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은 아름답지만 여차하면 ‘근본 없는 놈’ 말 듣기 쉽다. 야구가 그렇다. 경기를 오래 본 것 같은데 여전히 ‘저 타자 왜 이렇게 못 쳐’ 라든지 ‘저 투수 왜 저렇게 던지냐’고 투덜대면 십중팔구 ‘팬 인척 위장하는 근본 없는 놈’이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국민타자 이승엽이 나왔다고 하자. ‘근본 있는 팬’이라면 이런 예측을 해야 한다. ‘오른손 투수로 바꾸고 초구는 변화구로 낮게 던지겠군.’ 초구에 방망이를 잘 휘두르고 왼손 투수에 강한 이승엽 선수의 데이터를 알고 있는 팬이다.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3월 말이면 팬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책이 있다.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랜덤하우스코리아·사진)다. 프로야구 축제 서막을 알리며 재미를 더하는 소중한 교과서다. 야구에 관한 온갖 기록과 통계가 나와 있다. 그해 프로야구 판도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구단과 선수의 신상정보는 당연히 ‘다 털린다.’ 정보를 보고 있자면 뼈 하나까지 분해해서 나열한 것 같다.

야구를 유독 ‘통계의 스포츠’라고 부른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빠른 시간 안에 인기 스포츠가 된 것도 통계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통계는 습성을 꾸준히 모아 데이터화한 것이다. 테이터화된 수치는 일정한 흐름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통계의 유용성은 현재의 값어치를 평가하고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승엽 선수의 위대함은 ‘까발려진’ 자신의 약점을 노리는 상대팀에 맞서 꾸준히 약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선교 130년, 총회 100주년을 자랑하는 한국교회의 열정적인 팬인 성도들에게도 <한국교회 스카우팅 리포트>를 받아볼 자격은 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낡은 강의록 같은 성경공부나 설교 대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영적 처방전을 받고 싶다. 일테면 교회를 개척하려는 목회자와 봉사사역을 하고 싶은 성도에게 보다 확률 높은 자료를 제공하는 게 호사는 아니지 않은가?

기독출판계의 파이팅을 촉구한다. (기독출판의)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한 선수(출판사)의 성공스토리를 보고 싶다. 엉성한 한국교회 통계치를 꼼꼼히 맞춰보며 영점 조정하는 노력을 보고 싶다. 교회 통계를 먼저 잡는 출판사여, 그대 승자가 되리니 기꺼이 숫자의 바다에 뛰어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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