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압도적 소명감과 강박의식 가져야
 

 

설교란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한 은혜의 방편이다.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전 1:21). 이 구원을 위한 전도(케리그마), 곧 복음 선포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복음 전도자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 가운데서 자기의 일꾼을 택하시고 부르시어 복음 전도의 사명을 맡기셨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사도들을 부르시고 세상 가운데 보내셨다.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구원의 주체이시므로, 복음을 전하도록 일꾼을 부르신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서 살핀대로 설교의 권위가 설교자 자신의 인격이나 재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택하시고 부르시고 보내신 하나님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교자의 인격과 재능은 설교 사역에서 무조건 배제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설교 사역에서 설교자의 인격과 재능은 복음 전도를 위해 더더욱 요구된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집에서 주인의 손에 귀하게 쓰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언제나 깨끗하게 준비함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딤후 2:20~21).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마틴 로이드 존스(D. Martyn Lloyd-Jones) 목사는 “설교자에게 최우선적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설교문 준비가 아니라, 자신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즉 설교 사역에 있어서 설교자의 신앙 인격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의 일관된 가르침이다. 이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상수훈에서 제자들에게 인격에서 비롯된 삶의 열매를 밝히 가르치셨다.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 7:20). 20세기 개혁신학의 최고봉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역시 그의 대작(magnum opus) <개혁교의학>에서 이것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사람의 행위는 그 사람의 됨됨이에 근거한다”(operari sequitur esse). 따라서 우리는 설교란 인격을 통한 진리의 선포이므로, 강단에서 외치는 말보다 평소의 일상 행위가 더욱 큰 울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설교자가 아무리 훌륭한 설교를 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잘못된 행위로 그 훌륭한 설교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 한 손으로 부지런히 그리스도의 나라를 세운다 할지라도, 다른 한 손으로 허물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비록 세상 사람들은 성경을 읽지 않지만, 크리스천의 삶과 행동을 읽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복음 전파를 위해 부름 받고 사명을 맡은 설교자의 인격과 삶은 더더욱 정결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목사인 리차드 박스터(Richard Baxter)는 설교하기 위해 연구한 설교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전에 먼저 설교자 자신에게 설교하라고 조언한다.

이와 같이 설교 사역에 있어서 설교자의 소명과 사명의 문제는 복음 전파의 핵심적 사항들 가운데 하나이다. 설교의 황태자라 불리는 찰스 스펄전(Cahrles H. Spurgeon)은 자신의 책, <목회자 후보생들에게>(Lectures to My Students)에서 처음 석장을 ‘목회자의 자기점검’, ‘목회소명’, 그리고 ‘설교자의 기도생활’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제일 먼저 자신이 거듭났는지 살펴볼 뿐만 아니라 목회와 복음 전도의 사역에로 부름 받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잘못된 동기에서 설교자가 되고자 하는 유혹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설교자가 된다면 빡빡한 직장생활에 시달리지 않고 시간적 여유가 느슨한 목회자의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출근할 필요가 없이 시간을 내 마음대로 계획하고 사용할 수 있다? 교회가 제공하는 주택과 생활에 필요한 제반 경비를 제공받을 수 있다? 게다가 교인들의 존경과 사회적 명예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도무지 하나님의 부름과는 상관없다. 더구나 목회와 설교 사역은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에서 비롯된 희생과 봉사를 근간으로 한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설교자로서의 소명의 시금석 네 가지를 보여준다. (1)성령 하나님의 강권적 부르심으로서의 내적 소명, (2)삶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다른 사람들의 추천, (3)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가장 중대한 시금석으로서 (4)“나는 도무지 다른 일은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 스펄전 목사 역시 “만일 여러분이 목회를 안 하고도 견뎌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여러분의 마음 속에 설교 사역에 대하여 머뭇거리는 마음, 부족하다는 마음, 자기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오히려 하나님의 소명에 대한 확증이라는 것이다. 설교자는 반드시 설교 사역에 대한 압도적인 소명감과 강제적인 강박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 없이는 부름 받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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