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도시> 현길언/홍성사/13,000원

8년 전 아픈 기억을 굳이 떠올리는 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가 가장 꺼려하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다뤘다는 것을 알고 솔직히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비정한 도시>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만큼 충격이었다.

2007년 7월, 샘물교회 한국인봉사단 23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문도 모른 채 탈레반 무장 세력에게 납치되었다. 그해 여름,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침소봉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양 행동했고, 죄인 아닌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 당시 한국 교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설은 현선이네 가족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일어난 뒤 행동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현선을 중심으로 모친 강 권사와 종교사회학자인 부친 성 교수의 논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현지를 이원화 하여 액자소설처럼 펼쳐진다. 소설 <비정한 도시>는 피랍자들의 생사보다는 그저 위험지역에 출국한 이들에 목소리를 높이며 질타하는 인간 군상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폭력집단’인가를 조명하고 있다.

작가 현길언은 소설 <비정한 도시>에서 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난이 빗발처럼 쏟아질 때 정작 한국 교회는 제대로 된 목소리 한번 내지 않고 뒤로 숨어버린 이면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이 잔인한 도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주의와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이 책에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당시 봉사단원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윤경식 강도사가 납치일 42일 동안의 기억을 더듬어 기록한 글과 작가가 각종 신문 스크랩과 논평 등을 분석하여 재해석한 <비정한 도시>는 인간의 본질과 개인의 진실이 파괴되는 집단성에 철저히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탈레반들은 한국인봉사단을 단지 외국인이기 때문에 흥정대상으로만 여기고 누군지도 모르고 납치했다. 그리고 피랍되었던 봉사단원 얘기를 빌면 탈레반들은 피랍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다지 무리하게 굴지도 않고 인간적으로 대해줬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와 한국 교회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사실의 본질보다 자기 생각을 견고히 하여 집단주의로 표출하려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서운 폭력으로 도그마 되어 다수를 몰아붙이는 ‘괴물’이 되고 있다.

“교회는 당연히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아프간 봉사단원은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대신 그곳에 갔습니다. 그런데 돌팔매질은 되레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너무 기독교가 정치화 되고 권력 지향적입니다.”

<비정한 도시>에서 작가는 단기 선교나 탈레반의 폭력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집단 이기주의를 통해 폭력을 행사하는 이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현재 우리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참고로 당시 희생된 배형규 목사는 작가의 교회학교 고등부 제자였으며, 한양대 학우들에게 ‘진짜 그리스도인’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당시 윤경식 강도사는 현재 그리스 선교사로 파송받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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