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배형규 등 해외 한국인 순교자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순교> 8월 개봉
<제자 옥한흠>의 김상철 감독 연출… ‘온전한 헌신’ 메시지, 교회의 현재 되묻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튼.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올해로 한국 선교 130주년을 맞아 이 땅에 복음을 전래한 초기 선교사들을 기념하는 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오늘의 한국 교회를 있게 한, 우리에게 복음의 기쁨을 맛보게 한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김영학 배형규 심성민을 알고 있는가. 크리스천이라도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김영학 목사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는 해외 선교활동 중 복음을 위하여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순교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은 유야무야 잊혀가고 있다.

오랜만에 마주한 김상철 감독은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들을 기억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역을 하다 세상을 떠난 한국인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 한국인 최초의 해외 순교자 김영학 목사.

지난해 <제자 옥한흠>으로 극장가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그가 새 영화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한국인 해외 순교자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순교>이다.

카메라는 먼저 한국인 최초 해외 순교자 김영학 목사의 행적을 쫓는다. 김영학 목사의 아내 안원정 사모의 자서전이 길잡이가 된다. 1877년 황해도 금천 양방가문에서 태어난 김영학은 기울어져가는 조국의 현실 앞에서 절망하며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전도집회에서 회개하고 권서인이 되어 전도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선다. 1914년 감리교연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김영학은 목회를 하던 강원도 양양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조선총독부로부터 ‘민족절대독립주의 배일사상 포지자’로 규정당한 그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4년간이나 옥고를 치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김영학 목사는 건강이 회복되지도 않은 채,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당시 러시아는 공산혁명이 일어난 지 6년 밖에 안 된 시기. 공산주의자들의 교회 핍박이 극에 달해 있었다.

순교를 각오하고 목회를 하던 김영학 목사. 공산당은 반동분자라는 죄명으로 그를 구금하고 공갈 협박 회유책을 써가며 배교를 강요한다. 이를 거절한 김영학 목사는 10년 중노동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강제이주하게 된다. 영하 50도 혹한의 땅에서도 복음을 전했던 김영학 목사는 “주님께 바친 몸, 당신과 우리 아이들, 나의 영광이다”는 옥중서신을 남기고 1933년 순교한다.

영화의 시선은 6·25 전쟁 이후 최초이자 마지막 해외 순교자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에게로 옮겨진다.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는 2007년 아프간 피랍 사건의 희생자이다. 두 사람은 2007년 7월 19일 샘물교회 봉사대원 18명과 아프가니스탄으로 단기선교를 떠났다가, 탈레반에게 피랍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 2007년 아프간 피랍 사건 때 순교한 배형규 목사(왼쪽 위)의 생전 모습. 영화 <순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신앙의 절개를 지킨 배형규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당시 피랍 과정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에 대한 증언이 함께 피랍됐던 교인들을 통해 전해진다는 것이다. 언론의 왜곡 보도로 큰 상처를 입었던 피랍 교인들이 두 사람의 아름다웠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용기 내어 카메라 앞에 선다. 피를 두려워하지 않고 순교를 받아들인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처럼.

배형규 목사는 생전에 “온전한 헌신은 마지막 것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교를 했던 것처럼, 부모에게 이어받은 신앙의 유산을 마지막 순간까지 꿋꿋이 지켜낸다. 피랍 당시 한국 교회를 향해 분노를 토해냈던 심성민 형제의 가족들은 이제 교회를 섬긴다. 가족 구원이라는 심성민 형제의 기도제목이 이루어진 것이다.

“순교는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이 당신에게 순교의 영광을 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영시간 내내 묵직한 메시지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아울러 목숨마저 바치며 신앙의 절개를 지킨 순교자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을 사는 크리스천들의 삶을 반추하게끔 한다.

김상철 감독은 “교회가 비난을 받고, 존귀한 하나님의 이름을 훼손한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영화 <순교>는 8월 13일부터 필름포럼과 스폰지하우스 등에서 개봉한다. 또 동시에 교회 상영도 진행한다.(문의:070-7886-3691)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