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신뢰 쌓이자 ‘나눔 선순환’
자립위 운영 원칙 믿음 얻자 동참 잇따라 … 현장 필요 능동적 대응 큰 호응

▲ 전서노회는 농촌지역 노회라는 한계를 넘어서 교회자립지원운동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노회 자립위원들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출발이 쉽지 않았다. 자립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에 큰 몫을 해주어야 할 교회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총회에서 제시한 교회재정 4%대의 지출 기준 앞에서 다들 한숨만 쉴 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대로 그렇게 무산되는 분위기였다.

“그 때 번뜻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많은 교회들이 미자립교회를 돕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약간만 더한다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었죠. 회의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대략의 속셈을 해보았더니 방법이 보이더군요. 얼른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했습니다.”

현재 전서노회 교회자립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갑 목사(주산교회)는 3년 전 노회 정기회 당시 아슬아슬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제안으로 전서노회는 교회재정 4% 대신 2%로 지출비율을 낮추고, 미자립교회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기존에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해 사용했던 노회 예산 4000만원을 배 이상 크게 늘려 9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대신에 상비부 회의비 등 각종 경상비를 크게 줄였다. 고통스러웠지만 모두가 대의에 따라주었다. 여기에다 지교회들이 각출한 지원금을 더해 약 3억 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첫 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교회자립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류병택 목사(산월교회)는 자립위 활동이 서로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인식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자신감이 자리를 잡으면서 초반에 제기되었던 우려들을 상당 부분 잠식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본격적인 시행을 전후해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투명성과 형평성이었다. 과연 교회들이 스스로 재정 상황을 정직하게 보고하겠느냐하는 의문과, 이미 외부 지원을 상당히 받고 있는 교회들과 그렇지 못한 교회들과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과제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먼저 투명성 부분. 자립위는 각 교회들이 자체적으로 제출한 보고서와 노회 감사부에서 취합한 상회비 납부자료 등을 비교하며 해당 교회의 재정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했다. 여기에 시찰회 등 주변 탐문을 통해 앞서 제출된 자료들의 진정성을 거듭 검토했다. 나아가 허위 기재를 하거나 사실을 숨기는 경우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강력하게 못 박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자립교회들에게 필요한 금액과, 자립교회들이 지원할 금액을 합리적으로 산출했다. 당초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정에 필요한 생활비는 기본적으로 월 100만원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연 예산 1200만원에 미달되는 부족분만 노회와 지원교회를 통해 매달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해당 교회 목회자들의 가족 친지 등 노회 바깥에서 들어오는 지원이나, 목회자 사모가 직장이나 부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고민이었다. 이 부분은 수차례의 논의 끝에 일정액까지는 별도 수입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이렇게 큰 고비들을 넘기고 보니 자립위 사업에 대해서는 의혹과 불만이 일체 나오지 않고, 신뢰가 쌓이게 됐다. 그것은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당초에는 연 예산 1억 5000만 원 이상 되는 교회만 의무적으로 지원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1억 미만인 교회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났고, 올해에는 8000만원 규모의 작은 교회들까지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41개 교회가 지원에 참여해, 미자립교회 27개 처를 후원하고 있는 것이죠.”

또 한 명의 자립위 간사인 배현수 목사(곰소제일교회)는 이 같은 선순환으로 사업이 활력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경상비 긴축으로 힘들었던 노회 재정운영에도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고 덧붙인다. 게다가 사업 시작 당시 지원을 받던 미자립교회들 중에서 형편이 나아지는 사례들이 나타났고, 정읍 소향교회의 경우는 지원받던 입장에서 지원하는 교회로 변모하기도 했다.

시행 3년차를 맞아 전서노회 교회자립지원위원회는 올해 지원 대상 교회들의 실태를 재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자립 의지를 더욱 독려하고, 현장의 상황과 필요를 파악해 보고하며, 재정 여유가 있는 교회들의 지원 동참을 더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전서노회장 배홍섭 목사는 “아직도 교회자립지원 사업에 동참을 망설이는 노회들이 많다는데, 우리 노회처럼 일단 사업을 시작해보고 미흡한 부분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라고 권유하고 싶다”면서 “총회교회자립지원위에서도 미자립교회의 건축문제나 목회자자녀 대학진학 등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대처와 우수 시범사례에 대한 혜택 등을 보완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지속적 동기부여, 자립 자긍심 키워
노회발전위 합리적 시행 원칙 절대적 지지 … 지원도 혜택도 함께 누린다

▲ 수원노회 발전위원회가 주최한 노회 해외 수양회에 참석한 노회원들이 성경말씀 속에서만 들어온 성지를 순례하며 교제하고 있다.

