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청중 분류는 설교자의 필수 책무
 

설교자가 청중의 상황과 형편을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까닭은 하늘의 음성을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설교자의 필수적 직무이기 때문이다. 복음을 듣는 청중에 대한 이해와 평가는 성경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예들을 통해서 살펴보자. 먼저,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마 13:18~23)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청중들의 네 가지 영적 상태를 보여준 것이다. 길 가, 돌밭, 가시떨기, 좋은 땅.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영적인 관점에서만 아니라, 믿음과 순종의 관점에서도 청중을 구분하신다. 두 아들을 둔 어떤 사람이 맏아들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하니 “아버지 가겠나이다”고 대답하고서도 가지 않은 아들이 있는가 하면,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요구에 “싫소이다”고 대답했으나 나중에 뉘우치고 가서 일한 아들이 있다(마 21:28~31).

성경에서 청중의 모습은 마태복음 25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심판의 관점에서 더욱 더 뚜렷하게 구별된다. 마지막에 있을 심판은 열 처녀 비유, 달란트 비유, 그리고 양과 염소의 비유를 통해 천국에 들어갈 자와 들어가지 못하는 자가 극적으로 묘사된다.

사도 바울 역시 예수님처럼 청중들의 영적 형편을 고려하고 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신령한 자들과 육신에 속한 자를 언급한다(고전 3:1~3).

바울은 복음전도 사역에서 사람들이 구원을 얻도록 그들의 다양한 형편을 고려하여 사역하였다고 고백한다. 바울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유대인처럼 되었고,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얻고자 율법 아래에 있는 자처럼 되었고,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율법 없는 자처럼 되었으며, 약한 자들을 얻고자 약한 자처럼 되었던 것이다(고전 9:19~22).

히브리서를 기록한 사도 역시 하나님의 의의 말씀을 경험하지 못한 어린 아이, 즉 젖을 먹는 영적 유아의 성도와 단단한 음식을 능히 먹을 수 있는 장성한 성도로 구분한다(히 5:11~14).

이러한 청중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교회사의 지도자들을 통해 더욱 다양하게 묘사되고 증거 된다.

로마 감독이었던 대 그레고리(Gregory The Great, 540~604)는 회중 가운데 존재하는 지적, 사회적, 경제적 다양성과 이질성에 대해 처음으로 말한 목회자이다. 그는 ‘목회지침’(Pastoral Rule, 591)에서 “하나의 교훈, 다양한 권면”이라는 제목 아래 36쌍의 서로 상반된 특징을 가진 회중 목록을 열거한 후에, 각각의 쌍에 적합한 짧은 설교문을 제시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지혜자와 우둔한 자, 뻔뻔한 사람과 유약한 사람, 순진한 사람과 위선적인 사람,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 게으른 사람과 성급한 사람,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과 평화를 만드는 사람 등으로 구분한다.

마르틴 부처(Martin Bucer, 1491~1551)는 개혁주의 목회학 교과서인 자신의 ‘참된 목회학’(Von der waren seelsorge und dem rechten Hirtendienst, 1538)에서 에스겔 34장 16절을 근거로 청중을 다섯 가지 종류의 양으로 구분한다.

(1)잃어버린 양-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으되 아직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들, (2)길 잃은 양-가끔 육신적이고 세상적인 문제들 속에 연루되어 있고, 가끔 거짓 교리와 거짓 예배에 빠지기도 하고, 잠시 그리스도의 회중으로부터 벗어나 소외되어, 완전히 길을 잃었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 (3)상처입고 깨어진 양-그리스도와 교제 속에 있으면서도 그들의 내적 존재 속에서 상처입고, 찢긴 사람들, 그 실례로서 고린도교회 교인들의 상호간의 폭행과 세상 법정에서의 송사, 분열과 파당 (4)병든 양-교회 안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신앙과 사랑과 기독교적 삶의 모든 강력함속에서 약함을 보이는 사람들, (5)살찌고 강한 양-잘 성장하고, 기독교적 삶 속에서 안정된 참된 그리스도인들.

윌리엄 퍼킨스(William Perkins, 1558~1602) 역시 자신의 설교학 교과서인 ‘설교의 기술’(The Art of Prophesying, 1607)에서 적용을 위한 범주들로서 청중들을 영적 상태에 따라 7가지로 분류한다. (1)불신자들과 무지하고 다가서기 어려운 자들, (2)가르칠 만한 자들이지만 무지한 자들, (3)지식은 있으나 결코 겸손하지 않은 자들, (4)이미 겸손해진 자들, (5)이미 믿고 있는 자들, (6)타락한 자들, (7)신자와 불신자와 함께 있는 공동체.

필자가 수학했던 네덜란드 아펠도른 신학대학교의 펠레마(W. H. Velema, 1929~) 교수는 설교자가 설교를 작성할 때 유념해야 할 청중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1)노인, (2)중년의 과부 혹은 홀아비, (3)자녀를 둔 젊은 가정, (4)중고등학생들. 펠레마 교수는 특히 설교 초보자라면 반드시 이를 메모하여 책상 앞에 붙여 두고 설교문 작성 시에 참고할 것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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