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일성수는 신앙생활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제는 성도들에게 기본을 설득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쉼이 있는 교육’이 주일성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일성수 무너지면 어김없이 위기, 시련

주5일제 도입 ‘결정타’ …교인들 나쁜 신앙습관에 함몰
‘주일을 주일로 지키는 것’은 거룩한 신앙운동 첫 걸음

 

대도시에서 목회하는 ㄱ목사는 누군가로부터 “성도 수가 얼마나 됩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재적수를 말해줘야 할지, 출석인원을 말해줘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ㄱ목사가 사역하는 교회는 매주일 예배 참석수가 재적 대비 3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친다. 꾸준히 주일성수 하는 교인들이 많지 않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ㄱ목사는 솔직히 부끄러운 모습이라면서도,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교인들을 위해 얼마 전부터 금요예배나 토요예배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털어놓는다.

농어촌교회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농촌지역에서 사역하는 ㄴ목사는 요즘 교인들 만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하우스재배나 농산물 가공 등으로 주일에도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줄 뻔히 아는데, 예배에 나오라는 권면이 잔소리처럼 들릴까봐 싶어서다. 예전에는 농번기에만 잠시 벌어지던 현상이 이제는 연중 계속되는 일상이 됐다. 게다가 지역축제니 경로관광이니 해서 교인들의 몸과 마음을 빼앗아가는 이벤트들까지 많이 생겨났다. 가뜩이나 이농현상으로 교인 수도 줄어드는 판에 목회가 너무 힘들어진다며 ㄴ목사는 토로한다.

주일에 치러지는 관혼상제 등 가정 대소사를 비롯해, 직장의 특근 요구와 학교에서의 등교 강요, 주일에 치러지는 각종 고시와 자격증 시험 등 기독교인들의 주일성수를 방해하는 요인들은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그리고 주일성수를 신앙의 중대 표지로 여겨왔던 한국교회은 이와 같은 요인들에 집단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맞서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결의가 약화됐고, 대오는 허물어졌다. 주일성수라는 개념을 시대착오적으로 보는 시각까지 생겨났다.

거기에는 수많은 원인과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결정타는 2004년부터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주5일 근무제였다. 주5일 근무제는 국민들의 생활리듬을 바꾸고, 여행 레저 취미 등의 분야에 대한 관심을 한껏 높여놓았다. 상대적으로 신앙적인 가치와 규칙에 대한 의식은 희미해졌다. 당시 총신대 이상원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주일성수는 어디까지나 예배가 중심이 되고, 육체적인 휴식이 예배라는 동심원을 중심으로 배열되어야 하며, 예배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휴가까지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주일을 온전히 지키기 위하여 때로은 여가선용까지도 절제하는 행동을 비인간적인 행태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의 주일생활에서는 휴가가 중심이 되고 거기에 맞추어서 예배가 배열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교인들이 아주 나쁜 신앙관습을 갖게 된다.”(이상원 저 ‘주5일 근무제와 주일성수’ 중에서)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나쁜 신앙관습’들은 많은 성도들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결과 갖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났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성도 개개인의 신앙적 정체성이 무디어지고, 교회와의 유대가 느슨해졌다는 점이다. 나아가 많은 교회들이 예배와 사역의 형태를 교인들의 취향과 편의에 맞춰 변화시키는 현상들도 나타났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일성수에 대한 개념과 의식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지난 4월 10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월례회의 주제를 ‘온전한 주일성수 신앙의 회복을 염원하며’로 정하고 발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협의회 회장인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는 발제를 통해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사의 가르침, 즉 기독교의 역사적 전통을 무시하고 현대적 유행에 영합하여 주일성수를 무시하는 것은 무서운 죄를 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대다수의 목회자와 신학자들도 주일성수를 한국교회가 회복해야할 시급한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독교 교육계에서도 얼마 전부터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좋은교사운동 등이 주축을 이뤄 ‘쉼이 있는 교육’을 주창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쉼이 있는 교육’은 입시경쟁으로 새벽부터 심야까지 학업에 몰두하고, 심지어 주일에까지도 학원으로 달려가는 다음세대에게 하나님의 복된 창조 명령인 안식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자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는 ‘주일에는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주일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온전한 쉼을 누리겠습니다’, 목회자들에게는 ‘성도들에게 온전한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며 실천하도록 돕겠습니다’라는 실천서약을 받는 등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과 이벤트가 전개되는 중이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양승헌 목사(세대로교회)는 “주일을 지키지 않는 신앙생활을 무슨 지혜나 되는 것처럼 묵인하고, 방관하고, 은근히 유도한 결과 우리의 다음세대는 몸으로 마음으로 주님을 등지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다음세대가 세상의 압력과 유혹을 이겨낼 내적 대응력을 키워주는 것이고, 그것은 주일을 주일로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목소리들에 공감하며 총회교육부와 기독신문도 올해의 교육테마를 주일성수로 정하고, 본격적인 주일성수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4월 15일 양 기관이 협약식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포스터 스티커 등을 동원한 주일성수 캠페인 홍보, 신문지면을 통한 주일성수 관련 기사 연재, 주일성수 관련 사행시 표어 UCC 인증샷 사례 등의 공모전 개최와 시상식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특히 약 20주에 걸쳐 연재할 본 지면에서는 앞으로 주일성수와 관련된 지상특강과 대담, 주일성수 캠페인 소개, 명사들의 주일성수 간증, 개 교회와 주일학교의 주일성수 사례발표 등의 내용을 담아, 주일성수 운동이 전국교회로 확산되도록 도모할 계획이다.

주일성수를 단회적 이슈로 부각시키거나,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이 캠페인의 목적은 아니다. 주일성수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건강하게 세우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자 거룩한 신앙운동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시작한 캠페인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과감한 도전이자 모험일 수 있지만, 그 결과를 하나님께서는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저항이요 대안인 행위다. 안식일이 저항인 이유는 이날이 상품 생산과 소비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해주기 때문이다. 넷째 계명은 우리더러 상품이 쥐락펴락하는 이 사회, 불안 및 폭력과 더불어 통제와 오락, 빵과 곡예에만 통달한 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들에 맞서는 각오와 행동을 보이라고 요구한다.”(월터 브루그만,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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