대가 없는 섬김은 지속되기 어렵다. 미자립교회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돕는다는 명분은 아름답지만, 자립이 불확실한 미자립교회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수의 노회들이 마자립교회 돕기에 나섰다가 몇 년 안에 사역을 중단하곤 한다. 다시 말해, 미자립교회가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지원을 하는 교회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가’이다.

수원노회(노회장:홍건유 목사)는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한 사역을 ‘발전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발전위원회는 말 그대로 노회의 발전을 위한 사역을 전담하는 기구이다. 발전위원회는 ▲개척교회(미자립교회)의 합리적인 후원 대책 연구와 실행 ▲각 상비부 특별 사업의 조정 ▲교역자 생활비 지원 대책의 연구와 실행 ▲노회 발전의 기획을 위해 2009년 4월 제75회 노회 정기회에서 설치가 결의됐다.

▲ 수원노회 발전위원회가 개척교회 부흥성장 사례 발표회를 진행해 노회 목회자들에게 교회 개척을 독려하고 있다.

5월 발전위원회가 조직된 후 위원회는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해 가장 지원이 시급한 교회를 A급(월 40만원 지원), 그 다음을 각각 B급(월 35만원)과 C급(월 30만원)으로 후원 등급을 나눠 총 33교회를 지원했다. 재정보조는 우선 노회에 접수된 재정보조 청원서와 교회 현황 보고서를 검토해 후원 등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재정보조 기간은 3년으로 하고, 매년 등급을 한단계식 하향 조정해 더욱 많은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동시에 최소 3년간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돕도록 했다. 그러나 3년 후에도 자립을 하지 못한 미자립교회가 발생함에 따라 현재는 해당 교회의 경우는 추가로 3년간 구제금을 보조한 후 재정보조를 종결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최소 6년 안에는 지원받은 미자립교회가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발전위원회의 기금은 노회 산하 모든 교회의 노회상회비 기준 50%로 조성된다. 중요한 것은 미자립교회 지원 비용을 포함해 노회발전위원회 재정은 노회 산하 모든 교회들이 동등하게 감당한다는 것이다. 지원을 받는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발전위원회 오병옥 목사는 “미자립교회가 지원을 받는 일에만 익숙해지면 자립이 어려워지고, 해당 교회 목회자들의 자긍심도 떨어진다”며 “지원을 받는 교회더라도 노회원으로서 노회발전위원회에 재정에 동참하기 때문에 목회자들의 자존심도 살려주고 노회발전위원회에서 미자립교회의 자질 향상을 위해 주최하는 세미나와 단합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회발전위원회에서 실행하는 모든 사업은 노회 전체 결의를 통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운영 또한 투명해 노회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더해, 수원노회는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자립교회’ 목회자의 지속적인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도 혜택도 미자립교회와 자립교회 모두가 누린다는 원칙이다. 그것은 바로 노회 해외 수양회이다.

발전위원회는 3년 동안 발전위원회 기금 중 30%를 적립해 3년에 한번 해외에서 노회 수양회를 개최한다. 이 수양회에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뿐 아니라, 일반 노회원과 노회 장로 총대 부부도 신청할 수 있다. 다른 조건은 필요하지 않다. 마감시일까지 신청만 하면 해외 수양회에 참석할 수 있다. 수양회는 단순히 여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자립교회를 위한 세미나를 겸하고 있다. 특히 2012년과 2015년에는 종교개혁지 및 바울행적지, 성지순례 탐방을 개최해 성경말씀으로만 접했던 성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땅을 밟으며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면서 영적 성숙의 기회를 얻은 동시에 노회 구성원들의 사이도 돈독해졌다. 그동안 지원만 하던 큰 교회들이 해외 수양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노회상회비와 발전위원회 기금을 자발적으로 내는 비율도 높아졌다. 올해는 미자립교회 지원금도 30% 증액했다.

노회장 홍건유 목사는 “노회 발전위원회를 통해 미자립교회 지원과 노회원 전체에 대한 교회 개척 및 성장 교육이 활성화 되면서 수원제일교회, 창훈대교회, 신갈제일교회 등 노회 산하 교회들을 중심으로 교회 개척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영 기자 chopi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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