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주교 없는 곳에 교사 파송해 주일학교
어린세대에 초점 맞춰 효과적 선교전략으로


 확장주일학교란
 

▲ 초창기 선교사들에게 확장주일학교 사역은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사진은 서서평 선교사가 말을 타고 전도하러 다니며 아이들을 만나는 모습.

이른 아침 선교사는 교인 40여 명을 데리고 주변 20~30리 안팎의 마을들로 향한다. 마을마다 5명씩 짝을 이루어 들여보내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한다. 이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동안 고정적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생기며, 그러다보면 전담 교역자가 파송되고 예배가 시작된다. 이를 통해 여덟 개 마을에 교회의 기초가 세워진다.

이것이 바로 초창기 선교사들이 한국교회를 일으킨 전략 중 하나였던 확장주일학교(Extension Sunday School) 사역이다. 인력도 자원도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에 확장주일학교는 복음의 지경을 효과적으로 넓혀가는 지혜의 소산물이었다.

확장주일학교운동은 보통 주중에 이루어졌지만, 주일 오후에 교회가 없는 지역 혹은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에 교사들을 파송해 주일학교를 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확장주일학교는 어른들을 대상으로도 진행됐지만, 유교적 사상과 관습이 지배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상 장년보다는 어린세대들에게 주로 초점이 맞춰 이루어졌다.

1927년에 열린 제16회 총회 회의록에는 “대구 남산정교회에서는 신남산에 확장주일학교를 세워 유년주일예배와 공부를 하는 중 80여 명 아동이 모이게 되었다”는 보고가 남아있다.

교회성장과 다음세대 사역이 극심한 침체기를 맞자 극복을 위한 온갖 대안을 모색 중인 한국교회가 요즘 확장주일학교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장통합의 경우 제99회기 정책협의회에서는 다음세대와 기성세대를 함께 일으키는 선교전략으로 확장주일학교운동의 부활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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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교육전통 21세기 목회에 접목
리더스쿨 등 3개 기관 운영, 바른 하나님의 인재 양성 비전 일궈

 

▲ 과거 확장주일학교와 배영학교의 정신을 되살리는 광주서현교회의 어린이교육 현장.

 광주서현교회 ‘배영미래학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다. ‘옛 것으로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알아나간다’는 의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고루한 격언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인류의 지혜는 역사를 통해 꾸준히 축적되어왔다는 점, 그래서 오늘날 닥친 문제의 해답을 과거에서 찾는 것도 현명한 자세이다.

광주서현교회(박은식 목사)가 바로 그와 같은 방식으로 21세기 목회에 도전한다. 핵심은 ‘확장주일학교’이다. 과거 선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해 지속가능한 교회의 토대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현교회의 초창기는 미국남장로교 광주선교부의 확장주일학교 선교전략과 맞닿아 있다. 당시 광주 양림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광주선교부 서로득 선교사는 산 하나를 넘어 광주향교 부근 조씨의 집까지 찾아와서는 어린아이들을 모아 성경을 가르치고, 새로운 지식과 문물을 소개하며, 먹을거리까지 베풀면서 확장주일학교를 운영했다.

이렇게 주중교육으로 시작한 사역이 정식 주일학교를 거쳐, 광주 초기 기독교학교인 배영학교 설립으로까지 발전해 향사리교회(현 광주서현교회)가 성장하는 토대가 된 것이다. 배영학교는 일제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다 1937년 강제 폐교되기까지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냈다.

이런 기억을 발판삼아 서현교회는 100년 세월을 되짚고 다시 확장주일학교 전략으로 돌아갔다. ‘배영미래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현교회는 서현월드리더스쿨 디모데홈스쿨선교원 방과후교실 등 세 기관을 운영하며 교회와 지역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가장 먼저 출범한 서현리더스쿨은 11년 전 광주서현교회에 부임한 박 목사가 배영학교의 정신을 계승해 ‘바른 믿음, 바른 마음, 바른 지혜’를 가진 하나님의 사람을 길러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사역이다.

매주 토요일 성경교육 뿐 아니라 독서교육, 체험활동 등을 통해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특히 매일 성경읽기 프로그램과, 12년 동안 약 800~1000권의 양서를 읽고 충분히 소화하도록 구성된 독서커리큘럼이 돋보인다.

뒤이어 확장주일학교의 정신과 체제를 그대로 이어받은 방과후교실과 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선교원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방과후교실은 과거 미국 크리스천부모들이 청교도적 신앙을 자녀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개발한 SOT(School of Tomorrow)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모데홈스쿨선교원의 경우는 가장 힘겨우면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다. 영유아 보육시설 운영에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전국의 교회 선교원들이 유치원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는 추세에서 오히려 시대를 거슬러 선교원을 다시 개설한 것이다.

