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교회자립지원 실행위원장 오정현 목사

교회자립지원은 교회와 교단 새 변화 동력…구체적 현장 모델 만들어가야

교단 미자립교회 돕기 사업이 권역별 대형교회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8일 서울 사랑의교회 앞마당에서 열린 ‘도시-농어촌교회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도 그 중 하나로, 총회교회자립지원 실행위원회는 앞으로 직거래 장터를 비롯해 농어촌교회를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전국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 회기 동안 실행위원회를 이끌어 온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를 만나 미자립교회 돕기 사업에 대한 생각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편집자 주>

▲교회자립지원 활동은 단순히 미자립교회를 돕는 차원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우리 교단을 비롯해 한국교회가 새롭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오정현 목사

=저는 한국교회 부흥의 끝자락 세대입니다. 부흥이 어떤 것인지 논리가 아니라 체험으로, 역사로 경험한 세대입니다. 선친이 부산에서 개척교회를 할 때 성인 100명이 교회에 오면, 주일학교는 400명이 모였습니다. 제가 교육전도사로 내수동교회 대학부를 섬길 때는 2년 만에 3명에서 200명으로 성장하는 경험도 했습니다. 남가주사랑의교회를 섬길 때도 1년에 수백명이 늘어났고, 사랑의교회에서는 한 주일에 2000명의 새가족이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부흥으로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흥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입니다. 부흥의 끝자락 세대로 선대와 후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교회자립지원위원회가 단순히 어려운 교회를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섬김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교회에 부흥의 불이 점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자립지원위 실행위원회가 조직되면서 재정 지원 외에 교회가 자립할 수 있는 사역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회자립지원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보십니까.
=구체적인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과 같은 도농간 직거래 장터, 수험생 홈스테이, 명절 고향교회 방문 등이 좋은 사례들입니다. 농어촌교회들을 실질적으로 성장시키는 일도 필요한데, 사랑의교회가 시행하고 있는 에벤에셀실천운동 등이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요즘 피부로 느끼는 것은 목회자들의 연금 문제입니다. 다른 교단에 비해 우리 교단 목회자와 선교사들은 열악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연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고, 일차적으로 방향을 정해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형교회들이 선언적 의미로 펀드를 조성하는 일도 미자립교회를 돕는 신선한 시도일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비판적 시각들이 많습니다.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기독교에 대한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비판도 많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올바르고 신앙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늘 진영끼리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그런 구조가 교회 안에도 들어왔습니다. 모두들 화가 난 채로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습니다. 분노가 일상화됐습니다. 한국교회가 자꾸 서로 싸우다보니 자꾸 사람들이 미시적이 되고 있습니다. 겨자씨 하나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큰 나무가 됩니다. 하나님나라는 이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약한 자가 큰 자가 되는 것, 이 절묘한 긴장과 조화를 기억해야 합니다. 복음이 들어가면 시골 할머니가 세계를 품고 기도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복음은 그랜드 디자인을 가능케 합니다.
강대국들을 비롯해 세상은 제국 논리가 팽배해 있습니다. 인터넷도 강력한 제국입니다. 교회에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인터넷은 당장에 큰 프레임을 걸고 놓고 교회를 공격합니다. 목회자와 지도자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멈춰야 합니다. 교회마저 제국 논리로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교단과 시대를 향한 시대정신은 복음의 그랜드 디자인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제는 분노와 상처와 광기의 사회가 거룩한 숭고함으로 올라가고, 나눠지고 해체되는 사회가 거룩한 융합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거룩한 하나님나라의 논리가 회복되길 기도합니다.
 
▲미자립교회 돕기가 한국교회의 연합과 남북의 평화통일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해 오셨습니다.
=교단마다 생각의 틀은 다르지만, 섬김과 봉사로는 하나 될 수 있습니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한국교회봉사단 단장으로 실무를 책임졌는데, 그때 110만명 자원봉사자들 중에 80만명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이 신학은 다르지만 섬김과 봉사로는 하나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미자립교회 돕기는 다른 교단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단이 제대로 미자립교회를 도울 때 한국교회에 좋은 모델이 되고, 더불어 한국교회의 연합을 도모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 미자립교회 돕기는 남북이 통일되고, 세계선교를 마무리하는 데까지 나가야 합니다. 특별히 통일에는 우리 교단의 역할이 큽니다. 한국교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 교단이 회복되면 한국교회가 회복되고, 한국교회가 회복되면 평화통일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20년 전부터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주체사상에 물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의 다음세대를 회복시키는 일은 정치로, 제도로 불가능합니다. 신앙으로만 가능합니다. 우리 교단이 미자립교회 돕기로 회복되면 그 가속력으로 피 흘림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사랑의교회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오 목사님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가 법원에서 무혐의로 최종 확정이 됐습니다.
=사랑의교회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 교회당 건축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건축이 안 되도록 안티들이 계속해서 모함하고, 시비를 걸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처를 줬습니다. 결국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자, 이제는 건축 중단을 위해 담임목사의 리더십을 훼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18년 전 논문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 문제도 정리되고 나니까 이제는 담임목사 재정 사용을 문제 삼았고, 결국 그것마저 최종 무혐의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교회당 건축을 오직 주님께서 하셨다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만여 성도들이 금식하고 기도하며 건축에 참여했습니다. 사랑의교회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당입니다.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앞에 영적 공공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교회자립지원 실행위원장직을 맡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교회가 교단적으로 감당해야 할 사명이 뭘까를 고민하게 됐고, 그런 가운데 미자립교회 돕기가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공공적 사명이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대담=강석근 편집국장
정리=조준영 기자 joshua@kidok.com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