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통일세대프로젝트’의 통일세대들이 독일통일에 영향을 끼쳤던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 앞에서 한반도 통일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통일현장서 ‘준비된 통일’ 연습하다

‘반면교사’ 독일서 진행된 ‘통일세대 프로젝트’ …현실적 통일 가능성 확신 ‘큰 수확’
독일교회 역할 확인하며 분단극복 사명감 발견… ‘비전을 현실로’ 가치 확인하다



준비된 통일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통일대박론’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쪽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국가경쟁력 제고로 제2의 한강을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통일을 경제적 잣대로 접근한다는 비판을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준비된 통일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이뤄낸 독일은 통일을 이뤄야하는 우리에게는 교과서와 같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형태도 그렇고, 한강과 라인강에서 이룩한 기적은 유사하다. 또한 45년간의 분단과 단절에 따른 통일 욕구 약화와 부정적 시각 확산, 세계열강의 역학관계 등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여준 환경 역시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한반도와 너무나 비슷하다.

그러나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마침내 통일을 이뤄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현재의 독일의 모습에서 통일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을 반면교사 삼아 통일을 연습하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특혜임에 틀림없다.

‘통일을 연습함’. 이는 넓게는 남과 북, 완전체가 되었을 때의 상황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준비한다는 의미일 것이고, 좁게는 우리 입장에서 하나가 될 북한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 확실한 것은 한반도 통일에는 반드시 연습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 통일세대들이 체코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혁명에 앞장섰던 카렐 스르프 옹으로부터 ‘실천하는 신념’에 대해 강의를 듣고 있다.


통일세대들, 통일을 연습하다.

(사)기독교북한선교회(이사장:김관선 목사)가 진행하고 있는 ‘통일세대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 땅의 청년들과 탈북민들에게 전쟁연습이 아닌 통일연습을, 분단의 가치를 통일의 가치로 바꾸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사역이다.

통일세대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진행됐다. 그동안 통일세대프로젝트에서 얻은 가장 큰 유익은 통일을 ‘가능태’가 아니라 ‘현실태’로 인식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저 통일을 소망하는 수준이 아니라 통일을 현실로 인식케 하는 선명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통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것에는 통일로 향해 나아가는 동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15통일세대프로젝트’에서 14명의 젊은이들이 독일의 통일된 모습과 동유럽의 체제전환 현장을 보면서 한반도 통일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다.

14명의 신학생과 탈북민들은 열흘간의 일정에서 독일의 통일과정을 배우고, 통일현장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45년간의 분단 흔적이 있는 곳에서는 이산가족의 애환을 가슴 속에 안고 왔다. 동유럽에서는 체제전환을 위해 앞장섰던 혁명가와의 만남과 남북한을 오가며 한반도 미래를 고민하는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남북의 공존공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보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후의 과정 역시 통일연습 그 자체였다. 북한의 실상, 독일 통일의 전후 과정 등에 대해 공부했으며, 이를 연구자료로 만들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기도제목 나누기와 메시지받기 등의 활동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통일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평범한 젊은이들이 통일세대로 거듭났다. 통일에 대한 의식과 지식이 전무했던 젊은이들이 통일을 현실태로 인식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하게 만든 것은 바로 통일을 연습함 때문이었다.
 

통일세대들, 통일을 실천하다.

