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형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총무)

 
전병욱 목사 성범죄 사건을 모를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이 사건이 밝혀진지 벌써 5년이 가깝도록 책임져야할 본인과 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환부는 더욱 깊어져가고 있고 한국교회는 함께 매도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느 대형교회 목사가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게 적발되어 한국교회와 목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어느 목사는 자기교회 여성도들을 강간, 추행한 혐의가 유력함에도 처벌은커녕 몇몇 목사들에 의해 지속적인 도움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한국교회와 교단, 목회자들은 번번이 넘어가면 그 뿐이라 생각하지만, 시급하게 대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반드시 또 터진다.

그러는 동안 이제 목회자 성 범죄사건은 일반 신문과 언론들에서도 대서특필 되어, 주요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 순위를 기록하였고, 그와 더불어 교단과 목사,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매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어느 일간지 기사 제목들은 이렇다. “목사 집단 이기주의, 성범죄 감싸나”, “개신교단 ‘성추행’ 목사 처벌 사실상 포기.”

싸잡아 함께 매도당한 선의(?)의 피해당사자인 대다수 목사나 그리스도인들은 억울해 하기도 한다. ‘그건 특정 소수의 일이고 사회 각계에 비슷한 일들이 적지 않을 텐데, 왜 한국교회에 대해서만 더 가혹한가?’

그러나 그건 사건의 진정한 내막과 진행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전 목사 사건만 해도 십여 명에 가까운 여성청년들을 추행하고 그게 밝혀진지 5년이 지나도록 해당 노회나 총회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다가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마지못해 재판국을 구성해 이를 다뤘지만, 이제는 노회와 총회 사이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유야무야될 판이다. 그러다보니 세상 사람들 눈에는 한국교회와 목회자 전체가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책임전가를 반복하는 동안 사회 각계 각 영역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성추행 혐의로 저명한 서울대 교수가 구속되는가하면, 70세가 넘은 전직 국회의장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고, 인권사각지대라고 지탄받아왔던 군대마저 더 이상 관대하지 않아 처벌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총회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단 헌법에 따라 구설수에 오른 사건들을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사하여 시비대로 처리하되, 사실이 분명한 경우에는 목사 면직해야 하고, 피해 성도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 물론 처벌이 능사가 아니며,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바른 대안을 위해서도 우선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올바른 처리는 당연한 첫 걸음이요, 우리사회가 교회의 거룩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대책은 꼭 필요하다. 각 교단 총회들은 올해 정기총회에서 계속 미뤄두고만 있던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특히 성범죄 사실이 확인되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처벌하고, 바로 잡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공기관들에 의무화 되어 있는 성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심방 및 상담 등 여성 성도들과 개인적 접촉이 일상적으로 가능한 목회환경에서 뜻하지 않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총회 차원에서 제도적, 환경적 개선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적, 그리고 상시적 교육과 지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누구나 또 다른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그때마다 한국교회는 함께 욕을 먹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우리 스스로 가리는 죄악이 반복될 것이다.

지금 교회와 교단, 그리고 책임자들이 손 놓고 방치하는 동안 한국교회는 갈수록 병들어가고, 그 결과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전도의 문은 더 가로막혀가고 있다. 더 이상의 방치는 한국교회가 함께 망하는 길이다. 우리가 정말 그리스도인이 맞고, 목사가 맞는다면, 언제까지나 모르는 척 방치할 수는 없다. 우선 총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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