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길자연 총장 용퇴 의사 표명과 백 총회장 답신

총회장 “결의 따르지 않으면 어떤 협상도 무의미” 입장 재확인
총장 “회기 내 해결위한 제안이었다” …갈등기조 다시 원점


지난 주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발표가 있었다. 총신대학교 길자연 총장이 총장직에서 사퇴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이었다.

길 총장은 5월 21일 백남선 총회장 앞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총회와 재단이사회가 6월 10일까지 재단이사회를 정상화시킨다면 본인은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했다. 길 총장은 메시지에서 “대학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단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총신대학교 미래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총회와 재단이사회가 화합하여 재단이사회를 정상화시킨다면 조건 없이 총장직에서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길 총장의 발표가 있자마자 백남선 총회장은 5월 22일 ‘길자연 목사의 사임의사 표명에 관한 총회장 입장’이란 글을 대내외에 알렸다. 백 총회장은 “총장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총신대학교는 총회 결의대로 정관을 먼저 개정하라”고 강조했다. 총회장은 “총신대재단이사회 정관 문제는 재단이사장이 추천한 재단이사 일부가 추천을 수락하지 않고 등록을 거부함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정관개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총신대학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측)가 직영하는 신학교다’ ‘총신대학교 재산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재산이다’ ‘총장 정년은 만 70세로 한다’ ‘총회 허락 없이는 정관개정을 할 수 없으며, 총회 현장에서 2/3의 가결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하라고 밝혔다.

백 총회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서 “저의 입장은 총회 이후로 변함이 없다”면서 “저는 총장에게 물러나란 말을 한 적이 없고 정관개정만 계속 말해왔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백 총회장은 “총신대 문제는 수차례 협상안을 제안했고 양보했음에도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기독신문> 대담(제2010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총신대 측에서 총회 지시를 따르기 위해 만나자는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떤 협상도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백 총회장이 길 총장의 조건부 사의 표명 이후 곧바로 답신을 보낸 것은 여론의 변화를 급히 차단하고 총회 및 총회장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 총회장이 길 총장의 제안을 단번에 거부하므로써 길 총장의 사의 표명은 더 이상의 파장을 일으키지 못한 셈이고 제99회 총회 이후 계속되던 총회와 총신대의 갈등 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왜 길자연 총장은 총장직 사퇴 용의가 있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을까? 첫째 길 총장이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백 총회장의 답신이 알려진 뒤 길 총장은 전화 통화에서 “총회장의 답신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제가 사퇴 의사를 밝혔던 것은 총장의 입장에서 총신대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가 아니었으며 총회와 총신대의 소통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길 총장은 “저는 지금 총회와 학교의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총회장께서도 학교 문제를 다음 회기로 넘기지 마시고 임기 내에 해결해주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길 총장이 사임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느껴서 국면 전환용으로 사의표명을 했던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교육부와 진행 중인 소송(임원취임승인취소) 결과에 대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길 총장이 조건부 사퇴 시한을 6월 10일로 잡았는데, 그에 앞서 당초 5월 22일 예정이었던 소송 판결 기일을 6월 12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길 총장은 “알려진 바와 달리 재판은 불리하지 않으며 재판은 변호사의 판단에 따라 연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 총장의 제안을 백 총회장이 거부하므로 길 총장의 사퇴 명분도 없어졌다. 백 총회장도 자칫 여론에 변화를 줄지 모르는 길 총장의 제안을 거부하므로 일관된 정책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총회와 총신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길 총장은 총회장에게 공을 넘겼고, 총회장은 이 공을 재단이사장에게 다시 넘겼다. 총회는 학교에게 정관을 개정할 것을 변함없이 요구하고 있으며, 학교는 총회결의 무효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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