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직 교수(백석대 신학대학원)

 
2000년부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가 6월 9일 개막식을 필두로 2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기독교가 이 축제를 반대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면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그때마다 반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은 퀴어문화축제 반대운동에 앞서 ‘동성애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 말씀은 하나님을 주님으로 인정하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향해 주어졌다. 교회는 동성애가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받아야 할 죄라는 사실을 일차적으로 교회 내에 있는 동성애자들을 향해 선포해야 한다.

한국교회 내에도 동성애자들이 있다는 비공식적 보고들이 있지만, 아직 교회 안에서 커밍아웃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동성애 문제에서 한국교회는 서구 교회처럼 그리스도인 동성애자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비기독교적인 사회에 성경 말씀에 근거해서 동성애의 규범을 요구하는 어려움이다.

일반 상식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동성애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동성애 행위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성경의 엄격한 잣대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성향 자체도 죄이다. 살인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미워하면, 성경에서 그것도 죄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다.

결국 동성애뿐만 아니라 ‘탐욕 악의’, ‘시기’, ‘수군수군’과 ‘비방’, ‘교만’, ‘자랑’, ‘부모 거역’도 사형에 해당되는 죄이다.(롬 1:29~31) 거듭난 사람조차 이러한 죄를 계속 짓고 있다. 그러나 죄를 고백하고 그리스도께 나아가기에 구원이 있다.

이는 동성애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성애 성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성애가 죄임을 인식하는 사람에게도 그러하다. 교회는 죄에서 벗어나라는 권면을 동성애자를 포함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해야 한다. 교회는 아직 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사랑과 인내로 계속 권면하듯이, 동성애자에게도 그러해야 한다.

치과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동성애자들과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진료해 주는 한국의 기독인 치과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진료를 함으로써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기독 치과의사들이 동성애가 죄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자가 죄를 범하고 있지만, 긍휼과 사랑의 대상이기에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만이 그들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한국교회 앞에 “어떻게 거룩성을 유지하면서도 거룩하지 않은 세상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예수님은 공생애 내내 거룩성을 유지하시면서도 거룩하지 않은 세리들과 죄인들과 식탁을 함께 하시는 불편함과 고난을 겪으셨다. 이를 통해 죄인들의 연약함을 체휼하시는 동시에 십자가 사랑을 통해 우리를 회복시키셨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는 동시에, 죄인들에게 긍휼과 사랑으로 대화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 이러한 사랑에는 위험이 따른다. 서구 교회에서처럼 동성애 옹호그룹이 교회의 사랑을 악용하여 교회를 분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님이 그러하셨듯이, 사랑은 언제나 상대방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자신을 여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향해 모욕을 가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을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셨다. 그 희생적 사랑 때문에 우리가 그분의 자녀가 되었다. 동일한 일이 우리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를 통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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