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는 4475개 촛불, 기네스 등재 요청

 
봄날 같지 않게 찬바람이 강하게 불던 4월 17일 저녁,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울광장으로 몰려들었다. 가슴, 가방, 팔목에는 노란 리본을 매단 채였다. 교복을 입고 친구와 함께 한 학생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부모들,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직장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울광장을 찾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을 위해서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민주주의국민행동(상임대표:함세웅 신부)은 시민들이 만든 4160개의 촛불을 기네스북에 등재함으로 안전사회를 갈망하는 한국국민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기네스 행동, 거대한 촛불’ 행사를 기획했다.

6시 30분이 되자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잔디밭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인원파악을 위해 참가자들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접수한 후 받은 QR코드를 자원봉사자들에게 확인을 받았다. 한 사람씩 들어갈 때마다 중앙무대에 설치된 전광판에 숫자가 카운트됐다. 핸드폰으로 일일이 확인하느라 입장시간만 2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하라!” 파란 촛불을 받은 사람들은 파란 표시가 되어 있는 자리에, 노란 촛불을 받은 사람들은 노란 표시가 되어 있는 자리에 앉아 구호를 외치며 조금씩 세월호의 형상을 만들어 나갔다.
 
 
당초 예상 인원은 4160명이지만 이날 잔디밭에 들어온 사람은 4475명이었다. 미처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잔디밭 바깥에서 마음을 모았다. 촛불을 켜기 전, 단원고 2학년 7반 찬호아빠 전명선 씨는 무대에 올라 “여기에 모인 시민들을 보고 마음의 힘을 얻었고, 이 촛불이야말로 희생자들을 영원히 잊지 않게 만들어주는 촛불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우리 유가족과 같은 슬픔을 겪는 사람들이 다시는 없기 바란다. 돈보다 사람의 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함께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특조위 진상규명위원회 권영빈 소위원장도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은 행동하는 시민”이라고 격려했고, 송경동 시인은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시를 낭독하며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임진택 판소리 명창의 징소리와 함께 조명이 꺼지고 참가자들이 촛불을 켜자 잔디밭에는 거대한 세월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촛불은 8분여 동안 고요히 켜져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전광판에는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의 모습이 하나 둘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영상을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았다.

이날 켜진 촛불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마음이자 전 세계에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자 하는 염원이었다. 주최 측은 4475개의 촛불을 ‘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라는 제목으로 영국 세계기네스협회에 등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