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박성균 목사 ‘캔모어비전센터’ 설립 나서
“전문성 갖춘 인재 발굴 양성 통해 연합 기반 마련”
6월 27일 후원음악회… “문화 바꾸는 도전 시작”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을 이어받아, 1981년부터 국가가 이 날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찍이 장애인 사역에 관심을 가진 한국 교회에서도 4월 20일 전후 주일을 장애인 주일로 지키도 있다.

그런데 국가와 교회,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자. 장애인 사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작은 사역 공간을 내주고, 약간의 지원으로 소임을 다했다하지 않았던가. 장애인의 날 또한 하나의 상징적인 기념일로만 보내지 않았던가. 지금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 사역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 사역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실제적인 도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장애인의 날을 맞아, 근시안적 접근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 사역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두 명의 목회자를 만났다. 유명 코미디언 출신으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정식 목사(한국문화예술교육협회 대표)와 장애인 사역이 삶이 된 젊은 목회자 박성균 목사(고양파주밀알선교단 단장)가 그 주인공이다.

김정식 목사와 박성균 목사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둘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고양·파주지역에서 목회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인 사역에 몸담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고장에서 같은 일을 실천해온 두 목회자가 장애인 사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공간 ‘캔모어비전센터(Can more vision center) 설립’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 김정식 목사(오른쪽)와 박성균 목사는 장애인 사역의 시작을 연합이라고 말한다. 최근 고양 파주 지역에서 연합을 일군 두 목회자는 문화예술을 통한 새로운 사역모델을 제시하고, 장애인 사역 공간인 캔모어비전센터 설립에 나섰다.
 
캔모어비전센터의 설립 취지는 △장애인들과 가족들의 삶을 영위할 공간 창출 △문화 예술 분야를 통한 장애인들의 재능 발견 △장애인 문화·예술 전문가 양성이다. 취지만 놓고 보면 특별하지도 않고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캔모어비전센터가 품고 있는 두 가지 키워드 ‘연합’과 ‘전문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장애인 사역만큼 연합이 어려운 사역도 없다. 장애 증상은 경증에서부터 중증까지 여러 단계로 분류되고, 장애유형 역시 지체 시각 청각 뇌병변 등 신체기능 장애와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 등 수십 개로 나뉜다. 이렇다보니 유사한 증상과 유형을 지닌 장애인들만 모이고, 가족들과 사역자들도 따로 모일 수밖에 없다.

“뭉쳐야 산다!” 김정식 목사와 박성균 목사는 우리 사회 밑바닥에 있는 장애인들을 세상 위로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은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연합의 매개체는 다름 아닌 문화예술이다. 저마다 다른 장애를 안고 있는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족, 사역자들이 문화예술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함께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캔모어비전센터가 바로 그 터전이 된다. 문화예술 교육사업, 대안학교, 복지시설 및 공동체 운동이 사역 계획서를 채우고 있다.

박성균 목사는 “장애증상과 유형이 달라도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가족, 사역자들이 한 공간에서 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리고, 재능에 맞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캔모어비전센터가 품은 꿈이다”고 말했다.

연합만 하면 될까. 아니다. 전문성이 뒤따라와야 한다. 피아노를 잘 연주하고 그림을 잘 그려도, 그 사람이 장애인이라면 피아니스트나 화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피아노를 잘 치는 장애인, 그림에 소질 있는 장애인이라고 할 뿐이다. 틀에 박힌 통념을 깨뜨리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문화예술인 양성에도 나선다. 캔모어비전센터의 문화예술 전문가과정인 ‘캔모어 콘서바토리’가 그 역할을 맡는다.

김정식 목사는 “테너 최승원, 하모니카 연주자 전재덕, 천상의 목소리 안드레아 보첼리도 장애인이지만 아무도 그들을 장애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각 분야의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면서, “우리도 기반만 갖춘다면 가능성이 있다. 장애인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최고가 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그들을 전문가로 우뚝 세워,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겠다”고 밝혔다.

캔모어비전센터는 올해 7월 개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캔모어비전센터 설립을 위한 후원음악회’를 6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개최한다. 1000석 이상의 공연장에서 아이노스합창단과 소프라노 현영애, 첼로 여명효, 국악 CCM 패밀리 등이 출연하는 대규모 음악회로 마련했다.

이번 후원음악회를 위해 고양·파주지역 장애인 사역 단체와 교회가 협력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센터와 고양파주밀알선교단, 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정명호 센터장)이 주관단체를 맡고, 일산은혜교회(강경민 목사) 금촌새힘교회(이형조 목사), 대림교회(김명호 목사) 하늘노래교회(김기웅 목사) 운정은혜교회(김진명 목사) 등이 동참한다.

김정식 목사와 박성균 목사는 수년 전부터 같은 꿈을 꿨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기회가 균등한 사회, 장애인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토양, 나아가 전문성을 갖춘 장애인들이 후배들을 가르치는 교육장소를 그려왔다. 이제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

김정식 목사는 “캔모어비전센터 설립은 단순히 하나의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위대한 도전을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사역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훗날 캔모어비전센터가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김정식 목사는 센터 주방장으로, 박성균 목사는 목수가 되어 봉사하겠다고 한다. 두 목회자의 위대하면서도 소박한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문의:010-3225-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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