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장로(전 농림부 장관)

 
최근 한국 교계 단체들은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물을 세계문화유산으로 탈바꿈 시키려는 문제를 지적하며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이 메이지시대 근대화 산업시설물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곳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을 강제 징용했던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다. 일본은 죽어서야 나온다는 ‘지옥섬’인 하시마섬 시설을, 그 안에서 벌어진 반인권 반인륜적 사실을 숨긴 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을 한 것이다. 교계 단체들은 2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을 가두었던 사실을 숨긴 일본의 행동을 좌시할 수 없었고, 역사왜곡 중단을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한국 교회와 단체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는 추모기도회와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진상규명 대신 난마처럼 얽힌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아이들은 어른들의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따라 바다로 뛰어들지 않았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었다. 물에 뛰어들면 살 수 있었는데, 엄마와 통화하면서 나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면 배가 한 쪽으로 기운데”라며 움직이지 못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에 순종하다가 결국 그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빠졌다. 그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됐다.

세월호가 물속으로 완전히 잠기기 전, 해군과 해경 등이 구조를 위해 나섰다. 그러나 구조가 아니었다. 바다에 뛰어든 승객 외에, 배 안에 있던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다. 구조율 0%. 이 지구촌에서 이와 같은 구조 활동이 없다. 국력이 약하고 나라가 어지러운 아프리카 국가도 최소한 구조한 승객이 있었다. 우리는 있을 수 없는 결과를 목도했다.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현실을 보며,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그들의 아픔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 한에 찬 절규가 가슴을 친다. 이런 상황에서 저항시인이라는 한 분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을 향해 “시체장사 그만해라. 수학여행 간 아이들에게 무슨 위로금을 그렇게 많이 주냐. 세월호 지겹다. 그만 접어라”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잔인하고 비정한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은 희생자 가족의 그 아픈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식을 잃고 지난 1년 동안 잠시도 그 아픔을 떨치지 못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들을 향해 진정한 위로를 해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정한 위로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다. 단 한 사람의 실종자도 없도록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는 일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오늘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와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일본을 향해 역사왜곡을 중단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이 죽은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드는 저 일본의 반인륜 반인권 반역사 행위를 질타할 수 있는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치권과 교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가 자성해야 한다. 세월호 아픔을 진심으로 끌어안고서, 잊지 말아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 왜곡하지 말고 역사에 세월호를 올곧게 새겨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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