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마쳐라
 

지금까지 우리는 개혁주의 신학에서 말하는 설교에 대한 이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실제적인 설교 작성에 관한 기술적 측면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설교신학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설교문 작성과 전달을 통해 회중의 가슴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도달하지 않는다면 설교자의 수고는 헛된 일이 되고 만다. 네덜란드의 개혁주의 설교학자인 트림프(C. Trimp) 교수는 자신의 <설교학 강의> 서문에서, 성령은 방법을 무시하지 않으며, 또 방법의 부족으로 인해 성령의 역사가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 가운데 설교문 작성의 중요 단계들을 서술해 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님께서는 태초에 죄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목적만 예정하신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들, 즉 그리스도의 대속을 위한 십자가 죽음, 부활, 그리고 교회를 통한 복음 전파라는 수단과 방법까지 예정하셨다. 그러므로 성경 시대에 구약의 선지자들과 신약의 사도들과 전도자들을 통해 구원사역을 친히 행하신 하나님께서는 오늘날 21세기에도 친히 택하신 일꾼들을 통하여 인류의 구원 사역을 계속 진행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설교자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바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설교하기 위해 구체적인 설교문 작성의 단계들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설교문 작성의 첫 번째 단계는 설교를 위한 본문 선택이다. 사실상 설교 준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본문을 선택하는 일이다. 19세기 설교의 황태자라 불리던 찰스 스펄전조차 설교 본문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설교란 회중들이 현재 처한 상황에 적실한 본문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앞서 다루었던 청중 분석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청중의 필요를 고려하되, 청중들의 변덕스런 취향에 염두를 두어서는 안 된다. 개혁주의 설교는 청중들의 가려운 귀를 시원하게 하는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설교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펄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회중의 필요를 고려하는 본문 선택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조언한다. 본문 선택의 어려움은 설교자 모두가 예외없이 겪는 고통이다.

따라서 본문의 선택은 그저 아무렇게나 성경 본문을 뒤적이다가 자기 눈에 드는 본문을 택하는 것이 아니다. 설교 준비를 위한 본문 선택에 왕도(王道)가 있다면, 설교자가 평소에 성경을 꾸준히 읽으며, 동시에 목자의 심정으로 성도들의 삶에 겸손히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꾸준히 성경을 읽거나 연구하지 않는 설교자들은 목회 현장에서 주일 설교를 위한 본문 선택의 어려움으로 그만 귀한 시간을 흘러보내고 금요일 저녁에서야 겨우 자포자기하듯(?)-다른 본문을 택해야 할 별다른 뾰족한 묘수가 없으므로-하나의 본문을 택하여 급하게 설교문 작성에 씨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을 반복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평소에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지 않고 깊이 연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서 스펄전 역시 본문 선택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그의 호소는 성격상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독특한 경우이다. 왜냐하면 그는 설교 본문 선택에 있어서 “빈곤함에서 오는 괴로움이 아닌 풍부함에서 오는 곤혹스러움”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펄전이 본문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던 까닭은 무엇을 설교해야 할지 설교 본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본문들 가운데 어떤 본문으로 설교해야 좋을지 몰라서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판 안델(J. van Andel)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본문 선택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강단에 서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본문을 찾아서는 안되고, 본문이 있기 때문에 강단으로 가야 한다. 계속 연구를 하는 사람은 본문이 적어서가 아니라 본문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설교가 성경 본문에 기초를 두는 한, 선택된 본문의 중심 주제는 설교의 주제를 형성하고, 결국 설교의 적용까지 나아가 설교의 목적을 달성한다. 따라서 모든 설교자는 설교를 위한 본문 선택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설교 준비에서부터 설교 전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그리고 시종일관 기도하는 것이 설교자의 책임이요 의무이며, 설교자의 믿음의 자세이다. 앤드류 블랙우드(Andrew W. Blackwood) 역시 설교에 있어서 기도를 강조한다. 그는 모든 설교자가 자신의 방법으로 메시지를 준비해야 하고, 때때로 그의 목적과 재료들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코 예외 없는 하나의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진행하고, 기도로 끝마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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