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건강한 상생 모델 제시 7)농어촌·미자립 목회자 자녀 지원

서대문교회 학사관서 만난 세 명의 PK … “고생하는 부모님, 목회자 생활비 지원 절실”

▲ 교회 학사관은 신앙을 회복하는 ‘소망의 둥지’다. 서대문교회 학사관에 머물고 있는 전예은, 김가은, 김수지(왼쪽부터) 청년은 “학사를 통해 신앙의 뿌리가 탄탄해 졌다”고 말했다.

김수지(단국대), 김가은(성균관대), 전예은(숭의여대) 청년은 4%다. 대한민국 캠퍼스 복음화율 4% 안에 드는 청년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분모가 많다. 일명 ‘PK’로 불리는 목회자 자녀(Pastor’s Kids)다. 그리고 서대문교회(장봉생 목사)가 운영하는 학사관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PK “싫어? 나는 좋아!”

“친구들이 목회자 자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친한 친구들은 알고 있다. 목회자 자녀라는 소리를 듣고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는 신앙생활을 너무 열심히 한다며 ‘교회 빠순이, 적당히 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김수지 청년은 “그런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부모님이 자랑스럽고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감사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목회자 자녀들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한 번쯤 돌팔매를 던진다. 성도들의 관심은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한다. 같은 또래와 다르게 성숙해야 하며, 특히 신앙적으로도 바른길을 걸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경북 상주가 모교인 김가은 청년은 “시골이다 보니 또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과 성도의 기대가 컸다”면서 “교회 반주를 도맡아 해야 했는데 싫었다”고 말했다.

1인 10역을 해야 하는 미자립 교회, 가정보다 하나님의 일에 우선해야 하는 사역. 목회는 자녀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김수지 청년과 전예은 청년은 “교회 일이 항상 우선이셨다”면서 “아빠의 부재로 힘들었다. 대학 선택과 같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도 계시지 않아 속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역전의 명수다. 감옥에 있는 요셉을 총리로 세우시고, 도망자 다윗을 왕으로 앉히셨다. 목회자 자녀라는 신분은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축복’ 그 자체였다. 어려운 가정환경은 오히려 정신력을 강하게 하고, 자립심을 키워주었다. 부모님의 올곧은 신앙은 유산이 되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노래할 수 있는” 신앙 성숙을 가져다주었다.
 
교회 학사관 “소망의 둥지”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관은 생각 밖으로 많다. 20년 역사가 넘은 목민학사를 비롯해 경성학사관, 비전사랑의학사관, 열방을섬기는학사관 등 총회 산하 서울지역 교회들 중에 학사를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김수지, 김가은, 전예은 청년이 머물고 있는 서대문학사관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은 교회 학사관 예찬론자다. 비용도 저렴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김수지 청년은 “자취나 기숙사에 비해 비용과 생활면에 좋은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면서 “특히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서대문학사관은 매주 3일 이상 새벽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매일 큐티(말씀묵상)은 기본이다. 또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제자훈련도 받아야 한다. 나태해 지기 쉬운 대학생활을 영적으로 붙잡아 주는 곳이 바로 ‘교회 학사관’이다.

“대학에 가면 삐뚤어질 테야. 하지만 서대문학사관에 와서 신앙을 다시 세우게 됐어요. 훈련을 통해 복음의 기쁨을 알게 됐고, 목회자 자녀라는 정체성을 되찾게 됐죠. 특히 수지와 예은 언니와 같은 믿음의 동역자를 통해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김수지 청년의 말이다. 과거에는 피아노 반주를 싫어했지만, 이제는 서대문교회에서 기쁨의 반주자로 헌신하고 있다.
 
“목회자 생활비 지원 절실”

이들에게 ‘농어촌·미자립 교회 지원’이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세 청년은 한결같이 “농어촌·미자립 교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목회자 생활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 교회에서 보낸 후원금은 대부분 교회 운영비로 지출된다. 그러기에 생활비는 전적으로 다른 곳을 의지해야만 한다.

“도시 교회의 십일조만 작은 교회에 보내도 한국교회 전체가 부흥할 것이라고 합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함께 짐을 나눠졌으면 합니다.”

농어촌·미자립 교회를 위한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농어촌 교회의 현실에 맞는 전도 프로그램이나 제자훈련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김수지 청년은 “미자립 교회는 구역모임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서 “작은 교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했다.

주일학교 운영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여름성경학교는 농어촌 교회에겐 ‘꿈의 행사’로 불린다. 동네 아이들은 여름성경학교가 열리는 교회로 몰려가게 되어 있다. 즉 농어촌 교회에서는 여름 행사를 기점으로 주일학교의 수평이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전예은 청년은 “우리 동네에 있는 시골 교회 4군데 중에 여름성경학교를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면서 “도시 교회가 농어촌 교회의 여름 행사를 도와주면 새로운 활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교회 위기론’을 물었다. 냉소적으로 “망할 것이다”고 답할 줄 알았지만, 오판이었다.

“다들 좋지 않은 점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기도의 불을 지피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교회들 중에 여전히 전도에 올인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작은 교회지만 여전히 부흥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그런 교회가 있기에 한국교회에는 소망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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