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시인)

깊어가는 가을, 길가에 코스모스가 새색시처럼 수줍은 웃음과 향기로 반겨준다. 하얀 빛깔, 분홍 빛깔로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노라면 향긋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다. 풍년초, 들국화, 금잔화를 비롯하여 이름 모를 들풀들도 반겨준다.

그런데 이러한 꽃들이 잘 닦여진 길 위에 핀 것을 보았는가? 아무리 좋은 코스모스 씨를 길 위에 뿌린다 할지라도 길에서는 꽃이 필 수도 없다. 반면 황무한 들판이나 버려진 땅이라도 거기에 꽃씨가 뿌려지면 가을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 꽃이 피는 땅은 아스팔트나 신작로 같은 도로가 아니다. 버려진 땅과 황무지, 폐허에서 핀다. 황무지에서 백합, 장미, 데이지도 피고 수많은 들꽃들이 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가 힘들다고 할수록 더 눈물로 꽃씨를 뿌려야 한다. 절망과 탄식의 노래만 할 때가 아니다. 주저앉아 원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황무지일수록 더 눈물로 꽃씨를 뿌려야 한다. 패배와 좌절을 넘어서 다시 일어서서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한다. 칠흑 같은 밤을 지나서 밝아오는 새벽 여명처럼, 거친 폐허 위에서 꽃은 피어난다. 우리 눈앞에 피어나는 저 수많은 가을꽃들은 어김없이 버려진 들판과 길가에 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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