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독특하다 못해 기괴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사람 안에 여러 인격이 존재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불리는 장애를 겪는 주인공들이 올 초 안방극장을 누비더니, 요즘에는 후각을 잃어버렸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식으로 일종의 감각장애를 겪는 주인공들이 쏟아져 나온다.

웹툰이라 불리는 인터넷 만화장르에서 화제가 된 캐릭터들이라 다분히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에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가 심상치 않다. 이 작품들이 단순히 만화적 상상력을 넘어서 사회 현실의 정곡을 찌르거나, 인간 내면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욕망 앞에 이성과 양심이 힘을 잃을수록, 신뢰했던 존재에 대한 배신감이 깊을수록 사람들은 본심을 감추고, 자꾸만 가면 뒤로 숨게 된다. 가정에서는 한 없이 인자하던 아버지가 직장에서는 휘하 동료들을 학대하는 존재로 변신하고, 학계에서 인정과 존경을 받는 학자가 연구실에서는 나이 어린 조교나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는 악한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지켜보아왔던가. 기괴한 괴물은 상상 속이 아닌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한 크리스천 학부모가 어느 기독인들의 모임에서 자신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존재가 다름 아닌, 평소 존경하던 유명 목사님들이었다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들을 위로하고 누구보다 한 편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던 그들이 되레 손가락질 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며 이 학부모는 절망했다. “한국교회가 아픔에 공감하는 감각을 상실한 것 같다”는 결론이었다.

세월호 사건만이 아니다. 확실히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과거 사회적 약자들을 감싸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앞장섰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있다. 겉으로는 사랑의 복음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자신의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며 강도 만난 이웃을 외면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탐욕스러운 괴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한국교회에 적대적인 존재로 변모하는 또 다른 괴물들을 스스로 탄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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