반성경적인 성교육 및 인권교육 지침이 기독교 유아교육 현장까지 지배하고, 신앙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교회 유치원에 대한 민원 제기가 일어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선교원 개설을 결심했다고 박 목사는 말한다.

개원한 지 불과 2년차라 아직은 부족함이 많지만 교회 가정 선교원의 연대를 이루어 교육과정을 더욱 충실히 하고, 시설을 확충하면서 선교원을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과거 배영학교의 완전한 복원이 이루어지는 것까지 꿈꾸는 중이다.

박은식 목사는 “요즘에는 신학교 제자나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닿는 대로 교회를 개척할 때 선교원과 같은 교육기관을 병설하도록 권면하고 있다”면서 “교육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하며 실천 가능한 교육운동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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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전도부’ 가동, 초창기 열정 되살려
여러 지역 돌며 자비량 전도 … “복음화율 미흡 제주도 주목해야”

 

▲ 확장주일학교 정신을 계승해 펼치는 낙도선교회의 군산지역 어린이성경학교.

 낙도선교회 ‘연합성경학교’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저희 같은 작은 교회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이번엔 또 어떻게 여름사역을 할 수 있을까? 주일학교 아이들이 보통 2~3명, 기껏해야 5~6명 있는 교회들은 자체적으로 성경학교를 진행하기도 어렵고, 주변 큰 교회들과 연합하여 해보니 아이들이 성경학교가 끝나면 다들 큰 교회로 옮겨갑니다. 캠프에 참여해 봐도 큰 교회 아이들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이 상할 정도입니다.”

낙도선교회(대표:박원희 목사)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순회전도부를 가동한다. 순회전도부는 말 그대로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전도하는 팀으로, 총신대 재학생 3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군산지역 작은 교회들의 연합주일학교를 지속적으로 섬기고 있으며, 올해에도 군산반석교회에서 여섯 교회의 연합여름성경학교를 인도했다.

성경학교에 참석한 60여 명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이 아이들을 기르는 여섯 교회의 담임목사들에게도 연합여름성경학교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얼마나 사랑을 듬뿍 전해주었던지 마지막 날에는 ‘선생님 따라 서울 가겠다’고 매달리는 아이들 때문에 순회전도부 멤버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많은 자원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지만 연합성경학교는 누구의 후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사역이 아니다. 여섯 교회에서 조금씩 거두어 마련한 종자돈 외에는 순회전도부 소속 신학생들 스스로 용돈이나 아르바이트 수입 등을 모아 충당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학업과 일정에 시달리는 젊은 신학생들이 이 힘겨운 사역에까지 헌신하며 꾸준히 지탱하는 힘은 초창기 선교사들로부터 물려받은 확장주일학교의 전통과 정신이다. 박원희 목사는 확장주일학교의 단적인 과거 사례로 서서평 선교사를 모델로 삼아 들려준다.

“서서평 선교사님은 말을 타고 광주선교부에서 20리 이상 떨어진 마을을 찾아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믿는 사람이 생기면 확장주일학교를 열었지요. 이 소식을 들은 미국교회에서 트럭을 후원해주어서, 주일마다 이 차에 교인들을 태우고 마을들을 다니며 확장주일학교를 운영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서서평 선교사의 확장주일학교 사역을 통해 오늘날의 여전도회에 해당하는 전남부인조력회가 처음 만들어졌고, 부인조력회는 이후 성미운동 구제사역 선교사파송 등에 앞장서며 확장주일학교 사역들이 더욱 일취월장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박 목사는 작은 교회들의 목회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다음세대의 복음화율이 극심한 침체를 맞고 있는 현 시점이 바로 확장주일학교의 정신을 되새기고 실천할 기회라고 덧붙인다. 특히 복음화율이 전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고, 다음세대 선교가 벽에 부딪친 상태인 제주도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제주도는 앞서 언급한 전남부인조력회가 이경필 김경신 방계성 등을 선교사로 파송하고, 이들을 통해 추자도 신양교회를 비롯해 협재교회 서귀포교회 모슬포교회 등을 세운 사연이 있는 지역이다.

“제주도는 복음화율은 아직 4.5%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토착인의 복음화율은 겨우 3% 수준입니다. 그래서 제주의 복음화를 위해 여름과 겨울에 성경학교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가능하면 군단위, 읍단위로까지 이 일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굳이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섬길만한 힘이 조금만 있다면 한국의 모든 교회가 확장주일학교 사역에 동참해 이 땅 구석구석에서 자라나는 다음세대를 길러내고, 주님의 교회들을 세워나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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