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정체성 확립 큰 역할 기대 … 위상·기능 명확한 지침 필요

▲ 총회장 박무용 목사가 총회 역사위원회 설치를 허락하고 있다.

총회 역사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100년 총회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마땅하고도 환영할만한 결정이다.

한국기독교선교 1세기를 넘어서면서부터 대부분의 교단에서 역사와 관련된 헌의나 관련 기구결성에 대한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다른 교단이 비슷한 사안에 대해 전담 기관을 구성하거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들에 대해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반면 우리 총회에서는 그 동안 단회적 처방이나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2년 전 영광 염산교회 국가 사적지 지정을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고, 지난 회기에 마침내 염산교회가 최초의 총회 순교사적지로 지정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마침 100회기라는 뜻 깊은 시점을 맞은 올 총회에 남부산남노회에서는 총회 역사위원회와 역사자료실 설치를 청원하는 헌의안을 제출했고, 염산교회순교자기념대책위원회에서도 역사문제를 전담하는 상설기구 설치를 청원했다.

또한 총회 기간 제100회기를 기념하는 감사예배를 열면서, 초창기 선교사들을 비롯해 역대 총회의 공로자들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는가 하면, 평양노회로부터 면직됐던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복직을 만장일치로 결의하는 등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금번 총회에서 여러 차례 마련되었다.

특히 총회장 박무용 목사가 취임사를 통해 첫 번째 공약사항으로 역사위원회 설치를 내세운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 목사는 “개혁주의 신앙에 기초한 우리 총회 100여년의 역사의 정체성 확립에 힘을 쓰겠다”면서 이를 위해 “민족 복음화의 시작으로부터 지난 100년 총회의 모든 역사 기록과 자료 및 교회 유적지와 인물 등 모든 역사에 대한 분류, 보관, 전시, 평가, 교육에 관한 모든 일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사위원회에는 구성 직후부터 많은 업무들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번 총회에 상정된 총회 역사자료실 설치, 죽산 박형룡 박사 기념사업과 관련된 업무, 염산교회순교자기념대책위원회가 마무리 짓지 못한 국가사적지 지정 추진 등 굵직한 사안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순교자기념사업부 등 관련 기관과의 업무 조율 및 협력, 교단 산하 전국 교회에 산재한 수많은 역사적 유물들과 역사자료들에 대한 발굴 작업 및 관리, 총회 100년 역사의 정확한 평가와 체계적 정리 및 교육자료화 등 더 많은 과제들이 주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역사위원회에는 출범 단계에서부터 그 위상과 기능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제시될 필요가 있으며, 역사와 문화재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조직과 사업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미 수년전부터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타교단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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