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 주일성수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성도들의 삶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사진은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글귀가 새겨진 주일성수 캠페인용 팔찌.
안식일을 보석처럼 지켰던 전통은 계속 간직해야

얼마 전 어느 TV 방송국에서 예루살렘에 사는 현대 유대인들이 ‘Sabbath’(안식일)를 지키는 관습에 관한 특집을 방영한 일이 있다. 이 특집보도에 따르면 예루살렘의 상가들은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직전까지는 완전히 철시한다. 안식일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몇 명의 랍비들로 구성된 감독단이 거리를 순찰하면서 안식일 시작시간을 반복하여 공지하고 권면하여 안식일이 시작되는 시간에는 완전 철시가 되도록 한다. 어느 유대인 가정은 안식일에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하여 안식일에 요리하는 일이 없도록 했고, 안식일에는 모든 가족이 모여서 모든 일을 중지하고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쉼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들은 바로 오늘, 21세기에 모세의 율법에 명령된 그대로 안식일 계명을 준수하고 있다.
 
▲ 이상원 교수(총신신대원)

물론 우리는 유대인들의 관습을 문자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안식일계명을 보석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의 태도만은 우리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안식일 계명에 대한 현대 개신교 기독교인들의 태도는 너무나 느슨해져 있다. 현대 개신교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중요시하는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현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을 만나면 너무나 쉽게 하나님의 말씀을 타협시켜 버리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의 한 단면이 ‘주일성수는 오늘날에는 적용할 필요가 없는 관행이며, 모든 날들이 다 거룩한 날들이므로 주일과 다른 날들 사이에 차별을 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주일성수는 정말로 오늘날에는 적용할 필요가 없는 관행이며, 이제는 구태여 주일을 다른 날로부터 구별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타락한 이후에 인간은 심각한 타락의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이 후유증은 몸과 영혼 모두에게 전인적으로 나타났다. 타락한 인간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이 흘러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 3:19)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서 얼굴에 땀을 흘릴 정도로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얼굴에 땀이 흐를 정도로 일을 하는 것은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해 주는 것이지만, 이 일을 중단 없이 계속하면 결국은 몸에 병이 들어 심각한 고통을 겪다가 죽게 된다.

이런 사정을 아시는 하나님은 자신은 쉬실 필요가 없으셨음에도 불구하고 6일 동안 일을 하고 일곱째 되는 날 쉬시는 모범을 직접 보여주시고, 이 모범에 따라서 일을 중단하고 쉴 것을 명령하셨다(출 20:10~11). 그런데 몸의 쉼만으로는 전인적인 안식이 이루어질 수 없다. 영혼도 같이 쉬어야 한다. 영혼을 병들게 하는 것은 죄이므로 영혼이 쉬기 위해서는 죄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있어야 한다. 이 해방을 위해서 구약에서는 출애굽사건, 신약에서는 십자가 위에서의 구속사건의 은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하나님은 안식일에 출애굽사건을 기억할 것을 명령하셨다(신 5:15). 따라서 안식일에는 출애굽기의 명령에 따라서 노동을 중단하고 쉬면서, 신명기의 명령에 따라서 출애굽사건을 기억하는 일 곧 예배드리는 일을 해야 한다. 안식일계명은 인간에게 전인적인 안식을 누리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배려가 담긴 축복된 계명이다.

안식일 명령은 모세의 율법에 등장하기 이전에 출애굽기 16장의 만나사건에서 이미 주어진 바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모세 시대 이전 어느 때인가 인류에게 주어졌다가 죄로 인하여 불투명해진 것이 모세의 율법을 통하여 재차 주어진 것이다. 종교사학파 계열의 급진적인 구약학자들은 안식일이 고대 근동의 절기들로부터 기원했다는 추정 하에 바벨론 기원설, 타부일기원설, 장날기원설, 달력기원설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안식일 계명은 날짜 순환주기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 액운의 날이 아니라 축복의 날이라는 점, 장사하는 날이 아니라 장사를 중단하는 날이라는 점, 축제일과는 무관한 날이라는 점 등과 같은 내용의 차이를 고려할 때 이 주장들은 근거가 없는 것들이다.

