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시인)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를 맞는다. 국민 모두는 가슴이 찢어지고 억장이 무너졌다. 특별히 희생당한 아이들이 꽃망울 같은 고2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동 대처를 잘못해서 그 검은 바다 속에 배가 침몰하며 꽃다운 자녀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일주일 내내 TV화면을 통해서 눈 멀쩡히 뜨고 보아야 했으니 국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겠는가.

이스라엘의 야드바셈 박물관 동판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망각은 포로상태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억은 구원의 빛이다.” 수치와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할 때 민족적 저력이 생기고 역사의 힘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세월호 선체도 인양하여 팽목항에다가 보존해 놓고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절대로 이런 침몰 사고가 없도록 다짐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해서 시비를 걸고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선동을 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망국적 행위다. 우리 신앙도 과거의 아픔과 상처, 고난을 기억하고 오히려 자랑하는 사람이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수치를 덮고 숨기려는 사람은 결국 사고치는 것을 본다. 그대는 과거를 망각하며 잊으려하는가, 아니면 기억하며 새로운 힘으로 승화시키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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