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개혁주의 장로교 말씀 주해 ① 은혜 언약으로 본 개혁주의 구약신학

성경의 언약은 ‘피로 결속한 상호적 헌신’…구약성경서 하나님이 맺은 언약은 은혜언약
역사 흐름따라 여섯가지 중심 언약으로 발전,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모두 성취되고 있어


 
▲ 김정우 교수총신신대원·구약
개혁주의 신학의 모체인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총회 본부 정문에는 모세의 ‘불타는 떨기나무’가 로고로 새겨져 있다(출 3:2). 이 로고는 불타는 핍박 속에서도 주님의 절대주권으로 선택된 개혁교회가 결코 소멸하지 않고 견인할 것이라는 믿음을 상징한다. 또한 이 로고는 인간의 구원이 해탈, 계율, 수신, 공로, 혹은 협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오직 주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로 이루어진다는 언약신학의 진수를 담고 있다. 개혁신학은 성경 안에 수많은 사상들과 주제들이 나오지만, 언약이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고백하므로 언약신학이라고 부른다. 사실 구약과 신약으로 부르는 성경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옛 언약과 새 언약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종교개혁자들은 언약이 성경의 중추신경을 이루고 있음을 믿고, 언약의 관점에서 두 성경의 통일성과 구원 방식의 동일성을 고백하여 왔다. 성경의 언약은 한 마디로 ‘피로 결속한 상호적 헌신’(bond in blood)이다. 그래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관계들인 신인관계, 군신관계, 부자관계, 부부관계가 모두 언약 관계로 표현되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우리와 맺은 언약은 본질적으로 은혜언약이며, 이것은 역사의 흐름을 따라 아래와 같이 일곱 가지 언약으로 발전하면서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새 언약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 창조 언약

구약성경의 대문인 창세기의 천지창조 기사에는 언약이라는 용어가 나타나지 않지만, 예레미야는 창조질서를 ‘밤낮에 대한 언약’(33:20)과 ‘주야와 맺은 언약’(33:25)이라고 부른다. 즉, 해와 달과 별들을 창조하시고 사시사철과 밤낮의 순환을 이루는 창조 질서는 하나님께서 온 우주와 세운 언약으로서 결코 파기될 수 없다. 모든 언약에는 표징이 있는데 창조언약은 안식일로 제정된다.(창 2:3) 그래서 안식일의 규례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짐승에게도 적용된다.(출 20:10) 즉, 하나님이 지으신 만물은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에 있다. 개혁주의는 창조 언약을 믿으므로,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만물과 생명 속에 하나님의 지혜, 능력, 거룩, 의, 자비, 선하심이 있음을 고백하고, 창조주의 뜻대로 관리하고 돌보는 청지기로서 문화적 책임을 실천하려고 한다.(창 1:28)
 
2. 아담 언약(시작의 언약)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아담과 직접 언약을 맺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으나,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시고, 에덴 동산을 만들어주시며, 계명을 주시고 그것을 깨뜨릴 때 죽음의 심판을 선언하신 것과 나아가 범죄 후에 회복의 은총을 주신 것들은 하나님과 아담 사이에 언약의 관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 언약 관계 속에 하나님은 첫 남녀에게 결혼(창 2:19)과 노동(창 2:15)의 규례를 주셨다.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가진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이성적이고 인격적인 존재였다. 그들에겐 하나님의 율법과 순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으며,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으므로 그들은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아담과 하와는 결국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하나님과의 언약을 파기하여 원래의 의로움을 상실하고, 결과적으로 죄와 죽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타락한 아담과 하와에게 구원의 언약을 주셨다. 우리는 이것을 원시복음이라고 부른다.(창 3:15)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아담에게 주신 노동과 결혼의 규례는 지금도 유효하다. 또한 첫 아담의 모든 후손들은 원죄를 물려받았으나 새 아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원시복음에 약속된 구원을 경험할 것을 믿는다.(롬 5:14)

3. 노아 언약(보존의 언약)

하나님은 홍수 직전에 노아와 언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씀하셨고(창 6:18), 홍수 직후에 언약의 증거인 무지개를 주신 것을 보면(9:17), 둘 사이에 언약 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노아 언약은 은혜 언약이다. 온 세상이 부패해졌을 때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6:8)는 말씀을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노아로 부패하지 않도록 지켜주셨음을 알 수 있다. 노아 언약은 보존의 언약이다. 이제는 비록 사람이 악해져도 하나님은 모든 생물들을 멸하지 않을 것이며, 땅이 있을 동안에는 창조 질서인 계절이 순환할 것을 약속하셨다.(8:21~22) 그러나 이 언약에도 사람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고기를 피채로 먹어서는 안 되며(9:4), 다른 사람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9:5~6) 개혁신학을 믿는 우리는 인간의 죄와 타락으로 생태계가 교란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계속 보존하고 유지하는데 헌신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알고, 정부와 사회적 기관들과 함께 이웃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롬 13:1~4; 벧전 2:13~15)
 
4. 아브라함 언약(약속의 언약)

