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전주엘림교회 새벽예배 시간, 강동진 목사는 막 성경봉독을 마친 후 강단에서 설교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바깥 도로가에서 엄청난 굉음에 이어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다. 예배에 참석한 모두가 사고가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 이어 바깥에서 ‘불이 났다!’라는 고함이 들렸다. 너나 할 것 없이 온 교인이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예상대로 교통사고가 난 상태였다. 승용차 한 대가 전주~순창간 국도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심하게 망가져있었고, 차체에는 이미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다들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인데 강동진 목사와 정종택 장로는 현장을 목격한 즉시 사고 차량으로 뛰어들었다. 차 안에는 의식을 잃은 4명이 쓰려져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둘이서 구겨진 차체 안에서 부상자와 시신을 힘들게 끄집어냈다.

그리고 1분도 안 돼 화염이 차량 전체로 번졌다. 소방차량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한 것은 그로부터 몇 분이 더 지나서였다. 당사자들도 지켜보는 이들도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린 긴박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무슨 마음으로 그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었던 걸까.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본능적인 판단에서였던가 봐요. 잠시라도 지체했다가는 모든 탑승자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라 솔직히 망설일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마 장로님도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강동진 목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추억한다. 그 날 이후 강 목사는 교회당 인근 주민들이나 상가주인들로부터 ‘대단한 일을 하셨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출동한 소방대원들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감한 행동이었다’면서 감탄했다. 유족들이 찾아와 시신이라도 잘 수습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감사인사를 전할 때는 뭉클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 사고 현장에서 용감하게 인명을 구한 전주엘림교회 강동진 목사에게 전주완산소방서에서 수여한 표창장.

며칠 후 전주완산소방서에서는 서장과 직원들이 찾아와 표창장 수여식을 열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공이 크다’고 격려하며 강동진 목사에게 상장을 전달했다. 교인들과 주변 이웃들끼리만 알던 이 소식은 강 목사가 소속한 남전주노회 회원들을 통해 기독신문에 제보됐다.

“목회자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사방에서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목회사역으로 부르셨는데, 이처럼 다른 방식으로도 쓰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교인들과 그런 얘기를 합니다. 그 날의 새벽예배는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라고.”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강 목사는 쉽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겸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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