통일세대의 통일연습은 그저 다짐이나 공허한 약속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번 ‘2015통일세대프로젝트’에는 탈북여성이자, 통일사업가를 꿈꾸는 엄에스더 양이 참여했다. 엄 양은 ‘유니씨드’라는 대학생 통일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이기도 하다. ‘유니씨드’는 통일을 준비하는 대학생자원봉사단체다. 여기에는 탈북민 대학생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여기 유니씨드 활동에 ‘2015통일세대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동참하기로 했다. 비록 모든 멤버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탈북민과 어울려 통일을 준비하고 연습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통일세대프로젝트 구성원은 총신대학교와 총신신학대학원 학생 및 졸업생들이 대다수였다. 독일 통일에 있어 교회의 역할을 생생하게 배운 신학도들은 저마다의 사역지에서 통일목회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동서독 분열 속에 보여주었던 독일 교회의 역할을 목도하면서, 이념과 체제를 뛰어 넘는 십자가의 가치로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발견한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와 ‘아직’으로 보고 있다. ‘아직’을 남북한의 완전한 통일로 보는 것이라면, ‘이미’는 한반도 통일은 벌써부터 시작되었다는 관점이다. 그러면서 탈북민이 남한에서 생활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탈북민들이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서 조화를 이뤄가며 정착하는 그 자체가 한반도통일의 바로미터요, 예행연습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열흘간 남한의 청년과 북한의 청년들이 함께 생활한 통일세대프로젝트는 최적의 통일연습의 장이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남북한의 몰랐던 체제와 사고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통일에 대한 목표를 공감하는 과정이야말로 통일을 제대로 연습한 것이었다.
 

다섯 번의 ‘통일세대프로젝트’에서 배출된 통일세대는 극히 소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한반도 통일을 ‘현실태’로 인정하고, 통일 준비를 위해 구체적으로 연습하려는 젊은이들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 통일세대들이 체코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혁명에 앞장섰던 카렐 스르프 옹으로부터 ‘실천하는 신념’에 대해 강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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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통일세대프로젝트 공동단장 강웅산 교수 

“통일의 일상성 공유하고 앞장서야”
통일세대 변화 깊은 감동…구원 관점서 통일 바라보자
 

“우리 학생들이 외국인들에게 한반도 깃발에 통일메시지를 받고 북한 현실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이 기특한 동시에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현실에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5통일세대프로젝트’ 공동단장으로서 14명의 통일세대와 함께 열흘간 동고동락했던 강웅산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는 한반도가 세계 유일 분단국인 현실에 대한 참담함과 통일을 이룬 독일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통일을 연습하는 통일세대들의 변화에 감사함이 짙게 배여 있었다.

조직신학자이자, 강단에서 구원론을 가르치는 교수답게 강 교수는 한반도통일을 구원론의 관점에서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덧붙여 철학 없는 통일을 경계했다.

강웅산 교수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유럽의 역사와 식민지화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 성급하고, 철학이 없고,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성을 안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분명히 하나님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구원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웅산 교수는 구원론을 통일신학의 근간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통일전문가는 아니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구원역사를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구원론의 핵심 역시 갈라졌던 것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원의 완성관점에서 통일은 동일선상입니다. 이것은 인권과 정치 차원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이 땅에서의 하나됨을 위해 연습하고 실천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강 교수는 왜 통일에 있어 구원론을 거론했을까? 여기에 대해 강 교수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한다. “구원을 누리는 교회마저도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선명한 신학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욕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기 때문에 통일의 저변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은 한국교회가 통일에 있어 담론조차 부재한 이유는 바로 진영논리에 함몰됐기 때문이며, 구원론에 입각한 통일철학과 통일신학 수립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강웅산 교수는 ‘연합’과 ‘일상성’을 강조했다. 우선 연합에 대해 강 교수는 “구원론에 근거해 교회는 먼저 교회 안에 그리스도의 연합을 가시화해야 합니다.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다면 어찌 통일에 대한 동일한 목소리를 내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연합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그 다음 실천적인 방편으로 3만에 가까운 탈북민과 하나가 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탈북민은 미래 통일을 연습하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통일의 일상성’을 위해서는 생각의 공유가 우선 과제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구성원들은 통일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부터 통일을 인식하게 만들고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통일세대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며, 학생들과 통일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입니다. 통일 이야기로 통일을 일상화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하며, 바라기는 교단의 지도자들이 통일사명을 감당하는 교단으로 세워주기를 바랍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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