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퀴어문화축제가 교회에 남긴 것

▲ 2015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6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을지로와 명동 등 2.6킬로미터를 퍼레이드하고 있다. 퍼레이드는 성소수자들을 비롯해 외국인 등 1만 여명이 참석했으며, 올해도 겨우 속옷만 걸친 민망한 모습이 연출됐다.

‘인권보호·문화다양성’ 논리 맞서는 세련된 대응방식 모색 시급
세계적 추세 맞춰 ‘교회 내 성소수자’ 커밍아웃 대비 필요성 커져

2015 퀴어문화축제가 6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퍼레이드를 끝으로 폐막했다.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은 보수적인 교회의 적극적인 반대로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퀴어조직위)는 소송까지 벌이며 끝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고, 서울 중심부를 걸으면서 한국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한국교회는 올해 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이번 퀴어문화축제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개별적으로 반대운동을 진행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연합으로 ‘동성애 반대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퀴어, 거대한 물결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전에 한 포털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설문 응답자의 90% 이상이 동성애를 거부한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퀴어퍼레이드 현장을 보면서, 퀴어조직위가 이번 행사를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퀴어조직위는 참석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꾸몄다. 서울시청 광장에 80여 개의 부스를 마련하고, 퀴어축제를 상징하는 무지개 스티커를 붙여주고 헤나타투를 해주는 등 즐길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예쁜 무지개 전단지와 팻말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보호의 당위성을 전달하고, 보수적인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하며 문화다양성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세계의 흐름도 적극 활용했다. 동성결혼을 허용한 미국대사관과 독일대사관 등도 부스를 마련해 놓고 자기 국가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측면에서 성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성소수자의 권리 증진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교회, 열심은 있지만

보수적인 교회는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완전히 둘러쌌다. 한기총 한교연 등 연합단체들이 서울시청 맞은편 대한문에서 주최한 ‘동성애조장 중단촉구 교단연합예배 및 국민대회’에 1만 명의 성도들이 참석했다. 또한 서울시청 청사 앞과 시청역 출입구 등에도 (사)민족복음화운동본부와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등이 주최한 반대행사가 열려, 서울시청 광장과 인근 도로는 성도들로 가득 찼다.

성도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퀴어퍼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도하고 찬송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혼자 참석했다는 박 모 집사는 “저들도 이 더위에 이렇게까지 하는데 이 정도 더위는 아무렇지 않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동성애 축제 이야기를 듣고 나 하나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 집회에 나온 서울지구촌교회 성도들도 “직접 이 자리에 나와 기도하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 동성애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성도들의 열심에도 불구하고 이날 교회의 반대 집회가 시민들에게 성소수자들의 문제를 제대로 알렸는지 장담할 수 없다. 대한문 앞에 1만 명이 모인 탓에 오고가는 시민들이 불편함과 짜증을 냈고,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기도와 찬송과 동성애 반대 구호는 ‘참을 수 없는 소음’으로 여겼다.

심지어 기독교인이라는 한 청년은 “사랑이 제일이라”는 성경 구절을 쓴 종이를 들고, 교회의 반대운동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이런 동성애 반대운동은 기독교인인 나도 반대한다. 큰 소리로 상대방의 주장을 억누르려는 것으로 느껴진다. 교회의 반대운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성소수자 문제는?

2015 퀴어문화축제는 끝났지만 한국교회의 고민과 대책은 이제 시작됐는지 모른다.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동성결혼을 인정하면서, 성소수자의 권리 확충은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한국 사회도 이런 시대정신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수록 교회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바로 ‘교회 내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문제이다.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에서 ‘교회 내의 성소수자’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발행한 <한국 LGBTI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자료집은 국내 성소수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눈에 띈 것은 설문응답자의 종교 분포였다. 성소수자 3108명 중 종교 없음이 2060명(66.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개신교인이 384명(12.4%)으로 타종교인에 비해 많았다. 천주교인 313명(10.1%) 불교 신자는 279명(9.0%)이었다. 또한 성소수자들에게 비우호적인 기관을 조사했는데, 가장 비우호적인 기관은 ‘군대’(86.9%)였고 군대만큼 비우호적인 곳이 개신교(86.8%)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유럽이나 미국처럼 높아지면, 교회 내의 성소수자들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교회는 대외적인 반대운동과 함께, 기독교인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민균 송상원 박용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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