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규 목사(총회교육진흥원)
‘안식하다’란 동사는 ‘쉬다’, ‘멈추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창세기 2장에서 처음 나타난 ‘안식’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육체적 노동의 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안식하신 이유는 피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시 121:4).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왜 안식하셨을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계획이 완성’되었고 하나님께서 하시던 모든 일들이 7일이 되었을 때, 완성되었기에 하나님께서 더 이상 창조행위를 하지 않으시고 멈추신 것입니다. 그 멈춤은 육체적 피곤함과 상관없는 ‘완성’에 대한 쉼(안식)이었습니다.
창조하던 일의 멈춤이 창조의 완성에 대한 소극적인 표현이라면, 안식하신 날을 복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신 것은 창조의 완성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되게 하셨다’(바라크)라는 동사는 ‘복을 주다’ ‘무릎을 꿇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그날의 특별함과 예배적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거룩하다’(카도쉬)란 동사는 ‘분리하다’ ‘구별하다’ ‘따로 떼어 놓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하나님께서 창조를 완성하신 일곱째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구별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참된 안식’은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함으로 깨어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자의 후손’(창 3:15)을 통한 참된 안식의 회복, 곧 구원을 약속하시고 그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아담 이후 구속의 역사는 참된 안식의 회복과 완전한 성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속사 가운데 ‘안식일’ 제도는 출애굽의 과정 중 ‘만나’ 사건을 통해 처음 등장하였다가(출 16장)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언약을 맺은 다음 구체화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고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언약법 중의 하나로 안식일 계명을 주신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안식일 계명을 지킴으로 과거적으로는 태초의 안식을 기억하게 하셨고, 미래적으로는 앞으로 완성될 참된 안식을 바라보게 하신 것입니다. 다르게 말해서, 구약의 안식일은 태초의 안식과 함께 장차 다가올 종말론적 안식을 믿음으로 미리 경험하는 날로, 임시적으로 주신 것입니다. 구약의 ‘안식일’은 참된 안식의 그림자인 셈입니다.
참된 안식은 장차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구원 사역을 완성하심으로 회복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안식일’은 ‘안식’을 기억하고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참된 ‘안식’이 회복되면, 그림자인 ‘안식일’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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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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