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창조적 적용은 실천을 격려한다
 

적용이 빠진 주해는 설교 준비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설교란 본문의 의미 위에 세워져야 하며, 본문의 의도를 따라 오늘의 청중에게 증거하는 것이다. 설교란 본문의 의도를 오늘의 청중들에게 연결하는 설교자의 묵상을 통해 완성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설교란 적용을 통해 완성된다.

설교란 청중들이 살아가는 상황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매 순간 청중들의 상황 가운데 진리와 생명의 말씀으로 찾아오시는 사건이다. 성경의 가르침이 오늘날 청중들의 현재적 삶에 파고들어 그들의 삶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용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설교의 ‘마지막 손질’이다. “일상생활에 적용하지 못하는 강해설교는 마치 한쪽 편에만 연결되어 있는 다리와 같다”는 존 스토트의 지적은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정당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적용해야 하는가? 물론 설교를 듣는 청중들이 적용 대상이다. 부연하자면, 청중들은 다양한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남녀노소,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 성숙한 사람과 미숙한 사람, 정직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사람, 영에 속한 사람과 육에 속한 사람 등등. 여기서 우리는 앞서 살핀 대로 회중 분석을 따라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트림프(C. Trimp) 교수는 “설교자는 이 교인들을 항상 생각 속에서 자신의 앞에 두어야 하고, 계속해서 책상 앞에서 설교를 기록할 때 이 회중에게 말해야 한다”고 지혜롭게 조언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회중들에게 무엇을 적용해야 하는가? 송인규 교수는 <성경,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서 자연스럽게 적용을 촉발하는 계기를 명령, 약속, 모범, 교훈 등 네 가지로 소개한다. 설교자는 네 가지 범주를 염두에 두고 본문 주해를 통해 얻어진 석의주제와 석의대지들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석의주제와 석의대지들은 아직 설교자의 묵상을 통과하지 않은 설교의 1차 재료들이다. 이 재료들은 설교자의 묵상을 통해 청중들의 삶에 접목되어 설교주제와 설교대지들로 변환된다. 따라서 회중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것은 묵상을 통해 회중들의 삶에 연결된 설교주제와 설교대지들이다.

이런 점에서 설교자는 본문 주해와 동떨어진 자신의 의도를 본문에 강요하거나 주입해서는 안 된다. 설교자는 오직 하나님 말씀만을 풀어 강해하고 적용하는 ‘하나님 말씀의 봉사자’로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설교자의 목회적 의도가 설교에 투영되거나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설교자의 목회적 의도는 반드시 선택된 본문의 주해에 기초해야 하며, 언제나 성경 말씀의 다스림을 받으며,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을 꿇고 성도들의 영적 유익을 위해 조정되어야 한다.

적용의 대상이 다양한 것처럼 적용내용도 다양하다. 개혁파 설교학의 아버지인 안드레아스 게르하르트 히페리우스(Andreas Gerhard Hyperius)는 성경에 기초하여-딤후 3:16~17, 롬 15:4-구체적인 적용의 다섯 가지 영역들을 제시하였다. 바른 교리를 가르치고, 거짓 교리를 책망하며, 악을 꾸짖어 바르게 하며, 기독교의 덕성을 배양하는 의로 교육하며, 성경으로 안위함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다. 이것들은 단 한 가지 목표를 지향하는데, 곧 하나님의 사람을 온전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설교자의 잘못된 적용은 성경의 의도를 빗나가고 만다. 설교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관점에서 적용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에서 성경이 의도하는 바를 따라 적용해야 한다. 적용에 있어서 설교자는 최소한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적용은 창조적이어야 한다. 창조적 적용을 한다는 것은 성경의 옛 진리를 오늘날 새로운 모습으로 성도들의 삶에 연결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창조적 적용이란 명분으로 옛 진리마저 바꾸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창조적 적용은 청중들에게 긍정적인 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할 것이며, 실천에 옮기도록 격려할 것이다.

둘째, 적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구체적 적용이란 청중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중들에게 성경 읽기를 권면할 경우, “성경을 읽으세요”라고 하기보다는 “하루 세 장씩 성경을 읽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권면하는 것이 좋다. 셋째, 적용은 실천 가능해야 한다. 성도들의 삶에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적용은 언제나 실천 가능해야 하고 또한 측정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나님의 복음을 위한 성도들의 사랑의 봉사를 격려할 경우, 교회에서 조를 짜서 한 달에 한 번 양로원 방문이나 고아원 방문을 실천할 수 있다. 막연한 적용은 막연한 행동을 낳고 또한 막연한 행동은 행동의 변화를 측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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