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단일한 사고 단위 본문 선택하라
 

설교가 기초해야 할 본문은 기본적으로 사고의 한 단위를 지녀야 한다. 훌륭한 설교는 언제나 한 번의 설교에 하나의 주제만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비록 3대지 설교라 할지라도 하나의 초점을 지닌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어야 한다. 결코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옛말처럼 우물을 파더라도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맨손으로 잡는 일은 쉽지 않다. 아니 헛수고만 할 뿐이다. 해돈 로빈슨이 정확하게 표현했듯이, 설교는 ‘산탄’이 아니라 ‘총알’처럼 표적을 제대로 맞추어야 한다. 하나의 설교에서 하나의 주제를 취급하기 위해 설교자는 단일 사고단위가 되는 본문을 선택해야 한다.

주제가 여러 개 포함된 너무 긴 본문은 청중들의 혼동만 초래할 뿐이다. 정반대로 선택된 본문이 너무 짧아 단일 사고단위를 구성하지 못하면 초점 없거나 한쪽으로 기우는 편협한 불완전한 설교에 그치고 말 것이다. 오늘날 성경에는 단일 사고단위를 보여주는 ‘○’가 표시되어 일반적으로 설교자의 본문 선택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단일 사고단위를 보여주는 본문이 언제나 반드시 하나의 설교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본문 주해를 통해 얻은 석의주제가 있는가 하면, 석의주제와 연관되어 청중들에게 적용된 설교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단일 사고단위를 보여주는 내러티브 본문에서 설교자가 목회적 관점을 가지고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두 개 혹은 세 개의 설교문 작성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 5장 1~11절은 어부 베드로가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사건을 소개한다. 설교자는 이 본문에서 밤새도록 수고했지만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베드로가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린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 설교할 수 있다. 혹은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렸던 베드로가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은 뒤, “주여 나를 떠나소서”라고 고백했던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 또 다른 설교를 할 수도 있다. 많은 고기를 잡은 것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자신에게서 떠나기를 요청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베드로가 기적적인 고기잡이를 경험한 후, 해변에 고기잡이배를 “버려두고 따르니라”에 초점을 맞추어 주님을 따른다는 의미에 대해 설교할 수도 있다.

설교를 위한 본문 선택이 이루어졌으면, 그 다음으로 본문 연구가 뒤따른다. 본문 연구는 본문 읽기와 본문의 주해, 그리고 주제와 대지를 선정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먼저, 본문 읽기는 무엇보다도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동시에 선택된 본문의 문맥을 살피기 위해 앞뒤에 기록된 본문들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본문 읽기는 본문의 내용 파악 및 주제를 얻기 위한 기초 과정이자 필수 과정이므로 본문 읽기에 시간을 아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본문이 최소한 입에 붙도록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때때로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낭독할 때에 부드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설교를 위한 본문 읽기가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본문 낭독의 버벅거림은 청중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때때로 설교자의 준비 부족으로 비쳐 설교 청취에 악영향을 미친다.

본문 읽기는 무엇보다도 원어 성경을 일차적으로 읽어야 한다. 설교자가 원어 성경을 반드시 읽어야 할 까닭은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달라스 신학교의 신약학 교수인 해롤드 회너(Harold W. Hoehner) 박사는 원어 성경 읽기를 컬러TV 시청에 비유한다. “컬러TV는 흑백TV로는 보여줄 수 없는 생생하고 정확한 영상을 비추어준다.” 물론 성경 원어인 히브리어, 헬라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설교자가 원어 성경을 통해 연구하는 일은 비록 낯설고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든다 할지라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번역 성경이 말해주지 않는 것도 발견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누린다. 예를 들어, 창세기 37장 19절의 요셉의 형제들이 “서로 이르되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라는 구절에서 ‘꿈꾸는 자’는 분명코 중립적 의미가 아닌 요셉을 향한 형들의 비아냥과 조소가 섞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즉 “꿈의 ‘대왕’(바알)이 오는도다.” 원어로 읽을 때 얻는 또 하나의 유익은 한글 번역 성경에 드러나 있지 않은 원어의 구체적 단어들(예를 들어, ‘왜냐하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명확하게 본문을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본문 읽기는 설교자 자신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외국어 번역본(영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화란어 등)을 참조하여 읽는다. 각각의 번역본은 나름대로의 번역원리를 가진 특징적 번역이므로 비교, 참조해서 읽고 연구하면 본문의 의미 파악에 매우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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