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일원화·구호 매뉴얼 시급

피해 고통 현지 선교사에 보고와 구호활동 대책마련까지 떠맡겨
긴급구호 시기 놓쳐도 중장기 지원체계 구축, 실질적 복구 도와야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네팔 주민들은 여진의 공포와 다가올 우기에 대한 우려 속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이재민 텐트 등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진 직후 구호단체와 네팔 선교사 파송 교단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총회는 지진 직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현재도 구제부와 GMS를 중심으로 한 모금활동에 구제의 초점이 맞춰져있다. 총회 차원에서 긴급재난을 위한 일원화된 의사결정구조 체계와 구호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명무실한 긴급지원, 대책 시급

▲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단장 조현삼 목사가 네팔 주민에게 구호식량을 전달하고 있다.

긴급구호는 말 그대로 긴급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동안 총회 차원에서 긴급구호는 긴급하게 실행되지 못했다. 국내외 재난이 발생하면 관련 부서인 구제부 임원회가 열린 후 긴급구호가 논의되고 모금이 시작되고, 총회 임원회에서는 임원회대로 모금액 사용을 둘러싸고 의견이 개진되는 등 구호 전문가가 전무한 상황에서 긴급구호를 위한 의사결정기구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 긴급구호는 논의에 그치기 일쑤였다.

지난 99회 총회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논의됐다. 99회 총회에서 구제부는 특별구제는 모금 후 지원해야 하는 즉각적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특별구제 시 선지급 할 수 있는 긴급구호지원금이 필요하다며 ‘긴급구호지원금’ 5000만원을 청원했다. 99회 총회는 이 청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네팔 지진이 발생한 직후 구제부는 ‘긴급구호지원금’을 활용하지 못했다. 5월 7일 열린 구제부 임원회에서 임원들은 긴급구호에 앞서 네팔 현지 상황부터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총회세계선교회(GMS)를 통해 현지 상황과 복구 계획 등을 보고받은 후 재정부에 긴급구호자금 차입을 청원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구호단체가 재난 발생 직후 전문 직원을 현지에 파견하거나 현지 직원을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미리 마련해 둔 긴급구호자금으로 긴급구호물품 구입 및 배급, 임시 거처 마련 등 신속히 긴급구호활동을 펼치는 것과는 대조적인 대응이다.

더욱이 GMS에서 네팔에 파송한 선교사 6가정 또한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보고와 구호활동, 중장기 대책 마련까지 떠맡고 있다는 현지 상황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GMS가 구제부에 현지 상황을 보고하기까지 지진 발생 후 한 달 가량이 걸렸다. 그 사이 긴급구호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긴급구호는 놓쳤더라도 네팔이 복구될 때까지 중장기적인 구호와 지원은 이어져야 한다.

구제부 부장 한복용 장로는 “네팔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구호사역과 더불어, 파괴된 지역을 복구하고 지진으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주민들을 중장기적으로 치유하는 사역이 필요하다”며 “구제부는 이번 모금을 통해 네팔 복구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사역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모금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구호 매뉴얼 마련해야
모금활동과 더불어 모금 이후 사역에 대한 준비와 논의 또한 중요하다. 아직까지도 미결인 채 총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킨 아이티 구호헌금 전용 사건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이티 구호헌금 전용 사건이 터진 후에도 총회에는 여전히 모금 후 모금된 재난기금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통해 사용해야 하며, 구호활동은 어떻게 펼쳐야 할지 전혀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총회 기구개편위원회 산하 총회기구혁신위원회(위원장:김창근 목사)가 사회봉사구제 분야의 사업체계 일원화를 위해 총회긴급재난구호단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9회 총회에서 총회 실행위원회가 청원했던 총회긴급재난구호위원회 신설 건이 정치권의 혼란한 상황 중에 유야무야된 것을 거울삼아,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긴급재난 구호 체계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주기 위한 총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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