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적지 지정까지 염두한 총회차원 지원 중요…역사위원회 설치로 문화유산 인식 높여야

해설/ ‘총회 제1호 순교사적지’ 지정 이후 과제

지난 6월 1일 총회(총회장:백남선 목사) 설립 100주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전남 영광에 있는 염산교회(임준석 목사)에서 총회 제1호 순교사적지 지정을 기념하는 예배가 총회 임원들과 순교자 가족, 지역 유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염산교회는 한국전쟁 당시 믿음을 지키다 순교당한 77명의 교인을 배출한 곳이다. 이번 예배에서 총회는 염산교회는 한국 최대의 순교자를 배출한 교회인만큼 국가 사적지로 지정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이번에 총회 차원의 순교사적지 지정이 최초로 이뤄짐에 따라 앞으로 교단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차제에 체계적으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상설기구가 교단 내에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교단에는 순교사적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나 매뉴얼이 없는 상태다. 이번에 염산교회가 순교사적지로 지정된 가장 큰 공로자는 사실 염산교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산교회는 순교자 77인을 기리기 위해 추모시비를 건립하고 기념관을 운영해왔다. 시설은 비록 최근에 지어진 타교단의 기념관보다 오래됐지만 전시 내용과 소장품의 질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러던 중 염산교회는 국가사적지 지정까지 될 만하다는 칭찬을 들었고 이를 위해 노회와 총회의 협력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총회는 염산교회 사적지 지정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2년 전 염산교회순교자기념대책위원회(위원장:하귀호 목사)를 결성했다.

염산교회대책위원회는 총회 결의 정신을 받들어서 염산교회가 국가사적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대책위원회 위원장 하귀호 목사는 “대책위원회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유지들과 만나 염산교회 사적지 지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관계요로를 두드려 사적지 지정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산교회는 일찍이 교회 자체적으로 역사 보존에 눈을 뜬 특별한 경우지만 지방의 교회들이 사적지 지정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홍보하기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역사 발굴과 사후 관리라는 전문적이고 방대한 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총회 차원의 조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예장통합교단의 경우, 1997년에 이미 교회사편찬위원회, 2000년에 총회역사위원회를 조직했다. 역사위원회는 역사 자료 정리, 보존, 전시, 수집, 전문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2006년에 총회사료실을 개관했다. 총회는 매년 가을 정기총회 때마다 총회사적지정 결의를 해오고 있으며 최근까지 총 25군데의 교단 산하 유적지를 사적으로 지정했다. 총회 차원의 활동의 영향을 받아서 예장통합교단 개교회에서도 사료관이 속속 만들어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어, 이같은 종합적 움직으로 인해 한국교회 대표교단이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성교단도 총회 상설조직으로 역사편찬위원회를 설립했으며 2013년 문준경 순교기념관을 완공했다. 이 기념관 건립을 위해 기성교단은 경상비 0.5%를 2년간 모금키로 결의했으며 총회가 수십억 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최근 병촌에 순교 및 안보기념관을 세웠으며 최초의 신사참배거부비를 발굴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장교단도 역사적 건물과 인물 발굴과 보전에 눈을 떠서 총회회관 내에 역사자료관을 두고 있으며 서울시 유형문화재 등 국가 차원의 사적지 지정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총회 관계자들은 만일 총회상설조직으로 역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염산교회는 탄생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현재와 같은 관련 상설기구 부재의 상황에서 몇몇 교회가 사적지 지정을 요청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지정이 되더라도 사후 관리는 기대하기 어려워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염산교회 담임 임준석 목사는 “염산교회를 국가 사적지로 지정하는 일과 불타버린 옛 예배당 복원 등의 사후 사업까지 총회가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 타교단과 마찬가지로 관련 기구를 설치하고 유적지 활용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산교회대책위원회 위원장 하귀호 목사는 “사적지 발굴과 보존을 위해 총회 차원의 기구 마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적으로 지정하고 끝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관리를 지원하고 사적지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총회 차원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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