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신 목사(양정교회)

BC 53년 로마 원로원은 갈리아 지역에서 갈수록 세력이 커지는 줄리어스 시저를 제거하고자 군사령관에서 해임하는 동시에 모든 군대를 해산하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돌아올 것을 명령하였다. 루비콘 강은 로마의 외곽 통치 지역과 본토 경계에 위치한 강으로써 갈리아 지역에서 본토로 가기 위해서는 이 강을 건너야 했다. 로마법에는 어떤 장수도 무장한 군대를 거느리고 이 강을 건널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군사령관이나 장군이 무장한 채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 강을 건너는 것은 원로원에 대한 선전포고였고 반란행위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시저는 원로원이 루비콘 강을 건너는 즉시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계략을 알아차리고 루비콘 강을 건널 때 병사들이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강을 건너도록 명령했다. 강을 절반 쯤 건넜을 때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지만 그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라고 외쳤다. 이미 강의 절반을 건넜기 때문에 이젠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병사들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하였고 3년에 걸친 내란 끝에 시저는 폼페이우스 일당을 몰아내고 로마 제국의 통치자가 되었다. 이때 시저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기에서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지점이나 시점을 지나는 것을 말할 때 “루비콘 강을 건넜다”라는 서양 속담이 유래됐다고 한다.

잠언에 모든 일에 ‘때’ 즉 기회가 있다고 했다. 잘못 되었어도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끝이다. 루비콘 강을 건너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다시 일어서서 부흥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완전히 침체와 쇠퇴의 길로 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영국교회를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다.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부흥기를 누리며 전 세계 기독교에 청교도의 영적 유산을 남겨준 영국교회가 지금은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서 예배당 건물만 남아있다. 또한 그 건물들조차 유지 관리할 능력이 없어서 불당으로 모스크로 술집으로 팔려나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 있었다. 남아있는 교회들조차도 젊은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노인들뿐이었다.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신학교 수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합리주의와 이성주의가 신학사조에 들어와서 성경 고등비평 운동이 일어나면서 성경의 절대적 권위가 실추되었다. 목회자들은 기도와 말씀에 의한 영적인 사역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교회를 이끌었다. 죄와 구원, 최후 심판과 영원한 천국에 대한 복음적 설교보다 현대 사조에 부합되는 윤리적 도덕적 강화를 선호했으며 영성보다 학문적 진보를 추구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보다 인간의 지성과 이성을 더 중요시한 결과 오늘날 영국교회는 침체와 쇠퇴의 루비콘 강을 완전히 건너고 말았다.

필자의 눈에 비친 영국교회는 거대한 무덤 그 자체와 같았다. 방문하는 교회의 뜰마다 빼곡하게 안치된 무덤에 세워진 비석들이 삭막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오늘날 영국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필자는 주님께서 영국교회의 이러한 상황을 통해서 한국교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교회는 지금 침체와 쇠퇴의 루비콘 강을 아무 생각 없이 건너고 있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이 강을 다 건너기 전에 되돌아가야 한다. 엄청난 부흥을 경험했던 한국교회가 유럽의 교회들의 전철을 밟으며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거대한 사단의 군단이 전열을 가다듬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아니 장자교단이라고 하는 우리 총회는 여전히 전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안으로는 총신대 문제로 정치적 힘겨루기 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허비했다. 임원 후보자 자격 문제를 놓고 일어난 시비에 금권이 개입했다는 말은 제발 헛소문이길 바랄뿐이다. 밖으로부터는 세속의 거대한 파고가 일어나고 있다. 약자의 인권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입법화는 한국교회의 선교 역량과 영적 권리를 단번에 약화시킬 힘을 지녔다. 그리고 ‘할랄 음식’과 ‘스쿠크 법’과 같은 경제논리로 우리 사회에 파고 들어오는 이슬람 세력의 약진은 한국교회를 단 시간 안에 침몰시킬 만큼 위협적이다.

이제는 한국의 모든 교회들이 초교파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것들을 정치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영적전투의 논리로 접근하자. 이번 100회 총회에서는 세속적인 정치를 하지 말자. 회개하고 통회하며 말씀으로 돌아가자. 기득권을 쟁취하거나 놓지 않기 위해 제발 싸우고 다투지 말자. 이제는 사람과 싸우지 말고 마귀와 싸우자. 헤게모니 다툼은 그만하고 성령으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둠의 영들을 물리치고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높일 신령한 전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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