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주님 사랑과 사람 칭찬으로 증거돼야
 

 

설교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를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 즉 말씀 봉사의 소명은 절대적 필수 조건이다. 왜냐하면 위로부터 오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없이는 그 사역의 풍성한 열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소명은 참된 회개와 중생의 은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회개와 중생을 알지 못하는 자의 목회사역은 허약하고 애처로울 뿐이다. 그러므로 조프리 토마스(Geoffrey Thomas) 목사는 존 웨슬리, 토마스 찰머, 그리고 아브라함 카이퍼의 목회사역 초기의 열매가 보잘 것 없었다고 지적한다. 현대 교회 강단의 능력 부재는 다름 아닌 하늘로부터의 소명이 없이, 성령의 거듭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은혜 없이 설교 강단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오직 능력 있는 설교, 열매 맺는 설교는 중생을 경험한 설교자의 사역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주 예수 그리스도와의 지속적인 교제에서 유지되며 더욱 풍성하게 증거된다.

더 나아가 위로부터 오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설교사역의 열매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고난과 경멸도 견뎌낼 수 있는 내적인 힘이다. 느헤미야가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금 수축하려 할 때, 대적자들인 산발랏과 도비야는 느헤미야의 사역을 경멸하고 비웃었다. “그들이 건축하는 돌 성벽은 여우가 올라가도 곧 무너지리라”(느 4:3). 설교자의 확고한 소명의식은 환난 앞에서 조금도 움츠려들지 않고, 오히려 목숨까지 바쳐 충성하고자 한다. 사도 바울의 고백은 확고한 소명의식의 한 실례이다. “보라 이제 나는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는지 알지 못하노라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언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2~24). 그러므로 설교자가 설교 사역에 나서기 전에 스스로 하늘로부터 오는 소명을 받았는지 점검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위로부터 오는 소명을 확인하는 길은 크게 내적·외적 증거 두 가지로 나뉜다.

설교자의 소명에 대한 ‘내적인 증거’로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살펴 알 수 있다. 첫째,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실패한 베드로를 다시금 부르시고 목양의 사역을 맡기실 때(요 21장), 무엇을 요구하셨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반복하여 질문하신 것은 “네가 내 양을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소명의 시금석은 다름 아닌 주님을 사랑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둘째, 주님의 마음을 닮아 사람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시어 천국 복음을 전파하실 때, 많은 무리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 9:36). 따라서 설교자는 주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떠난 사람들의 비참한 상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위로부터 오는 소명의 내적인 증거 두 가지는 먼저 주님을 사랑하고, 또한 주님의 마음을 닮아 사람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데서 확연하게 입증된다.

설교자로서의 소명에 대한 ‘외적인 증거’는 사람들의 칭찬과 천거이다. 사도들이 식탁 봉사를 위한 일꾼을 뽑을 때에 요청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행 6:3). 사도 바울은 감독의 직분에 합당한 자격 조건으로서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로 지적한다(딤전 3:7). 칼빈은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그리스도인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불신자들조차 그의 행위에서 허물을 찾지 못하고 도리어 의롭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의 열매를 가진 자라고 해설한다. 그러므로 설교자로 부름 받은 사람은 신자들의 칭찬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을 비방하고 악담하기 좋아하는 불신자들의 칭찬도 받아야 한다.

30여 년 전, 박희천 목사는 <나의 설교론>이란 책에서 복음 전파자는 반드시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였다. 첫째,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한다. 구약 선지자들과 신약의 세례 요한, 그리고 사도 바울은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하나님으로부터 말씀을 받았다. 선지자들과 사도들은 자기들의 생각과 사상을 전한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임한 하나님의 복된 소식을 전하였다. 둘째, 설교자는 성령의 권능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은 반드시 성령의 권능을 받아야만 한다(행 1:8). 왜냐하면 하나님의 교회를 건설하고 보존하는 사역은 사람의 힘이나 능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성령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슥 4:6). 그러므로 박희천 목사에게 에스겔 1장 3절은 요절 중에 요절이다. “여호와의 말씀이 부시의 아들 제사장 나 에스겔에게 특별히 임하고 여호와의 권능이 내 위에 있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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