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본회퍼가 39세의 나이로 교수형에 처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최근 본회퍼 관련 책들이 부쩍 많이 나오고 있다. 본회퍼의 메시지가 함의하고 있는 의미와 교훈은 언제 불러와도 상관없는 회초리 같은 것인데, 지금 한국교회가 처한 엄중한 현실을 생각하면 본회퍼를 소환하는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회퍼의 선데이> 조병준/샘솟는기쁨/12,500원

 

<본회퍼의 선데이>는 그가 사형당하기 2년 전 감옥에서 쓴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다. 원제는 Sonntag(선데이). 국내 최초 출간.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통해 그가 오랫동안 체화했던 신학 주제와 시대 담론을 풀어가고 있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두 가정 중 하나인 브레머 씨 가족은 본회퍼의 약혼자인 마리아 가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본회퍼는 마리아와 약혼한 지 3개월이 채 안 돼 체포되었다.

본회퍼가 하고 싶었던 말은 소설 인물들의 지문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된다. 일테면 할머니인 브레이크 여사와 설교에 대해 이야기하던 손자는 “어쨌든 그렇게 감성적으로 잘못 전하고 있는 설교는 살아남을 힘이 없어요. 저는 생생하게 살아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있지, 죽은 신앙이나 과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19쪽)라고 하거나 ‘헤럴드 삼촌’이라 불러달라는 브레머 소령은 청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친구들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말고 가차 없이 싸워야 한다”(95쪽)고 조언한다.

교회의 형식주의나 값싼 은혜에 대한 질타, 그리고 불의에 대한 정직한 저항 등을 풀어내고 있는 이 소설이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달달한 연애감정은 물론 가족이면 빚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중간중간 쉼터 역할을 하는 삽화와 함께 어우러져 186쪽 소설을 단숨에 읽게 한다.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말할 수 있을까?> 디트리히 본회퍼/좋은씨앗/10,000원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말할 수 있을까?>는 본회퍼의 <행동하는 신앙> 시리즈 세 번째 책.

독일에서 출간된 16권짜리 전집 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9권에서 16권까지 내용을 주제별로 선별해 단행본 형태로 출판사 ‘좋은씨앗’이 소개하고 있다.

이미 나온 1권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설 수 있을까?’와 2권 ‘타인을 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을까?’를 잇는 이 책은 본회퍼가 베를린을 중심으로 런던 및 독일 등지에서 1931년 10월부터 1940년 성탄절까지 전한 설교들이 실려 있다.

히틀러가 나치당 당수로 임명되기 2년 전부터 광기의 독재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전한 설교들인 만큼 책에 담긴 본회퍼의 설교는 치열하며 격정적이다. 1932년 6월 19일 베를린에서 골로새서 3장 1절에서 4절까지를 본문 삼아 전한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말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설교 가운데 하나.

“우리는 절망적이고 타락한 상태에 홀로 버려진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 한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창조주와 참된 생명에서 갈라놓은 경계를 넘어 우리가 사는 사망의 땅으로 뚫고 들어오십니다. 사망에서 승리하시고, 우리를 가두고 옥살이하게 하는 모든 것을 사로잡아 자유로 이끄십니다. 그 자유는 하나님의 자녀 된 영광스러운 자유입니다.”(112쪽)

죽은 지 70년이 지나도 여전히 한국교회가 부를 수밖에 없는 디트리히 본회퍼. 행동하는 신앙양심을 외치며 언제나 맨 앞줄에 서있던 그에게서 한국교회는 어떤 유용한 교훈을 이끌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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