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과 의미] ②뉴욕 한인교회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뉴욕의 한인교회들은 언어가 다른 타문화권 이웃들 그리고 교회 내의 다음세대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진은 뉴욕할렐루야복음화대회에서 어린이복음화대회가 진행되는 광경.

 

교인 수평이동·세대단절 현상 심화
타문화권 대상 사역 강화하며 주교 활성화에 집중

 

뉴욕 플러싱 거리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예배당만큼은 여전히 한인교회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지만 다른 건물들의 사정은 다르다. 한글 간판이 갈수록 줄고, 그 자리를 한자로 된 간판들이 잠식한다.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김형택 목사(충만교회)는 최근 들어 중국이나 인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플러싱 구역에 크게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 일본 이민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던 동네가 코리안타운으로 변모한지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지각변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1960년대 중반 이민법 개정과 함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한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뉴욕 퀸즈지구에는 한국인 밀집지역이 형성됐다. 이곳에서 뉴욕중앙교회(1963년)를 시작으로 퀸즈한인교회(1969년) 뉴욕장로교회(1970년) 등 한인교회들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모국에서 계속된 이민자들의 공급으로 한인교회들의 숫자와 규모는 꾸준히 늘어, 1976년까지만 해도 36개에 불과하던 것이 2009년에는 300여개를, 다시 6년이 지난 현재에는 500여개를 헤아리게 됐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민자의 수가 급감하면서 뉴욕의 한인교회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감지되고 있다.

미주동부노회 뉴욕시찰장을 맡고 있는 박태규 목사(뉴욕새힘장로교회)는 “새로운 한인교인 한 사람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어졌다는 게 목회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면서 “전체성도 수는 정체되어있는데, 교회는 계속 늘다보니 수평이동 현상만 심화된다”고 토로한다.

또 하나의 고민은 뚜렷한 세대 간 단절현상이다. 여전히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게 익숙한 1세대와, 영어로 대화하는 게 훨씬 편한 2~3세대 사이에 소통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현상은 교회 안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본당에서 진행되는 예배와 교육관에서 진행되는 예배의 언어가 완전히 다르게 사용되면서, 한 교회에 두 개의 예배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주일학교 예배에, 아이들은 장년들의 예배에 어울리지 못한다. 이런 판국에 신앙의 세대계승을 이야기하기란 더욱 요원한 일이다.

오랫동안 뉴욕에서 한인 청소년사역을 펼쳐 온 박시훈 목사(함께하는교회)는 “이미 한인교회들의 과도기는 한창 진행 중”이라면서 “기성세대들이 다음세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접근을 통해 신앙적인 다리 역할을 잘 해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위기 속에서 지역교회들의 대처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는 한인 중심의 목회를 탈피해 다문화 선교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다음세대를 향한 적극적 투자에 몰입하는 것이다.

뉴욕의 대표적 한인장로교회인 퀸즈장로교회(김성국 목사)는 다문화 전략에 올인하는 케이스다. 올해 들어 화교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예배를 신설했고, 할렘가를 대상으로 활발한 전도와 섬김사역을 펼치고 있으며, 인도계 이민자들을 비롯한 타문화권과의 접촉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어예배의 경우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70여명의 성도들이 출석 중이다.

그 중에서도 영어권 예배의 독립을 추진하는 것이 퀸즈장로교회의 변화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현재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신축 중인 건물 전체를 영어권 사역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영어 전문 사역자들을 배치하는 등 전격적인 패러다임 시프트를 시도하는 것이다.

김성국 목사는 “뉴욕의 더 많은 영혼들을 품기 위해서, 또한 영어문화권에서 자라난 다음세대들을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시키기 위해서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한인 1세대가 대부분인 기성 교우들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기로 동의하면서 추진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뉴욕 최대 규모의 한인교회인 프라미스교회(김남수 목사)의 경우는 더욱 적극적이다. 토박이 미국인들을 위한 영어예배는 물론이고, 남미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스페인어예배, 인도계들을 위한 예배 등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일학교의 경우에는 한인과 다른 인종 및 민족의 구분 없이 사실상 통합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따라서 프라미스교회 교역자들 중에는 적지 않은 수의 타민족 출신 사역자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주일학교 교사진이나 찬양대원 등에도 다민족화가 상당히 이루어졌다.

특히 다음세대에 대한 프라미스교회의 열정은 대단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4/14사역을 통해 이민교회 혹은 한인교회 차원을 넘어 지구촌 전체의 다음세대를 아우르는 복음공동체로서 발돋움하는 중이다. 김남수 목사는 “성인 중심의 목회, 성장 중심의 목회를 지양하고 초점을 다음세대에 맞추는 것은 현 세대 모든 교회들이 집중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 동안 한국교회와 미국교회의 틈바구니에서 약간은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던 한인교회들이 점차 홀로서기의 요구를 받고 있다.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 속에서 바른 해답을 찾는 길은, 그간 스스로 안주했던 폐쇄적 틀에서 빨리 빠져나오는데서 출발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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