구약의 안식일은 예수님이 구속사역을 완성하신 이후에는 안식 후 다음 날 곧 주일로 전환되었다. 구약의 안식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에 이르러서 성취된다. 예수님의 몸이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함으로써 몸의 진정한 안식 곧, 죄와 사망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되는 길이 열렸다. 또한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심으로써 영으로서 임재하시는 것이 가능하게 되자 비로소 신자들의 속사람 속에 들어오셔서 영혼을 죄와 사망의 세력으로부터 해방시키시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부활은 인간의 몸과 영혼의 전인적인 안식을 실현하는 근거가 되는 사건으로서 구약의 안식일을 성취하면서 더 풍요로운 차원으로 새롭게 전개하는 사건이므로, 하나님의 창조사건과 출애굽사건을 기억하는 구약의 안식일은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기념하는 주일로 전환되는 것이 언약신학적으로 정당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안식일계명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적용되는 보편법인 십계명에 속한 계명이므로 구약의 의식법의 조항들을 영해하듯이 영해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이 계명의 문자적인 적용을 폐기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님이 구약시대에 평소에 드리는 제사 이외에 안식일에는 별도의 제사를 드리도록 특별히 규정한 것(민 28:9이하)은 모든 날들이 다 거룩한 날들이라는 이유로 안식일을 다른 날들로 환원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직접 특별히 다른 날들로부터 구별하신 날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의적으로 이 날을 다른 날들과 같은 날로 환원시켜서는 안 된다.
부활하신 후 예수님은 주일에 제자들과 첫 회합을 가짐으로써(요 20:19) 이와 같은 전환의 첫 발걸음을 떼셨으며, 사도 바울은 선교전략상 유대인들의 구원을 위하여 안식일 회당예배에 참석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주일 집회를 가지기 시작했다(고전 16:2; 행 20:7). 요한계시록 1장 10절은 주일을 “주의 날”로 호칭함으로써 구약의 안식일과 동등한 위치를 주일에 부여했다. 2세기경에는 디다케, 이그나티우스, 저스틴 등에 의하여 주일이 예배의 날로 언급되었고, 콘스탄틴 대제의 주일 공휴일 선언을 거쳐서 538년 오를레앙 회의에서 주일성수가 제도화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교가 안식일 정신의 본질에서 벗어나 결의론적으로 안식일 계명을 준수한 것을 정당하게 비판했지만, 이 과정에서 안식일법이 다른 의식법과는 다른 보편적인 도덕법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안식일계명이 보편적이고 절대적으로 준수해야 할 계명임을 명확히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고마루스, 버시우스, 왈라에우스, 리베투스, 아메시우스, 콕세유스 등이 안식일 계명이 유대의 관습에 불과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시했으나 텔링크, 후치우스 등은 안식일법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특히 후치우스를 중심으로 한 개혁신학자들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안식일 계명의 핵심적인 특징들을 탁월하게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박스기사 참조>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주5일근무제가 법제화되면서 주5일근무제와의 관련 하에서 주일성수 문제가 뜨거운 논쟁의 주제가 되었다. 이 당시 쟁점은 금요일 저녁부터 주일저녁까지 휴무를 규정한 주5일근무제가 기독교인들의 주일성수관행에 피해를 주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일까지 2박3일간의 기간을 이용하면 짧은 해외여행을 포함하여 충분한 여가 즐기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믿음이 약한 신자들이 주일 지키기를 소홀히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제정된 주5일근무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문제를 극복하는 첩경은 주5일근무제를 신앙성장을 위하여 지혜롭게 활용하는 길을 제시하고, 교리 및 신앙생활교육을 강화하며, 주일예배생활의 질을 높임으로써 휴가 즐기기보다 주일예배생활이 더 보람된 생활임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5일근무제는 유급노동만을 5일에 행하도록 한정할 뿐, 무급노동을 금지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5일은 유급노동에 할애하고, 하루는 집안일이나 사회봉사일 등과 같은 무급노동에 충당한 뒤에 주일 하루는 온전히 예배와 쉼에만 집중한다면 주5일근무제는 주일성수를 더욱 바르게 지키는 것을 돕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도들이 주일예배를 통하여 잘 준비된 설교, 성도들 간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교제, 예배의 즐거움과 감격 등을 체험하는 것이 휴가 즐기기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구태여 예배를 등한히 하고 휴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개혁신학자들이 제시한 안식일 계명의 핵심적 특징들
 

①안식일 계명은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계명이다.

②구약의 안식일은 신약시대에는 부활을 기념하는 날로 전환되었다.

③주일에는 생계유지를 위한 힘든 노동(opera servilia), 정치경제적 공무(opera forensia), 긴장이 요구되는 공부와 교육(opera liberalia)을 중단하고, 출애굽사건과 부활사건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려야 한다.

④한 공동체를 책임진 수장은 제4계명을 구성원 전체에게 적용해야 한다.

⑤주일에는 평일에 드리는 예배와는 구별된 별도의 예배를 드려야 하며, 이 예배는 지역교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이는 공 예배라야 한다.

⑥주일에는 예배와 관련된 일들(opera pietatis, 설교와 예배조력), 긍휼을 베푸는 일들(opera charitatis, 응급진료, 문병, 심방, 가족방문), 필요불급한 일들(opera necessitatis, 간호사의 당직근무, 가스/물/전기공급, 연속적인 작업이 필요한 화학공장이나 원자력발전, 대중교통과 항공기운항 등)은 허용될 수 있다.

⑦주일 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라도 업무수행은 최소화시켜야 한다.

⑧그리스도인들은 가능한 한 주일날 일하는 직업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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