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산정현교회]

“작은 실천과 공감서 통일 가능성 커지겠죠”
신학생 남쪽 남자와 탈북민 북쪽 여자의 ‘다르지만 같은’ 통일인식
“통일된 한반도 구성원으로 세계 섬기는 통로되길 기도하고 있다”


광복·분단 70년의 해. 이 땅에 하나님 나라 구현을 위해 사명자로 훈련을 받고 있는 신학생들. 그리고 사선을 넘나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아 또 다른 고국인 남한으로 탈출한 탈북민들. 여기에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의 청소년. 우리는 이들을 두고 흔히 ‘다음세대’라 칭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14명의 다음세대들이 제70주년 8·15광복절을 전후로 독일과 동유럽 일대를 다녀왔다. (사)기독교북한선교회와 총신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5통일세대프로젝트’ 일원으로 참가했던 14명의 다음세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 아래서 연합국에 의해 강제로 분단됐다가 기적처럼 통일을 이뤄낸 독일과 사회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로 전환을 이뤄낸 체코와 헝가리 등지에서 한반도의 미래와 통일한국을 배우고 연습했다. 전쟁의 참혹함과 악용된 이데올로기의 잔혹성이 박제된 현장에서는 치를 떨기도 했다. 자유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은 혁명의 자리에서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분단보다 더 어려운 통일의 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통일 DNA’를 일깨우고, 다시금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렇듯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던 ‘다음세대’들이 한반도의 통일에 사명감을 가진 ‘통일세대’로 거듭나는 현장을 동행취재 했다. <편집자 주>
 

▲ 통일독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남남북녀의 주인공 박정인과 엄에스더가 손을 굳게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2015통일세대프로젝트’에 참가한 14명의 단원 중에 눈에 띄는 두 청년이 있었다. 꽃다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박정인(24세). 그리고 통일사업가의 꿈을 이뤄가는 엄에스더(33세). 정인은 목회자의 길 외에 다양한 방면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기다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신학도다. 곱상한 외모와 걸음걸이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 벌써 20개국 이상을 홀로 배낭여행할 정도로 도전의식이 강한 청년이다.

에스더의 경력은 화려하다. 짧게 요약하자면 두 번의 시도 끝에 북한 탈출에 성공한 탈북민이다. 한 차례 탈북 이후 북한 당국에 잡혔다가 기적처럼 풀려난 이후 재차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지 8년째 접어들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에스더는 현재 탈북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통일봉사단 ‘유니씨드’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반도 전역의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당찬 여걸이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저마다의 미래를 준비해 오던 남쪽의 남자 신학생과 북쪽에서 온 여자 탈북민이 통일을 이룬 독일을 방문했다. 신학생으로서, 북한에서 살다고 온 사람으로서 분단 70년의 해에 한반도 통일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남남북녀(南男北女), 그들의 독일탐방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남남북녀의 ‘시시각각(時時刻刻)’

▲ 남쪽남자 ‘정인’(사진 왼쪽) 북쪽여자 ‘에스더’(사진 오른쪽)

두 명의 남남북녀는 동시대 같은 곳에 살지만 분단의 현실과 통일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각기 다른 체제에서 자라온 환경, 성별, 10살 터울의 세대차.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게다. 남남북녀의 평소 통일인식은 어떠했을까? 예상대로 보는 초점이 달랐다.

정인:“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지나면 통일이 자연스레 이뤄질 줄 알았어요.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는 오랜 분단으로 인한 이질감과 여러 갈등이 예상되었기에 통일이 무조건 행복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통일에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었어요. 물론 이번 통일세대프로젝트 이전의 이야기입니다.(웃음)”

에스더:“북한에 있을 때 북한주도의 통일은 당연했어요. 분단 직후는 북한이 잘 살았기 때문에 미제침략자들에게 식민당하고 있는 남조선친구를 도와야한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미제를 몰아내고 남한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요.”

통일을 이룬 독일과 체제전환에 성공한 동유럽 국가를 방문한 이후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질문했다. 역시나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에스더:“이번 일정동안 통일이든 체제전환이든 다들 장단점이 있다고 느꼈어요. 자유를 갈망해 혁명을 일으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공동분배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전의 체제를 그리워하는 약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공산주의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나누어 가졌지만 하나님 나라의 삶은 있는 자가 스스로 없는 자들에게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건 없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 즉 복음통일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뤄져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게 되었어요.”

정인:“통일과 체제전환이 단순히 국가의 정치적 방법 뿐 아니라 작게는 시민 한 명 한 명으로부터, 크게는 외교적 관계까지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배웠어요. 한편으로는 급변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와 한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더 멋진 통일을 이루어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벌어진 남북긴장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정인:“북한의 우상화와 일당체제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 생각해요. 남한과의 전쟁위협을 통해 정권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에 의해 나타난 현상 때문이 아닐까하는... 반대로 남한이 북한을 차갑게 대하니 북한이 고립을 타계할 방법으로 도발위협을 가하는 형태가 반복된다고 봐요.”

에스더:“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통일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았습니다. 북한이 한계에 부딪혔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봐요. 서로 교류할 문이 열릴거라 생각했는데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됐잖아요? 이것이 통일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뫼들라로이트에 남아 있는 분단의 상징인 장벽 앞에 선 박정인과 엄에스더. 남남북녀인 이들은 여기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뫼들라로이트는 동서독 냉전시기 세워진 장벽으로 분단돼 ‘작은 베를린’으로 불리는 곳이다.

남남북녀의 ‘이구동성(異口同聲)’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남남북녀의 통일에 대한 기대는 한목소리다. 그리고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동일했다.

에스더:“통일을 위해 끊임없이 교육하고 그 필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교회는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미래의 통일을 경험하고 준비하면 좋겠어요. 탈북민이 3세대를 공감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또한 남과 북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저와 같은 탈북민이 한반도 통일에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겠어요.”

정인:“최대한 통일시대를 내다보며 북한 사회와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남과 북의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요. 저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통일을 생각하게 된 것처럼요. 제 주변에 만날 수 있는 탈북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봐요. 작은 실천과 공감에서 통일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 믿어요. 그래서 이번에 만난 에스더 누나가 하는 복지사업에 참여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약속했어요.”

통일의 관점도 이번 기회에 많이 바뀌었단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작은 실천도 다짐했다.

정인:“통일은 한반도에 사는 모두의 시대적 사명입니다. 그리고 남과 북이 모두가 주체가 되는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에스겔 37장에 나타난 유다와 이스라엘의 통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도할 거예요. 그리고 주변의 또래와도 통일을 자주 이야기할 겁니다. 통일을 의식함, 여기서 통일의 가치관이 시작될 것이란 믿음을 가져봅니다.”

에스더:“저는 탈북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차이를 극복하고 한민족 한반도인이라는 공통점을 알리며 통일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앙적으로는 예수님을 닮는 것이며, 현재 목표는 통일입니다. 통일된 한반도의 구성원으로서 세계를 섬기는 통로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남북녀의 좌충우돌 독일탐방기는 분단된 한반도에 몸담은 모든 구성원들의 표본임에 틀림없다. 서로 관점과 사고는 달라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시대적 사명이 통일이며, 공존공생하는 통일이어야 하며, 통일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통일가치’가 한반도 전체에 확산되는 것. 분단 70년의 해에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선 젊은 남남북녀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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