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다져진 양육훈련, 섬김 이끈다

교리교육 중심 훈련된 청년들 교회 변혁 원동력으로
청소와 식당 봉사는 기본, 국내외 선교 활동 앞장서


‘섬김’이라고 하면, 으레 지역사회 봉사나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는 활동을 떠올리기 쉽다. 많은 교회에서 주일학교 학생들과 청년들은 주로 방학기간을 활용해 단기간에 걸쳐 국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곤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 안에서는 다른 누군가를 섬기는 존재이기보다는 ‘보살핌을 받는 존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섬김은 내게 가장 가까운 이웃,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보살핌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나 청년들 스스로 교회와 이웃의 섬김에 앞장서고 교회 변혁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 <기독신문>은 총 3회에 걸쳐 교회 안팎에서 섬김으로 헌신하는 교회들을 소개하고, 각 교회의 섬김 사역에 있어 교회교육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섬김의 자리는 멀리 있지 않다. 섬김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 그 곳에서 시작된다. 성남제일교회(홍정기 목사)는 자신이 속한 교회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되는 섬김의 기본에 충실한 교회이다. 일반 교회에서 보통 장년층이 교회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것과 달리, 성남제일교회는 청년과 장년층이 어깨동무를 한 듯 서로 의지하며 교회를 섬기고 있다.

무엇보다 성남제일교회는 젊다. 성남제일교회에서는 교회를 청소하고, 주일 점심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가대로 찬양하고, 길거리와 지하철역에서 전도 행사에 참여하고, 토요일 교회에서 열리는 결혼식을 진행하고, 국내외로 선교활동을 펼치는, 그 모든 일에 청년들이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회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서도 청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전교인 체육대회, 전교인 수련회, 전교인 총동원 주일, 신년특별새벽기도회, 고난주간 저녁집회, 가을 전교인 전도행사 등 교회행사에 청년들이 단순히 참여하는 것을 넘어 행사 기획부터 실무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교회 일이라면 자신의 일처럼 양팔을 걷어붙이고 돕는 성남제일교회 청년들로 성남제일교회는 언제나 활기가 가득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헌신은 성남제일교회가 매일 새롭게 성장하고 교회 담을 넘어 지역공동체와 해외 선교지까지 섬김을 실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성남제일교회 청년들의 섬김은 교회 안에서 시작돼 지역사회와 국내외 선교 각처에서 실천되고 있다. 사진은 청년들이 직접 준비한 주일 점심식사를 성도들에게 배식하고 있다.

훈련받은 청년들이 섬김의 주체로

성남제일교회 청년들이 처음부터 섬김에 헌신했던 것은 아니다. 1969년 5월 9명이 모여 예배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성남제일교회는 교회당도 크지 않고 교회건물도 노후됐다. 인근에 술집과 여관, 점집 등이 몰려 있는 열악한 환경이다. 여느 교회처럼 대학진학과 취업, 결혼 등으로 청년층이 타지역으로 이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청년부를 위한 부실도 따로 없었고, 청년들을 양육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전무했다. 그러다보니 청년들 사이에서도 교제가 원활하지 않았다. 일부 청년들은 주일학교 교사나 성가대로 섬기고 있었지만, 그 이외에 교회 안에 활동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장년층과 함께 섬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교회 안 섬김은 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전도부가 맡고 있었다. 교회 밖에서 섬김도 주말을 이용해 시간이 되는 청년들 몇몇이 모여 인근 고아원으로 자원봉사를 나가는 활동 정도가 전부였다. 말하자면, 고등학생 때 성남제일교회를 출석하다가 대학 진학 후에도 성남에서 거주하며 부모님이 성남제일교회를 다니고 있는 서른 명 남짓한 청년들로 근근이 청년부가 유지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 청년들이 부활절을 맞아 길거리에서 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남제일교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 것은 9년 전인 2006년부터였다. 고 옥한흠 목사 밑에서 12년간 부교역자로 섬기며 제자훈련의 가르침을 받았던 홍정기 목사가 청년부를 도맡아 교육할 청년부 전임 목회자를 초빙한 것이다. 2006년 11월 성남제일교회에 부임한 이창근 목사는 부임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부임 후 3년간은 청년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전부터 주일학교 교사나 성가대로 섬기던 청년을 제외한 모든 청년들은 교사나 성가대 등 교회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이러한 요구를 들은 교회와 교인들의 반발은 컸지만, 홍정기 목사는 청년부의 개혁을 위해 과감하게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창근 목사는 “훈련도 훈련이지만 그 전에 청년들이 훈련을 받고 싶은 마음부터 들어야 하기 때문에 청년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며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교회 청년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남에게 나누기 어려운 고민들을 들어주며 관계를 다져갔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연 청년들을 종자씨로 이창근 목사는 교리교육 중심의 교육을 시작했다.

