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

‘금지’를 분별하여 지키는 것이 최고의 지혜
해서는 안될 것만 하지 않아도 귀한 사람다움 지킬 수 있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 2:17)

사람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존재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사람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위해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에덴동산(8절)은 먹을거리가 풍성했습니다(9절). 그리고 주변 환경도 사람이 살아가기에 최적이었습니다(10~14절). 적절한 일도 주셨습니다(15절). 이렇게 좋은 모든 것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도대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먹지 말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최초의 금지명령이 나옵니다.

16~17절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에덴동산에서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먹고 살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금하셨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먹으면 죽는다는 경고를 하셨습니다. 해서는 안 될 것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최초로 주신 계명입니다. 그것은 무언가 ‘하라’는 것이 아니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무언가 하라고 하면 그것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하지 말라는 명령을 주셨습니다. 따라서 그냥 하지 않으면 됩니다. 사람에게만 ‘하지 말라’는 명령을 주셨습니다. 짐승들에게는 이런 명령이 없습니다.

매우 중요한 뜻이 이 속에 담겨있습니다. 사람의 사람됨이란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아는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금지 명령을 어기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신 대단한 무엇인가를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매우 단순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함으로 죽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가 홍수에서 살아남은 후에도 금지 명령을 주셨습니다.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창 9:3~4)

홍수 후에 동물도 먹을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서는 한 가지 중요한 금지 명령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를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시 금지 명령을 주셨습니다.

율법의 핵심인 십계명을 보십시오. 대부분이 금지 명령입니다. 안식일과 부모 공경 외에는 금지 명령입니다. ‘하라’는 것이 아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다움

하나님께서 주신 금지 명령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다움이란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아는데 있습니다. “개만도 못하다”는 비난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때 쏟아집니다. 좋은 일을 하지 못했다고 그런 욕을 듣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금지된 선만 넘지 않으면 복을 누리며 살게 하셨습니다.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십니다. 매우 어렵고 복잡한 작업을 시키거나 고상한 어떤 일을 명하시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십계명의 금지 명령을 보십시오. 형상을 만드는 것이 쉽습니까? 아니면 형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쉽습니까? 만일 금이나 보석으로 꾸민 형상을 만들어야 복을 받는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 형상도 만들지 말라고 하십니다. 쉽습니다.

사람에게 금지하신 죄악이 그렇습니다. 살인, 간음, 도적질 등 사람으로서 이런 것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금지 명령은 매우 쉬운 명령입니다.

사사기의 삼손 역시 그랬습니다. 나실인인 그에게 무엇을 하라는 말씀이 아닌, 단 한 가지 금지 명령을 주셨습니다.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라는 것입니다(삿 13:5).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이것만 지키면 무슨 짓을 하든지 그에게 놀라운 힘이 충만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한 가지 ‘하지 말라’는 것을 깨면서 결국 그는 힘을 잃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만 하지 않으면 놀라운 힘을 공급하셨습니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나면 누구 앞에서든지, 어디에서든지 힘을 잃습니다. 당당하게 설 수 없습니다.

광고 카피에도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다 그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했는가 보다, 해서는 안 될 그 한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의 사람다움이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아는’ 데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이것만큼은 해서는 ‘안 되는 바로 그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다움이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것을 잃으면 사람다움도 잃어버립니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좋은 것을 잃고 맙니다. 오늘날 일어나는 일을 보십시오. 교회가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이런 저런 힘을 쏟아 부으며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합니까? 그러나 해서는 안 될 그 한 가지를 함으로 인해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오랫동안 해오던 그 좋은 일들이 짓밟혀버립니다. 또 매우 성공적인 목회를 하여 이름을 알리다가 무너지는 대부분의 사역자들은 좋은 일을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그 한 가지를 했기 때문입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지 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그 한 가지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은 다 해도 이것만큼은 해서는 안 되는 그것을 알 때 비로소 사람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 복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 해주었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한 가지 때문에 상처를 입고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들이 생기는 법입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해서는 안 될 일 한 가지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인간! 참 답답합니다. 먹어도 될 뿐 아니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하나님이 주셨는데 먹지 말라는 한 가지 금지 명령을 깨뜨리고 기어이 그것을 먹고 맙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에덴동산도, 생명도, 인간다움도 잃고 맙니다. 하나님이 주신 ‘정말 좋은 것’들을 다 잃습니다.

인간이 온갖 좋은 것들을 다 만들어내고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아름다움이나 생동감을 잃는 이유는 돈이나 지식의 모자람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인간이 해서는 안 될 것, 손대서는 안 될 것, 먹어서는 안 될 것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손대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것이 인간다움이고, 최고의 지혜입니다.

사람다움이란 에덴동산 같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옷 입고, 좋은 것 먹고, 좋은 것을 누리며 사는데 있지 않습니다. 비록 배가 고프고 제대로 입지 못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잘 지키면 인생은 행복하고 가치 있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으로서 사람다움을 지킵시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해서는 안 될 것만 하지 않아도 사람다움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가장 귀하게 창조하신 사람다움을 지키면 내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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