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은평교회 게시판에는 선교지 아이들의 이름과 그들의 영적 가족들의 명단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필리핀 14곳에 세운 형제교회 자립 지속 지원
500마리 이상 돼지 보내는 등 섬김 사역 진력

청년회 소속 양한나 성도에게는 인도네시아에 두 살배기 조카가 있다. 조 갈렙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조카는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갈렙이가 음악을 좋아하고, 낯가림 없이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활달한 성격인 것을 ‘영적 고모’는 잘 알고 있다.

광주은평교회(김범택 목사) 성도들에게는 이처럼 선교지에 영적 가족들이 한 명씩 존재한다.

머나먼 한국의 영적 가족들 덕분에 인도네시아 보아스고아원의 어린이들은 안전한 숙식을 제공받고, 열심히 학교에 다니며 하나님의 자녀들로 자라는 중이다. 광주은평교회 성도들은 자신이 책임지는 아이들을 위해 매달 물질적인 후원과 함께, 기도와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
 
▲ 광주은평교회가 필리핀 마라고스에 건축한 예배당의 헌당식 모습.
광주은평교회의 선교에 대한 열정, 선교지 주민들을 향한 사랑은 오래 전부터 정평이 나있다. 8년 전 목회자세미나 인도 차 김범택 목사가 필리핀을 방문한 것이 발단이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새벽예배마다 필리핀 생각에 눈물이 나는 거예요. 집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허름한 공간에서 예배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곁에서 본 한 성도가 은밀히 제게 후원금을 쾌척해주더군요. 참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필리핀 보스턴은평교회가 번듯한 예배당을 갖게 됐고, 이를 신호탄으로 탈루모 말라고스 뉴바타안 등 14곳에 잇달아 새로운 교회들이 은평교회 교우들의 힘으로 세워졌다. 자체 교회당 건축으로 부담이 큰 상태에서도 해외선교지 교회 설립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말라고스은평교회의 경우는 어머니 박옥자 권사의 소천 후, 김범택 목사를 비롯한 자녀들이 고인을 기념하기 위해 힘을 모아 건립한 사연을 갖고 있다.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통했는지 말라고스은평교회는 인근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해있다.

이렇게 선교지에 형제 교회들이 늘어나면서 자립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일부 교회에는 바나나농장과 두리안농장을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더 쉽고도 효과적인 방식이 필요했고,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것이 선교지에 돼지보내기 프로젝트였다.

온 가족이 삼겹살 한 번 먹을 비용을 아껴 돼지 한 마리를 선물하면, 열악한 선교지 살림에 큰 힘이 된다는 담임목사의 설득에 많은 성도들이 기꺼이 순종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까지 500마리 이상의 돼지를 선교지 교회들에 선물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예배당 건축보다는 선교지 주민들의 후원과 구제에 사역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누구나 광주은평교회가 제법 큰 규모를 가진 교회일 것으로 짐작하리라.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는 주일예배 참석인원이 100명 수준의 작은 교회이다.
 
▲ 케냐 선교를 앞두고 광주은평교회에서 마련한 선교지 후원 음악회.
작은 힘이지만 교회 재정의 10분의 1, 심지어는 주일학교 헌금의 십일조를 선교비로 보태며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고아원 후원만 해도 성도 개개인이 조금씩 더 희생하고 절약하며 감당하는 사역이다.

많은 섬김을 하면서도 광주은평교회는 결코 자신들이 베풀고 있다는 의식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선교지 교회들의 사랑과 기도로 자신들의 공동체가 든든히 서고 있다고 믿는다. 교회 주보에는 ‘우리가 후원하는 이들’ 대신 ‘은평교회를 기도로 섬기시는 귀한 분들’이라는 타이틀로 선교지 교회와 단체들 명단이 소개된다.

김범택 목사는 “개척교회 시절 천막으로 세운 예배당에서 눈물과 땀으로 목회했던 당시를 되새기면, 하나님의 은혜와 수많은 후원자들의 사랑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면서 “그 은혜를 보답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선교지를 섬기는 일에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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