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지식인 반열 오른 프랑스 인류학자 ... 예수 십자가로 포스트모더니즘 종식 이끌어
정일권 박사 "지라르 통해 시대정신 전환 일어나.. 한차원 높은 복음연구 바탕 삼아야"

 

▲ 정일권 박사는 <십자가의 인류학>을 출간하면서 "십자가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종식시킨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를 통해 한차원 높은 복음의 의미를 깨닫고 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삶은 여전히 다원주의로 무장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인류의 삶을 규정해 왔던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제 왕좌에서 내려왔다. 지금 우리가 체험하는 다원주의는 니체 이후 100년 넘게 세계를 지배했던 권력의 여파일 뿐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시대정신으로 만든 프랑스 철학자들이, 아니 프랑스 최고 지식인의 반열에 오른 르네 지라르(Rene Girard)가 ‘십자가’로 포스트모더니즘을 해체했다.

르네 지라르는 1923년 출생한 프랑스의 문학비평가 인류학자 철학자이다. 그는 1972년 <폭력과 성스러움>을 출간한 이후 <희생양>과 <창세 이후로 감추어 온 것들>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총망라한 <문화의 기원>(2004)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새로운 거대담론(미메시스 이론)을 제시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인류의 문화 정치 사회 종교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쳤듯이, 지금 지라르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인류를 이끌고 있다. 르네 지라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반포스트모더니즘’을 외쳤기에 30년 가까이 프랑스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프랑스 지식인의 최고 명예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종신회원으로 선출되며 ‘불멸의 40인’에 올랐고, 현재 세계관을 가장 많이 변화시킨3인의 인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르네 지라르는 “인간과학의 새로운 다윈”으로, “인문학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르네 지라르는 어떻게 시대정신의 전환을 이루었을까. 한국에서 르네 지라르 연구에 독보적인 정일권 박사는 “포스트모던 철학과 시대정신에서 추방되고 배제했던 유대-기독교적 텍스트를 인문학적 지평에서 복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과 달리 서양의 시대정신은 로마 제국 이후 1900년 동안 오직 ‘기독교’였다. 니체 이후 그들은 2000년 가까이 서양정신사를 지배한 기독교를 ‘절대’와 ‘진리’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다른 신화와 정신과 문화를 기독교와 동등한 위치에 놓으며, 상대주의 다원주의를 시대정신으로 만들었다.

정일권 박사는 르네 지라르가 이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을 극복하게 된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라르는 인문학자로서 문화의 기원을 해독하면서 누구도 풀지 못했던 신화의 코드를 풀어냈다. 그는 다른 신화와 종교가 갖고 있는 한계, 곧 문명의 폭력적이고 희생제의적 기원을 설명해 냈다. 그리고 지라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다른 신화와 종교에서 나타나는 ‘희생양 만들기’를 극복했음을 지적한다. 지라르는 ‘성경은 반신화적’이라고 말한다.”

르네 지라르는 신학자가 아닌 인류학자이다. 인류학자가 인문학을 통해 다른 종교나 신화의 한계를 지적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승리”를 주창한 것이다. 다른 신화와 종교를 초월하는 ‘십자가’의 의미가 드러나면서, 세계 인류는 ‘유일한 진리’를 얻게 됐다. 다원주의 상대주의, 곧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힘을 잃게 된 것이다.

르네 지라르를 한국 학계에 알리고 있는 정일권 박사는 조직신학자이다. 삼위일체론 연구를 하다가 지라르를 알게 되면서 그의 이론에 천착하게 되고, 독일 마르크부르크 대학에서 지라르 연구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으로 옮겨 연구했다. 그의 박사 논문은 지라르 이론으로 불교와 붓다를 연구한 것이다. 그는 이 논문에서 “붓다는 은폐된 희생양”이란 주장을 펼쳐 학계에 이목을 끌었다. 이 논문은 귀국 후 <붓다와 희생양:르네 지라르와 불교 문화의 기원>(SFC, 2013)이란 이름으로 출판했고, 한국 문화계와 종교계에 주목을 받았다. 이어 정일권 박사는 본격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아버지인 니체와 이후 현대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우상의 황혼과 그리스도. 르네 지라르와 현대사상>(새물결플러스, 2014)을 출판했다. 그리고 최근 지라르의 이론이 신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한 <십자가의 인류학>(대장간)을 출판했다.

정일권 박사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사실 기독교를 배제하는 것이다. 기독교가 갖고 있던 유일한 지위를 벗긴 것이다. 지라르를 통해 지금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십자가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종식시킨 지라르를 누구보다 교회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지라르 이론을 통해 기독교가 지위를 회복했다고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차원 높은 복음의 의미를 깨닫게 됐고, 세상의 문화를 가지고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