‘터다지기’라는 이름의 15회 과정 교육은 말 그대로 신앙의 터를 다지는 가장 기초적인 교리교육이었다. 예수님은 누구신지, 예수님이 왜 이 땅에 오셨는지, 왜 십자가에 매달리셨는지, 예수님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단순하고 쉬운 가르침은 놀랍게도 청년들의 마음에 커다란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감동을 이어 터다지기를 이수한 청년들을 모아 6개월 과정의 성장반을 시작하고, 성장반 2기가 수료한 후에는 다시 터다지기와 성장반 3기, 1년 과정의 제자반 1기를 운영했다. 제자반까지 수료한 청년들은 교회 최고위 훈련과정인 사역반과 성남제일예수제자훈련학교(JDTS)에서 장년층들과 함께 담임목사님 아래에서 제자로 양육되어 섬김의 현장으로 나아갔다. 제1기 청년 JDTS 수료생이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만 5년 반이다. 그만큼 훈련은 엄격하다. 어려운 양육훈련 과정에 청년들이 지쳐서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결과는 반대였다.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은 청년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면 성장한다는 확신을 훈련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양육을 받는 기쁨이 크다”고 고백했다.

▲ 미술동아리 소속 청년들이 교회 인근 보행로 벽을 그림과 캘리그라피로 새단장하고 있다.

섬김의 영역 확장

그러나 감동이 단순히 감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창근 목사의 신념이었다. 이창근 목사는 2007년 여름 청년들을 모아 나주제일교회로 수련회를 떠났다. 이 수련회는 단순히 수련회가 아니라 ‘블레싱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계획됐다. 블레싱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맞춤형 지역 섬김’ 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수련회조차 열기 어려운 농어촌의 미자립교회를 선정하고, 그 교회를 통해 그 지역공동체를 섬기는 사역이다. 먼저 기도로 지역을 정하고, 그 지역 교회들을 추천받아 방문한 후 도울 교회를 선정하면, 그 교회에서 해당 지역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필요한 사역들을 소개받아 섬기는 수요자 중심의 섬김이다. 처음 나주로 블레싱 프로젝트를 떠난 교회 청년들은 나주 지역 미자립교회와 교회 성도들, 그리고 마을주민들을 섬기면서 처음으로 섬김을 통해 얻는 은혜와 기쁨을 맛봤다. 이후 매년 청년부는 홍천, 청양, 광주, 인제, 고흥 거금도, 청도 등 농어촌 교회와 지역을 섬기며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나누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이러한 섬김은 청년들에게 바로 자신들이 속한 지역 ‘성남 섬기기’로 확장됐다. 성남제일교회 청년들은 문화적 혜택이 적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 ‘마토페스티벌’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또 그림에 재능이 있는 청년들로 구성된 미술동아리는 교회 인근 벽 전체를 아름다운 그림과 캘리그라피로 가득 채워 낡은 벽을 지역 명소로 변모시켰다. 지역섬김의 경험은 해외로도 확장돼 훈련받은 청년들이 해외 아웃리치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창근 목사는 “섬김은 훈련과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 ‘블레싱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이 낡은 건물을 보수하고 있다.

현재 성남제일교회에는 매주 청년 200여 명이 출석한다. 청년교구는 고등학교 졸업부터 26세까지 ‘우리공동체’와 27세부터 35세까지의 미혼 청년으로 구성된 ‘모두공동체’, 연령 제한 없이 편성된 ‘함께공동체’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각 교구 아래 재능에 따라 창업동아리, 미술동아리, 댄스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가 구성돼 섬김의 현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나이별로 ‘동기 모임’도 활성화 돼 있어, 주일에 교회는 예배와 교구 모임, 동기 모임,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는 청년들로 늘 북적댄다. 이 청년들의 아름다운 섬김은 교회 안팎에서 크고 작은 변혁의 소용돌이들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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