노아 홍수 이후 바벨탑 사건으로 온 세상 사람들은 흩어지게 되었으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선택하셔서 새로운 자신의 백성을 만드셨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후손조차 낳을 수 없었으므로 두려움 속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 그에게 약속의 언약을 맺어주셨다.(창 15) 이 때 “해가 져서 어두울 때에 연기 나는 화로가 보이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더라”는 놀라운 장면이 제시된다.(17절) 여기에서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가는 자는 아브라함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언약 체결 식에서 쪼갠 고기는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브라함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하나님께서 그 사이로 지나가심으로써,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은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책임지실 것을 맹세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땅과 후손의 약속을 주셨다(.15절) 이리하여 아브라함은 열국의 아버지가 된다.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언약은 영원한 언약이며(17:7), 그 표징으로서 할례를 명하셨다.(17:9~14) 개혁신학 관점에서 볼 때, 아브라함의 언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것이다.(창 15:6) 아브라함은 주권적인 하나님의 은총을 그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화답하였고, 땅과 후손의 약속을 받았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아브라함은 우리 믿음의 조상이 된다.(롬 4:11) 아브라함의 언약은 장차 아브라함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성되었다.
 
5. 시내산 언약(계명의 언약)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애굽에서 종살이 하고 있을 때, 주님은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을 기억하시고 그들을 구원하시며 시내산에서 공식적으로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다.(출 24:8) 그 때 주님은 먼저 자신의 주권적인 구원의 은총으로 그들을 애굽에서 구원하였음을 선포하시고, 그들이 “열국 중에서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고 약속하셨다.(19:5~6)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은 그들을 통하여 온 열국이 아브라함의 복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시내산 언약은 아브라함의 언약과 연속성을 가지며, 본질적으로 동일한 은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물론 시내산 언약에는 십계명(20:1~17)과 온갖 종류의 판례들(20:22~23:33)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것은 율법을 지킴으로써 구원을 받도록 의도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구원을 받았다. 따라서 주님의 계명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정의해준다.(신 4:6~8) 주님이 주신 계명은 사실은 생명을 주는 길이었다.(신 30:15~16)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음이 강팍하여 율법을 자기 의의 방편으로 삼아서 결국은 언약을 배반하고 포로로 잡혀가는 수난을 당하였다.(렘 22:9)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새 언약으로 그들을 회복하기로 약속하셨다.(31:31)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시내산 언약 속에 담긴 모든 계명과 율법을 다 지켰으며 범죄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완전한 대속제물이 되셨다. 또한 시내 산 언약 속에 있는 도덕법과 사회법은 하나님의 도덕적 의지를 총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여전히 오늘날의 세계 속에서 적용되어야 함을 믿는다.

6. 다윗 언약(왕국의 언약)

다윗은 온 이스라엘을 통일한 이후에 종교적 구심점으로서 하나님의 집인 성전을 짓고 싶었지만(삼하 7:1~3), 주님께서는 거절하시고 오히려 나단을 통하여 자신이 다윗의 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11절) 그리고 주님은 다윗을 자신의 아들로 입양하여 주시고, 다윗에게 영원토록 후손과 보좌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12, 13절) 다윗의 언약에서 특이한 것은 다윗의 후손들이 만약 하나님께 범죄하면, 그들을 비록 징계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완전히 거두시지는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된 것이다.(14~15절)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다윗의 언약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영원한 은혜 언약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다윗 언약이 있어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모든 땅을 얻게 되었고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열국 가운데 머리가 되었다. 개혁신학 관점으로 볼 때 다윗 언약 속에 담긴 후손과 왕권의 약속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된다. 예수님은 다윗의 후손으로서 임마누엘이며,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이요, 평화의 왕이며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세우신 분이다.
 
7. 새 언약(언약의 완성)

불행하게도 이후 이스라엘의 역사는 파산한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과 제사장 나라로 세워 열국에 복을 나누도록 작정하셨지만, 그들의 마음은 돌처럼 굳어져서 하나님을 배반하고 열국의 우상을 섬김으로써 포로로 잡혀가게 되었다. 이 때 예레미야 선지자는 장차 하나님께서 새로운 언약을 맺어 그들을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선포한다.(렘 31:31~33) 이 새 언약은 하나님의 법이 마음 속에 기록되어 진심으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다는 약속을 핵심으로 갖고 있다. 에스겔 선지자는 성령의 선물을 새 언약 속에 포함시켰다.(겔 36:27) 즉,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들은 새로운 본성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이다.

위에 제시된 구약성경의 여섯 가지 중심 언약들은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모두 성취되고 있다. 예수께서는 메시아로서 정의와 공평으로 온 우주에 참된 평화와 질서를 가져오심으로써 창조언약과 창조질서 보존 언약을 완성할 것이다.(사 11:1~9) 예수께서는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으로서 다윗이 바라본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셨다. 또한 시내산 언약에 부과된 모든 율법을 온전히 지키시고, 제사 제도를 십자가의 죽으심으로써 완성하셨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예레미야가 바라본 새 언약을 자신의 피로써 세우시고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어 주심으로써 온 인류의 참된 구원자가 되셨다. 개혁주의 구약신학을 믿는 우리는 주님께서 친히 주권으로 세우시고 완성하시는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은혜 언약으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며, 개혁교회가 끝까지 견인할 수 있도록 인도하실 것을 확신한다.(롬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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