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하늘과 땅을 수직으로 잇는 다리  
 

기독교의 설교란 넓은 의미에서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땅의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먼저 하늘 위로부터 값없이 주어진 하나님의 은총이다.

그러므로 설교란 하늘로부터 주어진 구원의 복음을 지상의 죄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늘의 은혜를 땅의 사람들에게 흐르게 하는 것이다. 하늘의 세계와 땅의 세계를 십자가 복음의 설교로 잇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의 설교는 하늘과 땅을 수직적으로 잇는 다리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요 목회자였던 존 스토트(John R. W. Stott) 목사는 ‘다리 놓기로서의 설교(preaching as bridge-building)’를 제안한다.

“성경의 옛 세계와 오늘날 현대 세계 사이의 깊은 간격을 복음의 설교로 잇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의 설교란 과거 세계와 현대 세계를 수평적으로 잇는 다리이다. 왜냐하면 설교자의 일이란 하나님의 계시된 진리가 성경으로부터 흘러 나와 오늘날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트 목사가 이러한 수평적 차원의 ‘다리 놓기로서의 설교’를 제안한 배경 속에는 단순히 과거 성경의 세계와 현대 우리들 세계 사이의 역사적 간격만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신학적 이유도 들어 있었다. 스토트 목사는 기독교회 속에 오랫동안 팽팽하게 대치해 온 두 진영의 신학적 경향이 지닌 약점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한편으로 보수주의자들은 성경적이나 현대적이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유주의자들과 급진주의자들은 현대적이나 성경적이지 못하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같이 고지식한 태도로 양극화 되어야만 하는가? 양편 모두 그 나름대로의 정당한 관심사를 갖고 있다. 한쪽 편은 하나님의 계시를 보존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고, 다른 한쪽 편은 하나님의 계시를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현실적인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관련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역사적이며 성경적인 기독교의 원칙들을 보존할 필요성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한가? 또한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로부터 그 원칙들을 현실 세계에 철저하고도 적절하게 관련시켜야 할 중요성을 배워 깨달을 수는 없는가? 그동안 이 두 그룹은 깊은 문화적인 단절 속에서 각각 자기 쪽에만 머무른 채 어느 쪽도 다리를 놓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스토트 목사가 제안한 ‘다리 놓기로서의 설교‘는 이중적 목적을 훌륭하게 성취한 것이다.

한편으론 과거 성경의 세계와 현재 우리의 세계라는 역사적 간격을 잇는 것이요, 다른 한편으론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사이의 신학적 견해가 지닌 약점을 극복한 것이다.

이처럼 성경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 사이에는 깊고도 넓은 간격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시간이라는 역사적 간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땅과 한국 땅이라는 지리적 차이도 있다. 또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진 삶의 가치와 관습을 담은 세계관은 현대 한국 사람들이 갖는 세계관과 큰 격차를 갖는다.

영국 지하철역에서 자주 듣는 방송 중 하나는 “Mind the gap!(간격을 주의하세요!)”라는 주의하라는 신호다. 마찬가지로 한국 지하철역에서도 열차가 들어올 때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을 자주 듣는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고 해석할 때 우리는 언제나 성경의 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상 사이에 쉽게 건널 수 없는 간격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현대인들에게 성경을 설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강해설교를 주장하는 데니스 레인(Denis Lane) 목사는 현대인들에게 성경을 설교할 수 있는 근거로서 두 가지 고리를 지적한다.

하나의 고리는 시대와 역사를 초월할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친히 다스리시는 불변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또 다른 고리는 비록 환경은 급속히 변화할지라도 인간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속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시 말하면 불변하신 하나님과 불변하는 인간의 본성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요, 성경의 세계와 현대 세계를 잇는 고리다.

따라서 성경에 기록된 복음을 설교하는 것은 이 두 고리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칼빈의 <기독교강요>는 하나님에 관한 지식과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그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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