역을 폐지한 ‘윌리엄 윌버포스’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생각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맺은 결실을 추수하고 감사하는 때에 이처럼 다양한 공연과 전시,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관객들은 잘 모른다. 특히 교회 관객들은 이런 크리스천들을 위한 기독교 문화가 있는지 조차도. 올 한 해 동안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영화들을 보면 천만관객을 넘긴 <베테랑>, <암살>, <어벤저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순이다. 흥행 10위권에 포진된 영화중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와 메이저 한국영화를 제외하곤 예술영화나 기독교영화는 없다. <제자, 옥한흠>이 6만여 명으로 선전하였고, <신은 죽지 않았다>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고 대중들이 대중문화, 영화를 향유하는 횟수나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올해 같은 기간 작년보다 오히려 전체적인 관객 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갈수록 문화적 편중 현상, 즉 쏠림 현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큰 기획 미술전이나 뮤지컬 공연등도 마찬가지이다. 대중이 재미있어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당연한 현상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나 큰 공연은 그 만큼 많은 자본과 마케팅을 투입하여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오고 그 작품들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산업시스템으로는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적이다. 그러나 같은 한 교회 안에 있지만, 사랑받지 못하거나 소외되어 상처 받은 이웃 중 누군가를 우리 주님께선 ‘데니스 저니건’에게 그랬던 것처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지 않을까?

스크린에 투영된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보면서 나를 바라본다. 믿음의 선배들의 삶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이처럼 영화나 예술은 그 속에서 나를 보고 아름다운 심미안적 선을 개안시킨다. 그것은 자본으로만 할 수 없다. 기독교의 아름다운 가치인 사랑으로 대상을, 타인을 바라보고 느끼며 사유한 결과물이 대중을, 교회를 울릴 수 있다. 그러면 교회 대중들은 그 영화를 그 공연을 그 전시회를 찾아 갈 것이다. 비단 기독예술인만의 몫은 아니다. 대중들도 자본이 던지는 달콤한 초콜릿만 받아먹기 보다는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주위를 한 번 만 둘러보면 생명이 깃든 사랑의 열매가 생각보단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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