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적극 반대 나선 교계… “막지 못하면 존엄성은 파괴”
“더 급한 것은 교회 내 동성애자 대처방안…죄임을 교육하고 품어야”


한국 사회가 동성애 논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오는 6월 9일부터 28일까지 열릴 ‘2015년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도화선이다. 성경에 입각해 동성애를 적극 반대해 온 한국 개신교회가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다. 한교연 한기총 한장총 등 교계 대표 연합기관은 물론 예수재단(임요한 목사)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교수) 나라사랑&자녀사랑연대(송춘길 목사) 등 교계 단체들도 퀴어문화축제 저지에 나섰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5월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결사반대’ 팻말을 들고 1인시위까지 벌였다. 양 대표회장은 “퀴어축제는 서울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동성애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은 파괴되며, 시민의 안전과 정신건강을 지켜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교회연합 양병희 대표회장이 동성애 반대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초기에 막아야 한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강명진)는 6월 9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막식으로 시작한다. 애초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9일 개막식에 이어 13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퀴어퍼레이드를 진행하고, 18~21일 퀴어영화제를 개최하며 행사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의 핵심인 퀴어퍼레이드를 13일 서울광장에서 개최할 수 없게 됐고, 부득이 28일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현재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먼저 집회신고를 하려고 남대문경찰서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퀴어퍼레이드 저지만이 아니다. 개신교 단체들은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6시 전까지 서울시청 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개막식에 맞불을 놓는 집회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퀴어문화축제는 개신교회 등 반대단체들의 노력으로 계획대로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와 나라사랑&자녀사랑연대는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동성애 저지를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도회를 준비한 이용희 교수는 “선진국을 보면 교회가 동성애에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흘러가 동성애를 막을 수 없게 됐다”며, 초기에 교회가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대한 물결
이런 “강력한 대처”로 일반 언론들은 이미 한국 개신교를 ‘반동성애 진영’으로 규정했다. 국민 대다수가 동성애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개신교 외에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있지만, “동성애를 거부하고 퀴어문화축제를 막는 곳은 개신교회”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개신교회가 서울시민인권헌장을 폐기하게 만들었고, 동성애 곧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한다고 은근히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진리인 포스트모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동성애 역시 ‘개인의 성적취향’으로 여기며 개신교회의 행동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독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은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동성애를 넘어 동성결혼까지 인정하는 분위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개신교회는 더욱 ‘독단의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혁주의 신학자 ㄱ 교수는 “세계적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은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 23일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것이 이를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도 인권을 무기로 삼은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의 요구가 커질 것이다. 서구처럼 급속히 동성결혼까지 허용되지 않을지라도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대한 물결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리를 지키고 사랑을 표현하라
철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이경직 교수(백석대)는 앞선 동성애 반대단체들과 다른 시각에서 교회의 대응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에 더 급한 것은 교회 내부에 존재하는 동성애 및 성소수자들이다. 이들에 대처방안을 갖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지금까지 교회는 동성애 성향이 있는 기독교인을 ‘교회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다른 어떤 죄보다 동성애를 극악한 죄악으로 여기고,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겼다. 이 교수는 “교회는 성경에 입각해 성도들에게 동성애가 죄임을 교육하고,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지만 행위를 하지 않는 그리스도인과 사람들을 품어야 한다. 나아가 동성애자들에게도 예수의 사랑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모습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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